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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연, 촌스러워서 중국인? 핵폭탄급 방송사고
[하재근 칼럼] 중국 비하발언, 한류아닌 혐한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
 
하재근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가 있었다. 이번 주에 방송된 <엠카운트다운>에서다. ‘대한민국 가요계 변신스타 베스트5‘라는 제목으로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연예인들을 알아보는 코너였다.

처음에 나온 건 최근 살을 뺀 서인국이었다. 사고는 그다음에 터졌다. 택연이 소개되는 순서였다.

‘완벽한 그에게도 과거는 있다. 2PM의 택연!’이라고 말을 열더니, 데뷔 전 오디션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럴 정도로 ‘2% 부족한 외모였던 택연’이 지금은 카리스마의 스타로 변신했다는 얘기였다.

방송을 보다가 ‘억’ 소리가 절로 났다. 내가 방금 들은 얘기가 정말로 방송에 나온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황당한 멘트였다. 이건 핵폭탄급 방송사고다.

택연이 중국인으로 오인 받을 만큼 외모가 부족했다는, 즉 ‘중국인은 외모가 부족한 사람들이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대놓고 한 것이다. 인종적으로, 혹은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적 발언이 가끔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떻게 방송에서 특정 국가의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말을 대놓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대놓고 나오는 사회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건 어떤 미국 라디오 DJ가 ‘흑인은 멍청하다’라고 말하는 것에 비견될 정도로 황당한 일인데, 만약 미국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DJ는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루저녀니 패륜녀니 해서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 사람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 사건은 그것보다 심각하다. 그 사람들은 일개인으로서 잘못된 말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 <엠카운트다운>이 중국인 운운한 것은 정식 방송 멘트였기 때문이다.

루저녀의 말이 잘못된 이유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을 가지고 사람을 차별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키였는데, 키 말고도 타고난 것에는 피부색, 민족, 외모 등등 많은 것들이 있다. 국적도 당연히 거기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엠카운트다운>의 중국인 발언은 루저녀의 발언과 근본적으로 비슷했다.

히틀러의 논리가 잘못된 것은 유대인이라는 한 민족을 통째로 열등한 민족으로 규정하고, 자기네 민족을 통째로 우월한 민족이라고 규정한 데에도 있다. 이번 <엠카운트다운>은 중국인을 통째로 외모가 부족한 민족이라고 규정한 셈이니 히틀러의 잘못과도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한국이 어쩌다가 이런 말이 방송에 나오는 사회가 됐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계에게 중국시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상태이고 앞으로 양국의 긴밀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우리 대중문화산업에게도 중국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방송이 이렇게 대놓고 중국을 멸시하면 중국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의 것을 선택하겠나?

택연이 소속된 JYP도 지금 원더걸스의 중국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PM도 언젠가 갈 것이다. 가서 ‘택연이 과거에 한국에서 중국인 소리를 들을 만큼 촌스러웠다가 이렇게 훌륭해졌다. 이젠 중국인 같지 않다’라고 하면 그 말을 듣는 중국사람들은 어떤 심정이 될까? 일부 ‘빠순이’들을 제외하고는 칼을 갈 것이다. 내가 중국의 청년이라고 해도 그럴 것이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은 동아시아 전체가 시청권이라고 봐야 하고, 특히 한류스타들이 나오는 음악프로그램은 외국에서도 볼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당연히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고 차별적이거나 상대국 사람들의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을 피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엠카운트다운>은 대놓고 중국을 비웃었으니 ‘억’ 소리가 날 만한 무신경이다.

세상에 자기가 물건 팔 동네 주민들에게 침을 뱉는 가게 주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언제나 한류를 살려야 한다고 하고 중국시장에 진출할 궁리만 하면서 중국인을 음으로 양으로 멸시하는 우리의 행태가 딱 그 가게 주인의 모습과 같다. 당연히 혐한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런 차별적인 발언이 대놓고 방송된 것도 어이없고, 그런 방송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간 한국사회도 당황스럽다. 한 개인에 불과한 루저녀의 차별적 발언에 그렇게 분노했던 사람들은 이번엔 왜 그렇게 조용하단 말인가? 루저녀가 차별한 것은 한국남성인데, <엠카운트다운>이 차별한 것은 중국인이기 때문인가? 남이 차별당할 때 내가 차별당한 것처럼 분노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날로 국제화가 심화되며 국가간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방송 제작진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타인종, 타민족 차별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할 때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5/22 [16:0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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