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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한승연, 정형돈의 위험천만한 발언
[하재근 칼럼] 방송연예인이라면 국가차별, 인종차별 발언에 주의했어야
 
하재근
우연히 <kara in tokyo>라는 영상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카라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에서부터 일본 쇼케이스 현장까지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일본에서의 카라 열기는 대단했다. 

촬영팀은 공항에서 카라 멤버들에게 여권공개를 요구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신분증, 여권 등의 증명사진은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증명사진을 찍은 후 시간이 지나 그사이 스타일이 변한 이유도 있겠고, 증명사진의 밋밋한 얼굴이 자신의 단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화장과 조명에 익숙한 여성 연예인이라면 더욱 증명사진에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여성 연예인일수록 증명사진을 감추려 하게 된다. 한승연과 니콜도 그랬다. 그러다가 결국 보여줬는데, 문제는 여권사진을 못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내세운 이유였다.

니콜은 사진이 안 예뻐보인다고 했다. 반면에 한승연은 놀랍게도, ‘안돼요. 베트남 소녀에요.’라고 말했다. 다른 멤버에게 슬쩍 보여주며 ‘야 이걸 보여줄 수 있겠냐’고라고 하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참 많이 보는데, 그중에서 제일 황당한 경우가 기껏 해외활동 나가서 외국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할 때다.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과거에 한 프로그램이 중국에 가서 대놓고 현지인을 비하했을 때처럼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해외활동을 시작하는 마당에 이런 위험발언이 터진 것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이 잘 안 나왔다’, ‘민낯이라 안 된다’ 등등 할 수 있는 얘기는 많다. 왜 그 대목에서 베트남이 나온단 말인가? 진짜 베트남 소녀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될까? 극히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대중문화산업의 중심국이고 특히 핵심적인 아이돌 공급국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동아시아인들의 한국 아이돌에 대한 열정은 정말 엄청난 수준이다.

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걸그룹이므로 카라의 행보도 동아시아에 널리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누구보다도 국가차별, 인종차별에 주의했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 한승연이 보여준 무감각, 부주의가 더욱 놀랍다. 전혀 베트남이 나올 맥락이 아니었는데 왜 굳이 베트남을 거론했을까?

여러 번 지적했지만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국제화시대다. 한국대중문화산업 특히 아이돌은 충분히 국제화 됐다. 이젠 타국에 대해 말조심해야 한다. 1980년대처럼 방송에서 우리끼리 ‘동남아 순회공연’, ‘시커먼스’ 어쩌고 하면서 낄낄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기획사는 아이돌에게 다문화교육, 타문화인을 존중하는 법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제작진은 이런 발언이 나왔을 때 그대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잘라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착한 방송으로 이름 높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단비>에서도 지난 라오스 편에서 위험천만한 장면이 나왔었다. 단비천사 민효린에게 정형돈과 김용만이 호감을 보인다는 상황극에서였다. 그 둘이 민효린에게 말을 걸자 개그맨 김현철이 나타나 민효린을 데려가버렸다. 그때 정형돈과 김용만이 한 말이 놀라웠다.

정형돈 : ‘중국인을 만나는구나’
김용만 : ‘중국 갑부를 만나는구나 .... 아유 불쌍해라’ 


거기서 중국인이 왜 나오나? 중국 갑부를 만난다며 불쌍하다고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단비>에서 김현철은 뭔가 모자라고 못 생긴 캐릭터로 나온다. 그런 김현철을 표현하면서 ‘중국인’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황당한 방송사고였다. 얼마 전 ‘택연이 과거에 중국인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외모가 부족했다’고 했던 방송사고가 떠오른다.

나름대로 지각 있는 연예인이라고 알려진 정형돈마저도 인종차별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무심코 하고, 착한 방송이라는 <단비>마저도 그것을 잘라내지 않고 태연히 내보낼 정도로 인종차별, 국가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이렇게 희박하다.

이러다 언제 무슨 국제적 사고가 터질 지 알 수 없다. 장나라가 한국 쇼프로그램에서 무심코 한 말로 중국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사건은 애교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무신경이 계속 되면 정말 무슨 사태가 생길 지 알 수 없다. 타국인들도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동아시아 인종차별에 반드시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커져가는 혐한의 목소리가 예삿일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에 아시아인을 싸잡아 무시하고 백인 행세를 했다가 아직도 국제적 밉상으로 찍혀있다. 세계 2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동아시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경제개발 좀 했다고 그새 잘난 척하고 동아시아 무시하는 한국도 만만치 않게 밉상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6/24 [04:2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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