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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힘, 루스벨트의 희망과 목표 그리고 비전
[책동네] 김형곤 교수의 <소통의 힘>, 루스벨트의 '변화의 리더십' 소개
 
안일규   기사입력  2010/12/12 [23:08]
'최상위 0.1%'는 절반의 루스벨트, 나머지 절반은

루스벨트는 전형적인 엘리트가문 출신이다.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가정교사와 함께 공부했다. 14세가 되어서야 뉴욕 최고 사립고등학교인 그로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콜롬비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까지 됐다. 최고의 생활을 하고서도 어떻게 변화의 리더십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
 
루스벨트에게 '최상위 0.1%'는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소통과 변화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나머지 절반에 있다. 루스벨트를 둘러싼 '어려움들'이다. 루스벨트 가문의 남자들은 병에 시달려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버지인 제임스는 프랭클린이 대학생 1학년 때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대통령 임기 내내 건강 염려로 자타공인할 정도였다. 엘리노어 루스벨트의 아버지는 병을 달고 살았다. 여기에 알코올 중독까지 겹치면서 엘리노어 루스벨트가 8살 때 사망했다(엘리노어는 6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8살 때 아버지까지 돌아가면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다 15세 때 영국으로 유학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아무리 크게 다쳐도 아픈 기색을 낼 수 없었다.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으로 아버지 제임스에게 약간의 충격이라도 주어진다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기 때문. 어머니 사라와 프랭클린 선에서 해결해야 했다. 아버지 제임스의 권유로 하버드 대를 간 것 빼곤 아버지는 가족에게서 격리상태였다. 어머니는 프랭클린을 낳은 이후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제임스의 건강 문제로 기댈 곳은 아들 프랭클린 밖에 없었다. 사라는 프랭클린에 집착할 정도였고 프랭클린은 이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의견은 왠만하면 들었다. 엘리노어와 결혼, 정치권 진출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가족사 배경 덕분에 루스벨트가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프랭클린이 전도유망 정치 유망주였던 당시 찾아온 '소아마비'도 루스벨트는 정치인으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 책의 분석. 불과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찾아온 루스벨트. 그는 병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낸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대통령으로서 뉴딜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소신과 반대파에 대한 끈질긴 설득을 연상하게 한다. 소아마비와 싸우면서 자신의 내면도 변화하고 나중에는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 책은 소아마비로 인해 루스벨트가 "설득력있고 겸손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으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귀공자 스타일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더 관심을 가지는 '배려심이 많은 정치인'으로 변화한다.
 
웜 스프링스 온천이 대표적인 예다. 윔 스프링스 온천이 소아마비 환자에게 효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루스벨트가 재단을 만들어 소아마비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루스벨트 자신도 윔 스프링스에서 재활훈련을 하면서 소아마비 환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병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환자들에게 심어주고 같이 운동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소아마비 환자들은 루스벨트에게 뜻깊은 별명을 붙여줬다. 바로 '닥터 루스벨트'다.
 
루스벨트가 수많은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도 여기서 가지게 됐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집권 이후 뉴딜과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모든 정부의 계획을 법률로 양원의 동의를 모두 받아내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뉴딜과 2차세계대전, 루스벨트의 끊임없는 목표 제시와 비전이 빛나다
 
그의 집권기 뉴딜은 집권 시기마다 달랐다. 첫 번째 임기에서의 뉴딜은 경기회복과 구호정책에 초점이 있었다. 두 번째 임기에서의 뉴딜은 대공황과 사회혼란의 근본문제 치유책을 집행하는 데 맞춰졌다. 루스벨트는 집권기에 정책 목표가 분명했다. 그에게는 경제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의 목표는 취임사와 중요 연설에서 구체화했다. 취임사와 중요연설을 통해 자신의 뜻을 '명료'하게 밝히고 '팔로어와의 공동 목표'로 설정했다. 장기화된 대공황에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한 것이다. 루스벨트가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두려움을 걷어낼 수 있도록 '희망'과 '낙관'을 주는 데도 노력했다.
 
그는 분명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우선순위 설정에 '사람들을 취업시키는 일'로 잡았다. 가장 많은 요구를 받은 국제무역관계 개선이 아니었다.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취업시키는 것은 그가 말하는 '현실적인 정책'이었다. 프랭클린은 재선에서도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취업시키는 일'을 천명한다. 희망과 낙관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나라에서 나는 1,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바로 이 순간 가장 낮은 수준의 생필품의 많은 것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나는 수백만의 가정이 소득이 너무나 적어 재앙의 장막이 하루하루 그들을 뒤덮고 있는 것을 봅니다. 나는 수백만의 가정이 그들의 운명과 자녀들의 운명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여가, 그리고 기회를 거부당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나는 수백만의 가정이 농산품과 공산품을 살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가난으로 인해 노동과 생산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나는 국민의 3분의 1이 형편없는 주거 상태와 옷과 영양 상태를 누리고 잇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그려 준 이 그림은 절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희망의 그림입니다. 국가의 내부에 존재하는 부당함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나라가 그것을 지워버릴 수 있는 계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선을 했음에도 여전히 경제는 어려웠다. 2차세계대전과 나치즘, 파시즘의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졌다. 독일의 U-보트 공격을 받고 진주만 폭격을 당하면서 2차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할 명분을 확보했다. 프랭클린의 목표였던 자유, 평화,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만들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경제문제에 있어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정의를 새로 만든 그는 국제문제에 있어서도 세계2차대전 승리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프랭클린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은 끝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선 취임사에서 "우리 다시 이야기해 봅시다. 1933년 3월 4일에 우리가 제시했던 목표는 도달했습니까? 우리가 행복의 계곡을 찾았습니까?"라고 말할 정도다. 1941년 1월 6일 의회 연설에서는 "우리 행군과 육군은 지난 한 해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오늘의 최선이 내일의 최선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발전에 만족하지 못합니다."라며 2차세계대전 개입에 대한 반대여론에 설득전에 굽히지 않았고 그때그때마다 목표를 변화시켜갔다.
 
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비전 제시'다. 브레턴우즈 체제(고정환율제 도입 등), UN,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기구(IBRD) 등을 만들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지고 당시 영국 대표였던 케인스가 제안했던 방코르(Bancor)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등 현재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것들도 있지만 UN, IMF 등 루스벨트의 비전은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들이 많다.
 
실패... 그럼에도 왜 '다시' 루스벨트인가?
 
2년 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루스벨트의 자서전 <On Our Way>를 이명박 대통령에 선물해 국내에서 루스벨트가 다시 주목받은 바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21세기판 뉴딜'을 거론했던 만큼 루스벨트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제적 성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루스벨트가 뉴딜로 설정한 목표 '취업시키는 일'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1932년 실업인구 1,300만 명이 1939년 1,100만 명 수준이 되었을 뿐이다.
 
▲ <소통의 힘> 김형곤 건양대 교수 저     © 살림Biz
<소통의 힘>은 김형곤 건양대 교수가 해왔던 루스벨트 연구의 결과물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학문으로 자리잡았다고 하기 어려운 대통령학, 대통령학리더십 분야 권위자다. <소통의 힘>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변화의 리더십'으로 주목하고 있다.  
 
<소통의 힘>이 의미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루스벨트인가'"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루스벨트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였던 경제적 문제에서 실패했음에도 여전히 존경받는 대통령인 건 지금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위대한 미국으로 세계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루스벨트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는 게 이 책이다.
 
시대를 바꾸는 힘, 루스벨트가 선사한 변화의 리더십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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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12 [23: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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