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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후려치기'에 중소기업 '몸살'
[대·중소기업 상생 시리즈③] '불공정 하도급'에 망해가는 중소건설업체
 
이기범   기사입력  2010/08/25 [23:36]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 발언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문제가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반발하던 대기업들도 결국은 태도를 바꿔 중소기업과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BS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걸림돌은 과연 무엇인지 짚어 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다섯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대·중소기업 상생 시리즈]
①대·중소기업 상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②'친기업' MB정부에서 대기업은 과실만 따먹어
③불공정 하도급에 망해가는 중소건설업체
④중소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다
⑤대·중소기업 상생, 해법은 무엇인가?
 
 
올초 중소건설업체인 C사는 문을 닫았다.

중견건설업체 S사로부터 아파트 건설공사를 하청받았지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S사가 공사대금을 장기어음으로 끊어주는 바람에 유동성 부족으로 임금을 체불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C사의 설명.

C사 사장은 "발주처인 SH공사로부터 공사비를 현금으로 직접 받으면 C사는 이를 회수해간 뒤 우리에게는 120일짜리 어음으로 끊어줬다"며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다음 공사를 부탁해야 하는 을(乙)의 입장인 하청업체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은 건설업의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고 강하다. 대형 건설업체-중견 건설업체-중소 건설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다 공종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하도급 유형은 하도급 대금이나 지연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이다. 원청업체는 건설 기성고 파악 뒤 60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기한이 넘으면 지연이자까지 줘야 하지만 기한이 지나도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유형이다.

◈ 하도급 대금, 대물변제…'하도급대금 후려치기'까지

특히 최근에는 하도급 대금을 대물변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사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하청업체에 주는 식이다.

과거에도 아파트 가격을 빼고 공사대금을 주는 대물변제 방식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공사대금은 대금대로 주고 아파트는 별도 계산을 치러 하청업체게 떠안기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같은 방법은 원청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공사대금 채권'과는 달리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아파트를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다.

자신들은 발주처로부터 현금을 받고 하청업체에게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관행도 악성으로 꼽힌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0개 건설회사에 대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해종합건설과 동양건설산업 등 4개 업체가 발주자로부터는 현금을 받고도 125개 하도급업체에게는 어음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대금 후려치기'도 성행하고 있다. 하도급공사를 2중·3중으로 입찰에 부쳐 공사대금을 깎는 방식이다. 다중입찰을 통해 하도급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하도급공사비는 원청업체가 산정한 실행예산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SK건설은 최근 지방에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5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했으나 최저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지 않고 저가로 입찰한 2,3개 업체를 다시 추려 재입찰을 실시했다. 물론 하도급대금은 당초 최저 입찰가보다도 낮아졌다.

문제는 건설업계의 이같은 불공정하도급 행위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 지역의 건설업 불공정하도급 신고건수는 ▲2007년 255건 ▲2008년 396건 ▲2009년 457건으로 늘었고 올들어서는 지난달 말 현재 277건으로 지난해 절반(229건)을 이미 넘어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늘었다"고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도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늘어난다"며 "이같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벌칙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하도급 법규를 위반하게 되면 퇴출될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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