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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진보신당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초점] 한국사회의 특수성 고려, 선거는 '정상' 사회 건설의 시작이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10/06/04 [19:07]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 지사 후보가 사퇴한 이후 진보신당 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녀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험악한 말들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심상정을 비판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87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비판적 지지’가 형태를 달리하여 아직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진보신당 당원들이 분기탱천하는 것도 당연하다. 

진보신당의 열혈 당원들이 심상정에게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심상정이 후보사퇴를 선언하면서 지지를 선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범위를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노당으로 넓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보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서 연유할 것이다. 유시민과 김문수, 국참당과 한나라당이 어떻게 별로 차이가 없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수용여부, 자본의 지배에 대한 해석과 대응, 노동에 대한 태도 등의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진보신당 진성당원들의 눈에 양자의 차이는 없거나 무의미할 정도로 작다. 

경제결정론의 입장에서 보면 위에서 열거한 요소들이 한 사회의 최종심급에 해당할 것이므로 진보신당 당원들의 평가가 부당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상봉 교수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고 적들의 정체는 자본과 재벌과 삼성과 이건희라고 말한 것도,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이 미래를 책임질 정당이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같은 자유주의 정부들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양극화-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가 심화되고 삼성의 지배력이 강화된 경험이 이런 주장을 강력히 증거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한국사회의 발전경로, 한국사회가 처한 구체성과 특수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족하다. 한국사회는 식민통치, 외세에 의한 해방과 분단, 전쟁, 군사독재, 압축적․폭력적 산업화, 민주화를 1세기 만에 경험한 매우 독특한 사회이다. 이 말은 서구 유럽과 피식민지 경험이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이 겪은 역사적 경험들이 한국사회 안에 온축(蘊蓄)돼 있다는 뜻이다. 한국사회는 여기에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더해진다. 워낙 짧은 기간 안에 아시아적 전제군주제 사회에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한 데다 그 이행과정이 질곡으로 점철돼 있었기에 한국사회 안에는 식민, 분단, 반민주 등의 적폐가 여전히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물론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자본과 노동 간의 문제도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식민, 분단, 반민주, 자본 같은 요소들이 한국사회 안에 착종(錯綜)돼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모순 및 한국사회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자본/노동 간의 모순 혹은 대립이 현재 한국사회와 구성원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자본의 지배 혹은 자본의 지배가 세계적 규모로 관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를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주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같은 분석이 옳은 것일까?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업신여기는 mb와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패악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와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직면한 모순의 핵심이 자본/노동 간의 모순 혹은 자본의 지배인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직면한 고통의 실체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에게는 부활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불로소득 추구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며 특권과 반칙, 패거리주의와 학벌주의, 사익추구행위 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의 삶을 옭죄는 자녀교육, 부동산(주거), 취업, 실직, 미약한 사회안전망 등을 생각해 보면 위의 분석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합리성/비합리성, 정상/비정상, 공정/불공정, 상식/몰상식, 주술/이성의 대립항 구조로 짜여 있음을 의미한다. mb, 한나라당, 삼성(이건희), 검찰, 조중동, 주류 기독교, 영남패권주의를 관통하는 코드가 바로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이다. 이들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위에서 열거한 수단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동원한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나 이건희에 대한 사법처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같은 굵직한 사건들의 배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일상도 이들의 지배영역에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이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 등에 의해 침윤되도록 적극 유도한다.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 등이 내면화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다루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구체성과 특수성에 주목할수록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리성, 정상성, 공정함, 상식, 이성 같은 가치들의 회복 및 이의 제도화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이런 가치들은 근대성(modernity) 또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적 가치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한국사회는 아직 근대 이전,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이며, 근대성의 복원 및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발전을 경험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역사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역사에는 비월(飛越)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 공공성, 소수자 보호, 생태, 보편적 복지 등의 가치들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사회와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런 가치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병들어 있다. 따라서 지금은 합리성, 상식, 정상성, 공정성, 이성 등의 가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사회를 정상사회로, 합리성과 상식과 공정함이 지배적인 원리로 작동하는 사회로 만들지 않는 한 진보신당이 꾸는 꿈은 한낱 몽상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노회찬, 심상정 그리고 진보신당은 6.2지방선거가 끝난 후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심상정의 사퇴와 노회찬의 완주는 분명 명암이 있는 선택이었다. 심상정의 사퇴를 상찬하거나 노회찬의 완주를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에서 진보신당이 처한 기반의 협애함을 보여준다. 어쨌건 선거는 끝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의 미래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기본모순 및 그 해법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이들의 불행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큰 손실이다. 심상정과 노회찬,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한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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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4 [19: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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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참.. 2010/06/06 [23:21] 수정 | 삭제
  • 지금 노회찬보고 저주를 퍼붓고 있는 그 노빠 유빠류가 볼 때
    과거 가장 정상적이었던 사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입니다.
    노무현 정부 뒤에 뭐가 왔죠?

