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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빠진 천안함에 침몰한 대한민국
[논단] '기다려달라'는 대통령과 군 수뇌부, 끝낼 상대는 바로 당신들
 
이준희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는 대통령 논란이 있는 나라에서 큰 일이 벌어졌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침몰해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나라 안이 쑥대밭이 되었다.
 
1주일 내내 모든 매스컴을 천안함 뉴스가 도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침몰한 함미 부분에 집중해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승조원 구조 소식은 진척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낱 실줄 같은 희망의 끈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실종된 승조원 역시 끝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구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침몰된 것은 천안함 뿐만이 아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와 군사대결적 긴장감이 팽팽한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했지만, 정작 침몰한 것은 대한민국 통째다. 나라 안이 온통 천안함에 침몰되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돌풍이 불어닥쳤을 때 말지는 '컵속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특집을 내면서 과도한 월드컵 열풍을 비판한 바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천안함에 빠져 있다.'
 
실종된 50여 명에 가까운 승조원 전원이 한 명도 다침 없이 그대로 살아있다면, 그래서 구조된다면 1주일, 아니 한달이라도 대한민국 전체가 '천안함에 빠져 있어도 무슨 상관이랴?' 그것이야말로 진정 실종자 가족과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서해 백령도 바다의 매서운 바람과 파도, 악화된 기상 여건 만큼이나 차갑다. 고전 심청전의 심청이가 뛰어내린 인당수 바다가 바로 백령도 바다이다. 중국으로 가는 교역로의 길목에 있는 백령도 황해 바다는 예로부터 조류가 거세가 물길이 사나운 곳으로 유명하다. 얼마나 오죽하면 심청이의 이야기가 나와겠는가?
 
지금 그곳에서 해군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사투를 벌이면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열악한 구조장비와 무리한 구조작업으로 고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 고 한 준위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평생 군인으로 살다가 군인으로 '명예롭게' 간 그가 진정 바라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역설적이게도 그건 자신 같은 UDT 군인이 필요없는 진정 평화로운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천안함 사고의 시초는 유감스럽게도 남북한의 분단과 대결 상태에 기인한다. 취항한 지 21년된 노후화 문제, 현재까지 원인 불명확의 내,외부적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남북이 평화롭고, 정전 상태에서의 군사대결적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발생할 이유도, 까닭이 없다.
 
60년이 넘게 남북의 무수한 민중은 '통일의 그날을 기다려왔다.' 그 때마다 위정자들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고 말해 왔다. 그러더니 급기야 천안함 침몰과도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지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일 것이다. 하루 아침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를 들어야만 한 이들 가족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생때 같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죄? 이것이 어찌 죄가 되겠는가?
 
군대에 가지 않은 위정자들이 지금 권력의 중심부에서 천안함 사태를 지휘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사고원인 파악은 인양 후에 하자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천안함을 볼모로 안보 위기주의, 상업주의를 우려먹으며 대북보복전까지 불사하자고 수구족벌신문들과 수구주의자들은 떠들어대고 있다. 반면 그들이 우상으로 모시는 미국은 천안함 사고는 북한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친히 전화까지 한 이유가 뭘까? 위로? 아니면 괜한 불씨 지피지 말라는 경고?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아니 우리 역시 이 지루한 불편함을 더 이상 감내해야 할 이유가 없다. '기다려달라'는 대통령과 속수무책 대책도 없이 물타기만 한 정부여당과 수구족벌언론의 눈꼴 사나운 향연을 어거지로 봐야만 하는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아무래도 같은 조국이 아닌 모양이다.
 
거짓말과 발뺌하기, 오리발 내밀기로 일관하는 정부여당과 군당국이 있는 한, 안보는 저 백령도 바다 밑에 처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고귀한 50여 명의 생명이 심해의 바다에서 방치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주 전체와도 바꿀 수 없는 그 생명들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이 지루한 백병전을 그만 끝내자. 왜 대한민국 전체가 천안함에 침몰해야 하는가? 군대도 가지 않는 대통령과 군대도 가지 않은 청와대 지휘부가 지하벙커에서 그림을 연출하고 있을 때, 고귀한 생명들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동원가능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 속히 천안함 실종자들을 구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려달라'는 대통령과 '기다려달라'는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과 해군 수뇌부들은 즉각 사임해야 할 것이다. 여당 지도부 역시 사퇴해야 한다. 왜 천안함 의혹을 밝히려는 기자들이 '의심많은 기자들'로 매도당해야 하는가? 왜 대한민국 전체가 천안함 속에 갇혀 심해의 어둔 바다로 빠져야 하는가? 이 와중에 독도는 일본에 넘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심해에 고립된 승조원들도 더 기다릴 수 없다. 우리들도 더 이상 불편함을 감내하며 이 정신적 외상을 받을 수 없다. '인당수' 앞바다에 뛰어든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올라왔듯 침몰한 천안함이, 고립된 승조원들이, 천안함으로 침몰한 대한민국이 어서 절망의 깊은 바다 속에서 벗어나 '장산곶매' 처럼 비상해야 한다. 정말 인당수 바다에 빠져야 할 것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가득 부유하고 있다. 시대의 비극이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기사입력: 2010/04/02 [01:0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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