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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불행은 삼성에서 비롯됐다"
전 노무현 대선후보 상황실장이 지켜본 노무현과 삼성과의 관계
 
윤석규   기사입력  2010/03/17 [15:03]
나는 내가 보고 들은 것만 말하겠다. 권순욱 씨가 황광우 작가의 글에 대해 논리와 태도를 말하니 나는 해석은 하지 않고 사실만 말하겠다. 사실을 말하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실명이 거론되는 것을 용서하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들은 것 가운데 어떤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어떤 것은 신문지상에도 보도된 일이다. 내가 개인적 경험을 말하면 또 다시 권순욱 씨가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가지는 것이 지성인의 자세"라고 일갈 할지 모른다. 그래도 본 것은 본 것이고, 들은 것은 들은 것이다. 그 사실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나는 2001년 봄 청와대를 그만두고 금강캠프라 불리던 노무현 후보의 대선캠프에 몸을 담았다. 노무현 후보를 모시던 가까운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나도 정치권에 참여한지 오래지 않지만 더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노무현 후보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가 정치하면서 보여준 모습에 대한 믿음과 민주당 후보로서 그의 파괴력에 대한 기대도 주요한 동기였다. 전체적으로는 이회창 대세론이, 민주당 내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처음에 정책특보로 시작해, 나중에 캠프의 선임팀장 격인 상황실장을 맡아 일했다. 노무현 후보가 국민참여경선을 거쳐 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된 후에는 비서실 정책팀장, 부실장, 선대위 정치개혁운동본부 사무처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와의 인연이 대선승리와 함께 끝난 것은 적잖이 아쉬웠지만 성취감과 보람으로 위안을 삼았다.

▲ 노무현 눈물의 씨앗은 바로 삼성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 대선후보 출정식에 눈물을 흘리는 노무현 후보     © 노무현 대선후보 홈페이지 캡춰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들은 것은 캠프 내부 멤버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노후보와 부산상고 선후배고, 초선 의원시절부터 도움을 받았단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은 국민의 정부시절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동남특위 위원장으로 활약할 당시,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 나섰을 때였단다. 나는 삼성자동차 처리가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는지 어쩐지 잘 모른다. 어쨌든 청산이외에는 답이 없다던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넘기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비중 있는 역할을 했고, 삼성 쪽 파트너였던 이학수 부회장과 매우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에피소드다. 정확치는 않지만 2002년 초로 기억한다. 당시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삼성주총에 참여해 일전을 벌였다. 주총 사회자가 이학수 부회장이었고, 그의 이사 선임문제가 쟁점이었다. 장하성 교수를 비롯한 참여연대 대표단은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다음 날 금강캠프에 출근했을 때 노무현 후보의 오른팔이라 일컬어지던 이광재 씨는 나에게 동의를 구하듯 장하성 교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장하성 교수 빨갱이 아니냐,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왜 반대하는 것이냐?"

나는 그의 발언이 놀랍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장하성 교수의 소액주주운동은 한국의 재벌구조를 개혁하는 운동으로 개혁 진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빨갱이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오히려 진보 진영 일부에서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을 반대하면, 정확히 말해 삼성 총수의 가신을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말인데 논리의 비약이 매우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만 말하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느낌을 덧붙인다면 이광재 씨가 이학수 부회장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로 보아 그를 매우 존중하고, 그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삼성과 노무현 캠프의 밀착관계에 대해 더 강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된 직후였다. 또 이광재 씨다. 2002년 5월 어느 날 이광재씨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간한 <국가전략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들고 다니며 소개했다. 당시 후보의 정책팀장이었던 나에게도 소개하면서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에 반영하자고 했다. 나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지만 속은 퍽 씁쓸했다.

더 압권은 그 얼마 후다. 이광재 씨는 핵심 엘리트 관료 몇 사람의 명단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다녔다. 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참여정부 초대 경제팀의 핵심인 김진표, 박봉흠, 최종찬, 윤진식 등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광재 씨가 위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의 역량과 정책적 입장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또 그런 평가자료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외부조력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가 구성되었다. 나는 대선 직후 참여정부 권력핵심부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인수위에 참여도 못했다. 한때 노무현 후보의 정책팀장을 맡았고, 노무현 후보에게 많은 전문가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내가 인수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나 스스로 놀랐고, 주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어쨌든 그래서 인수위를 직접 경험하지 못해 자세히 내막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노무현 후보와 연결시켰던 전문가 상당수가 인수위에 참여한 덕에 그들로부터 내부 상황을 귀동냥할 수 있었다. 그들은 깊은 우려 속에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인수위는 2개월의 활동결과를 묶어 국정운영 백서를 작성하고 이를 당선자에게 전달했는데 이와는 별개의 국정운영백서가 후보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성주체는 삼성경제연구소라는 것이었다. 당선자가 인수위가 작성한 것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성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특정 기업인 삼성 산하 연구소가 별도로 국정운영백서를 작성해서 당선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우려스러운 사실 자체는 남는다.

참여정부 기간 중 잠시 열린우리당의 원내기획실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거의 야인으로 지냈으므로 참여정부의 내부 사정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서나마 삼성과 참여정부 핵심들과의 유착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는 지적할 수 있다.