    정상으로 가장한 신자유주의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정부는 더 심하니 노무현을 다시 찍읍시다.. 하면 참 잘도 되겠습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어쩌면 될 수도 있는데, 그 뒤에는 이명박*2 쯤 되는 인물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 뒤에는 또 정상사회 만들자면서 민주당이 되겠죠.
  • 이거참.. 2010/06/06 [23:13] 수정 | 삭제
  • 진보 정치 세력의 이른바 '진보적 대안'에 대해 '이상적'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가장 자주, 심지어는 확인도 없이 툭툭 뱉는 부류가 있는데, 이들은 양당제에서의 보수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논객들이 그러하다.

    선거 때마다 시민 사회단체 등에서 공약 실현성 평가라든가 하는 것을 하는데, 사퇴한 심상정을 포함하여 이번 경기도 도지사 후보 3인의 공약 실현성 평가에서 1위가 심상정, 2위가 김문수, 3위가 유시민이었다.
    이른바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확보할 예산, 정책 추진 방법, 과정 모두 마련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정확히 들어맞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정치적 '힘'의 부분에서 그러하며, 보수 야당이 내세우는 '현실성'이란 정책의 현실성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 됐든지 간에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힘'을 가진 자들이 [너희가 제시하는 비전과 방향성은 정말로 좋다. 나도 그렇게 가야한다고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라고 했을 때, 무엇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힘'을 가진 자신들은 비전에 깊에 동의하면서 왜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인가?

    내가 과거에 본 일 중에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사건이 몇 개 있다.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인데,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대통령까지 가진 정당이 과반도 안되는 의석을 가진 정당에 쩔쩔매며 매달리더라는 것이다.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 이름은 그럴듯 하다. 그런데 어떻게 대추리의 농민, 쌍용의 노동자들에게는 그렇게 단호할 수 있었을까.)

    의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아닐까?
    사학법도 이상적이어서 불가능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요구를 대폭 들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이들이 의식의 전환이 있었다면 '진보, 개혁 정책은 추진하면 안돼'라는 구태의연한 선입견이 아니라 '과반인데 우리가 찍으면 되는 거지'라는 정도의 발상의 전환만 있었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하긴..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문건 받아다가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이들이니 머리가 좀 나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2010/06/06 [14:37] 수정 | 삭제
  • FTA하게? 영리병원 만들어서 보험 엿만들게? 파병하게? 농어민들 때려잡게? 경찰특공대로 국민들 조지게? 부안처럼 경찰게엄 만들어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게? 요즘 조직(공무원 등) 뿌려서 여론 흔들어 세종시나 사대강 하게 만든다면서 그짓 무헨이가 부안에서 하다 엿된거 알지? 이니면 평택처럼 군인이랑 합동으로 국민들 조질레? 도대체 맹박이 몰아내고 무헨이 불러서 머할낀데? 노명박 노명박 -국민일동-
  • 국민 2010/06/06 [09:30] 수정 | 삭제
  • 노회찬 전통야당인 민주노동당서 무슨 속셈인지 심상정 데리고나와 국회의원서 낙방하면서 행보가 수상했다 한나라당의 매국부패정치에 조용하고 매국노가만든 조선일보 기념식에 참석 조선일보 축하해주는둥 한나라2중대짓하다 요번 야당단일화로 나라망치는 한나라당에 이기자는 국민 소망도 깨버리고 한나라당과 야합한후 은근히 야당인척 한나라당 비방하며 야당표깍아먹는짓하더니 심상정은 늦게라도 잘못 뉘우치고 사표냈지만 노회찬은 오세훈과 포옹까지하며 한나라2중대역활로 야당에게 패배를 안겨주고서도 끝까지 잘못않했다고 오리발내미는 변절자 노회찬 이제 정치생명 끝났으니 시골가 똥이나푸면서 반성하고살거라-국민일동
  • 2010/06/06 [03:16] 수정 | 삭제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36720
  • 2010/06/06 [03:16] 수정 | 삭제
  • 난마처럼 얽힌 현 정국에서 누군가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사민주의 정당을 만들어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는 정당의 창당이 긴절하다. 당장 사민주의 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꿈과 희망을 조직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출처 :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은 필연이다? - 오마이뉴스 2008 .12.23 이태경 검색해 읽어보세요.. 위 글쓴이가 쓴 2008년 12월 어느날에 쓴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