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한 참변에 더해 한 가지 더 뼈아픈 사실이 있다. 경기도 선거판이 완전히 한나라당 잔치판이 되었다는 점이다. 당선이 유력한 1위 후보자는 현재 한나라당 당원이고, 민주당 안의 친노세력과 짬짜미해 민주당으로부터 후보 자리를 찬탈한 정치인은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나라 안 망한다.”는 궤변을 천연덕스럽게 지껄인 바 있는 인물이다.
박정희가 살해된 날 웃은 걸 반성한다는 현직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겠다. 핵심은 유시민과 손학규, 손학규와 유시민이다.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태연하게 늘어놓은 유시민 씨는 1997년 15대 대선 정국에서 김대중을 비토하려는 목적으로 책까지 써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DJ의 대안으로 내세운 카드가 조순 씨이다. 문제는 조순 씨가 한나라당의 초대 총재이자 그 당명까지 지었다는 거다. 그는 한나라당의 창당 주역을 스승으로 모셨음에도 뭔가 아쉬울 적마다 호남인과 민주당을 상대로 때로는 인질극을, 때로는 앵벌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유시민과 영남친노들에게 완벽히 털리도록 멍석을 깔아준 주인공은 손학규 씨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한나라당이 싫다고 뛰쳐나온 손학규가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고, 한나라당의 초대 총재이자 작명가를 위해서 김대중을 인정사정없이 짓뭉갠 유시민이 민주당을 사뿐히 밟고 지나가도록 만들어준 셈이다. ‘트로이의 목마’의 악몽이 자연스럽게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에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그는 나중에 아군 진영에 수류탄을 던진 결과가 되었다고 크게 후회하였다. 그런데 이 대연정을 누구보다 앞장서 옹호했던 유시민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사과 표명을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총체적 난국 타개의 의도에서 일시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꿈꾸었다면, 어쩌면 유시민 씨는 노무현과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과의 공존공영이 오랜 소신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전혀 상관이 없는 후보자로는 진보신당 심상정 씨와 민주노동당 안동섭 씨만이 남았다. 안동섭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시민 씨의 푸들 노릇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삼성 2중대이자 신자유주의의 전위대라고 할 친노세력에게 접수당한 민주당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봉헌하기까지 했다. 골프 치다 잘린 이해찬 씨 옆에서 활짝 웃는 이정희 씨와, 한미 FTA 강행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명숙 씨 곁에서 파안대소하는 강기갑 씨의 모습을 떠올리니 어젯저녁에 사먹은 마파두부가 거꾸로 올라오려고 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노회찬 씨와 심상정 씨를 한나라당의 마수로부터, 그리고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겨준 세력의 음모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그렇다. 이번 지자체선거의 구호는 다시 ‘노명박 심판’이다. 이명박 정권을 응징하고, 노무현 정권의 찌꺼기들을 척결해 서민대중이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
심상정 씨와 노회찬 씨는 오연호 류와 백낙청 류의 협박에 부디 굴복하지 말기 바란다. 그들마저 노명박 패거리들의 대국민 사기극에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 모두는 오는 6월 2일 기호 0번 김대중에게 투표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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