2004년 원내에 진출한 이광재 의원은 노대통령의 측근 출신 의원 몇 사람을 중심으로 원내에 의정연구회를 결성했다. 의정연구회는 국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에도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적 말들이 오갔다.

참여정부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적극 추진한 법 가운데 하나가 '기업도시법'이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전경련으로 기억한다. 당시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서 특히 삼성이 뒤에 있다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기업도시법'은 기업이 특정 지역에 기업도시를 만들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를 수용할 권한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사기업에게 국가의 권한을 대신해 사유재산을 수용할 권한을 주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보았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열린우리당의 원내기획실장으로 일할 때라 이 법에 대해 의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에 낄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이광재 의원도 있었다. 나는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에게 위헌소지 등을 들어 '기업도시법' 통과에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나의 문제제기에 분위기가 잠시 주춤했으나 이광재 의원이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뉴앙스의 말을 하면서 법은 통과시키기로 결정되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고, UN사무총장으로 세우려 했다는 이야기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이가 없는 사실이다. 물론 왜 그랬을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처음부터 말했듯이 나는 해석하지 않고 사실만 말한다. 해석은 나의 몫도 아니지만 권순욱 씨의 몫도 아니다. 권순욱 씨는 황 작가의 글에 대해 개인의 작은 경험에 의존해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누구나 자기의 경험에 기초해 말할 자격이 있다. 사실이 아닌 것에 기초해 말한다면 비판받아야겠지만 권순욱 씨가 아무리 현란한 논리를 동원한다고 해도 황 작가가 경험한 사실은 남는 것이다.

이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나의 경험이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의 관계의 깊이를 판단하는데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과 유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그의 과를 올바로 평가하고, 왜 그랬는지 원인을 밝히고, 진보개혁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그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봉하마을에 내려간 후 회한 가운데 토로한 여러 말들로부터 우리는 그가 자신의 과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노무현의 매력이다.

지금 수많은 자칭 노무현들이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는 '나는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는 말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금 작은 '노무현'들은 어떠한가? 그의 과를 함께 반성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용기를 가진 자를 찾기 어렵다. 누가 그의 과를 지적이라도 하면 그를 모두 부정하는 것처럼 날뛴다. 그들은 노무현이 아니다. 더 이상 노무현을 팔지 말라. 

* 글쓴이는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으로, 본문은 <프레시안>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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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17 [15: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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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진영? 2010/03/18 [11:58] 수정 | 삭제
  • 이광재는 손가락 짜르는 자해를 하고 군복무를 피했다는 의심을 받고,
    박연차게이트에서 뇌물수뢰혐의를 받고 다시는 정치를 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뻔뻔스레 이번 강원도지사에 출마한다는데
    한마디로 인간말종이라.
    그런놈이 노무현의 일급심복이었으니 알쪼 아니었던가.
    근데 왜 그런 놈들이 개혁진영으로 불려지는지 그것을 모르겠다.
  • 막걸리 2010/03/17 [19:46] 수정 | 삭제
  • 같은 글이 실린 프레시안을 보니 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글'이라고 노빠들 광분하던데,

    비닐우산 한 장으로 하늘의 비를 다 막으려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겠어요

    세상이 다 아는 것을 그들만 아니라고 하지만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추다 보면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되겠지요.
  • 얼라 2010/03/17 [16:22] 수정 | 삭제
  • 참여정부의 실패는 삼성과의 고리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할말은 하는
    논객들을 통하여 사실정확과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 수치로
    입증 되었읍니다.

    노무현과 삼성의 코넥션 의혹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우선 생각나는 대로 몇가지만 이야기 해보자.

    하나, 감금실을 통하여 검찰개혁을 할려 했다는 참여정부는
    이마저도 삼성의 위세에 눌려 하지 못하였다.
    무슨 소리냐고?

    강금실이 법무부 장관으로 처음 실시한 검찰인사에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동생(홍석조?)을 검찰 조직 서열상
    5위인 자리로 승진 시켰다.

    이게 검찰 개혁을 위한 인사라 할수 있는가?
    삼성 로얄 페밀리 봐주기 인사지...

    둘, 삼성x파일 의혹 물타기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당시 삼성x파일만 법대로 처리 되었다면 박연차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노무현도 자실까지 가는 비극을 사전에
    막았을 것이다.

    셋,의료선진화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하여
    이해찬 총리실 산하에 TF팀을 운영하였다.

    여기에는 삼성 연구소 인물들이 다수 참여하였고,
    의료보험 민영화, 병원 영리법인 설립등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려 했다.

    넷, 어느날 느닷없이 10배 남는 장사도 있어야 한다면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며 서민들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함마로 내리쳤다.

    마지막으로,노무현과 삼성과의 검은 커넥숀의 절정은 한미FTA 추진이다.
    한미FTA는 최소한 중,상류층 인사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갖다주는 정책이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라고 할수 있다.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자들은 흔히 노무현을 보고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다 하는데 어느것 하나를 보아도 노무현은 서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서민들 보다 더 많이 가진자들을 위한 국정을 펼쳤다.

    특히 삼성의 사주에 의하여 삼성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