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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문화행사도 통제, 국정원 '조계사 압력' 전말
진알시 '라면탑 쌓기' 취소 파문, 국정원·KBS 조계사 압박…심상찮은 佛心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29 [17:27]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일주일 간 진행하기로 했던 문화행사에 대해 국정원과 KBS가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장소를 제공한 조계사 측에 '행사 취소 결정'의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누리꾼들과 시민단체의 순수 행사를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통제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만취 경찰들의 '스님 폭행 사건'과 맞물리면서 '제2의 종교편향' 논란으로 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 권 모 씨, 조계사에 '은근한 압박'…"순수 문화행사 마저 통제하다니"
 
'촛불' 누리꾼 중심의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과 불교여성개발원 등 종교·시민단체는 31일부터 2월 7일까지 서울 조계사에서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를 열고,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사랑의 라면탑' 쌓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취지에 동감해 당초 지난해 12월 장소 제공을 약속했던 조계사 측이 행사 3일 전인 지난 28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일반 시민들과 이미 약속된 행사를 취소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지만, 장소 제공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주최 측에 통보했다.
 
▲ 조계사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직원 권 모 씨의 명함. 진알시는 28일 이 명함을 공개했다.     © 진알시

이같은 취소 결정은 당일(28일) 아침 조계사 내부 회의에서 결정됐으며, 주지스님이 직권을 통해 행사의 취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과정에서 주지스님은 '행사 불허' 결정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진알시 관계자는 29일 <대자보>와의 통화에서 "(주지스님의 결정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계사 관계자가 (진알시 측에) 국정원의 압력 정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진알시에 따르면, 조계사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 권 모 씨가 '본 행사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등 사실상의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으며, 조계사 측에선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적힌 권 씨의 명함 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알시는 "이번 행사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네티즌들의 사랑을 전달하려 했던 행사였다"며 "이런 좋은 취지의 네티즌 행사 조차도 국정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권력기관의 통제를 받아야하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행사의 형태 역시 집회 성격이 아닌 순수한 문화 행사"라며 "국정원이 국가 안보와 질서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민간 사찰을 하듯 일반 시민들의 합법적 문화행사도 막는 저의를 알 수가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KBS 마저 '전화 압력', '수신료 인상 반대 퍼포먼스'에 불쾌?…"참담한 현실"
 
국정원의 '압력' 이외에도, KBS 관계자 역시 조계사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행사를 취소하는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진알시는 이와 관련, 'KBS대외팀장 이 모 씨'라는 구체적 직함 등을 공개했다.
 
당초 행사 내용 중에는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1일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으며, 수신료 납부 거부를 선언한 100명의 시민 명단을 발표한 뒤 이들이 기증한 텔레비전 수상기로 '한곳만 바라보는 TV는 싫어요'란 퍼포먼스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 KBS도 진알시 측에 행사의 취소를 요구하는 전화를 진알시 측에 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김인규 KBS사장 취임식 당시 모습)     ©CBS노컷뉴스

때문에 진알시 측은 KBS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조계사 측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진알시는 "수신료 인상을 놓고 수동적으로 당해야 하는 언론 소비자 입장에서 '퍼포먼스'는 당연한 의사 표현"이라며 "KBS가 사회적 파장을 두려워해 마치 정부 기관원의 권력 행사처럼 압박을 가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단체도 아닌 네티즌들의 자발적 커뮤니티가,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한 수신료 거부운동 마저도 국가기관의 사찰대상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권 들어 구시대로 퇴행한 정보기관의 권력남용, 인권침해 실상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며 "KBS가 진정 국민이 두렵다면 권력의 나팔수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진알시 측은 이번 행사가 취소가 아닌 연기라는 점을 강조, 장소 섭외과정을 거쳐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를 조만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조계종 방북' 들먹이기도…심상찮은 불교계 반발,  "깊은 우려"
 
국정원의 이같은 압력은 최근 만취 경찰들의 스님 폭행 사건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제2의 종교편향 논란에 다시한번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불교계는 이번 행사 취소 압력과 관련해 국정원장의 참회와 관계자 문책 등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정원 관계자가 조계사 측에 '장소제공 불허'를 촉구할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상황을 언급하며 '은근한' 압박을 가한 사실 까지 드러나면서, 불교계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 국정원의 조계사 압력은 최근 만취 경찰들의 스님 폭행 사건과 맞물리면서 불교계의 반발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자료사진)

조계사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한 <법보신문>의 29일 기사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28일 직접 조계사를 찾아 조계사 고위 층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하는 시기에 조계사에서 반MB 집회를 하면 되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 스님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에 따라 오는 30일 부터 3박 4일의 일정으로 방북할 계획이며, 여기서 '남북 불교 교류 활성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단체들은 29일 오후 '국정원장의 참회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큰 충격과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 종교기관까지 사찰하고 감시했던 안기부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들 단체는 "국정원 직원이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 스님의 평양방문 등을 거론하며 해당 행사가 정치적이고, 단체의 성격이 진보적이라는 등 조계사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국정원장은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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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9 [17: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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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재타도 2010/01/30 [11:17] 수정 | 삭제
  • 불교계가 겨우 무능하고 부도덕한 이명박의 압력에 굴종하여 장소제공을 불허할 정도로 나약하고 썩었는가?
    조계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발밑의 때만큼이라도 본받길 바란다.
    저런 총무원장이 있다는 건 불교계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