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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왜 300만원을 냈을까?
 
김주명   기사입력  2010/10/20 [01:10]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얘기하나?

=오늘 주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왜 300만원을 냈을까?'라는 주제로 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자신의 미납 추징금 1672억여원 가운데 300만원을 냈다.

전 전 대통령은 대구지역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대리인을 통해 이 추징금을 자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징금 잔액이 아직도 1600억원이 넘는다는데 달랑 '300만원'을 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추징금 시효가 임박하면 압류 등이 들어올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는 반응이다.

현행법은 강제집행절차 종료일로부터 3년 동안 추징실적이 없으면 자동 소멸된다.

이 때문에 검찰 등에서는 추징금 시효가 만료되면 추징못했다는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기 때문에 압류 등의 형식으로 추징을 하게된다.

전씨 명의의 부동산 등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연희동 자택에 이른바 '빨간 딱지'를 붙이는 유체동산압류를 실시할 수 있다.

검찰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전씨의 재산 532억원을 찾아냈다. 하지만 추징액수가 워낙 크고 감추고 찾는 숨바꼭질이 계속돼 집행률은 24%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검찰이 은행채권추심 방식으로 전씨 명의의 통장과 채권 등으로 4만7천원을 추징했고 이에 따라 추징시효가 2011년 8월까지로 돼 있는 것인데 이제 300만원을 냈으니 추징 시효도 2013년 10월까지 또다시 연장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추징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압류 등의 방식으로 미납 추징금을 징수해야 하는데 모양상 좋지 않으니까 전씨가 자진 납부형식을 취하도록 검찰과 협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자진 납부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해서 우스개 소리도 많지 않았나?

=전씨는 1996년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임 당시 기업인들로부터 9500여억원의 비자금을 거두들였던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전체 비자금중 43개 업체로부터 받은 2,295억 5000만원을 뇌물로 인정하여 기소했다.

대법원에서 지난 1997년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다.

97년 12월 사면이 됐지만 추징금은 내야하는데 1672억원이 아직 미납된 상태이다.

검찰은 지난 2003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집행실적이 부진하자 재산을 공개해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에 냈는데 당시 전 씨는 "예금과 채권을 합쳐 29만1000원이 전 재산"이라며 법원에 재산목록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언론 보도를 보면 장남 재국씨가 2004년부터 경기도 연천 땅 1만8000여 평을 매입했고, 둘째 아들 재용씨도 서울 이태원동 고급빌라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 재산이 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재산을 빼돌리고 숨져놓은 채 찾아보려면 찾아보라는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기소되고 2629억원의 추징금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2344억원이 추징돼 현재 284억원이 미납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액수가 미납인 상태이다.

▶이 돈의 출처가 대구공고의 강연료 명목이라는데대구공고에서는 현직 대통령처럼 떠받들기도 했다고?

=전 전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4박 5일 간 대구에 내려가 모교인 대구공고 동문 행사등에 참석하는 등 화려한 휴가를 다녀왔다.

우선 9일 저녁 동문들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해 간단히 인사를 했는데 이 때 인사말을 한 데 대해 300만원의 강연료를 받은 것이다.

또 10일에는 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했는데 학교 곳곳에는 올해 팔순을 맞은 전 전 대통령 내외의 건강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일부 동문 기수들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는 현수막을 들고 입장한 뒤 운동장에 엎드려 전두환씨 부부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대통령에게 쓰는 봉황 무늬가 새겨진 본부석에 앉아있던 전 전 대통령 내외는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전 전대통령은 11일에는 경북 경산의 한 골프장에서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에 참가했고 12일에도 각하 초청 동문 친선 골프대회에 참석했다.

재산 29만원에 추징금 1672억원의 생활이 호화하기 짝이 없다.

▶행사 이후에도 전비어천가라고 할 정도의행사 후기가 오르기도 했다고?

=대구공고 51회 동기회 홈페이지(www.dg51.com)에 이번 행사와 관련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동기회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글에는 "각하내외분을 동대구역에서 환송식을 갖는 자리에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 "정말 수고 많았어, 지난 12년간의 행사중 가장 추억에 남는 행사였어" 라고 하시는 각하와 영부인님의 말씀에 눈물이 울꺽 쏟아질것만 같았다"고 적고 있다.

또 이 글에는 동문들의 칭찬과 격려의 댓글들이 달려있다.

▶내란죄와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은 죄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까지 받고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올만 하다.

네티즌들은 아무리 동문행사이지만 현직 대통령에게만 적용될 봉황문양을 전두환씨에 뒤편에 놓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란죄와 반란죄로 대한민국 법의 심판을 받았던 전두환씨가 아직도 대통령 상징은 봉황문양을 뒤로하고 '각하'라는 존칭을 들어면서 추징금은 300만원을 내고 다녀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2010년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이다.

군사쿠테타로 폭압적인 군사독재를 하고 수많은 양민을 학살한 주범을 이렇게 환대하는 것은 우리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김황식 총리가 취임인사를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는너무 법쪽으로 따지면 안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 15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찾아 취임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총리가 법조계의 대가인 만큼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너무 법쪽으로 따지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징금을 피해가면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방문하기 어려웠고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방문이 있다고 해서 취임 인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쨌든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일련의 뉴스들은 내란수괴죄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확정판결을 받았고 추징금 1672억원을 내지 않고도 호화생활을 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무색케할 만큼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모습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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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20 [01: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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