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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MB심판 시작 알리는 서종"
[종합] 재판부 "왜곡보도 아니다" 제작진 무죄…정부여당·조중동·檢 치명타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20 [13:25]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법원이 20일 '왜곡보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제작진 전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판결은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던 '광우병 보도'가 개인 명예를 훼손할 정도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그간 '왜곡·허위보도'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정부여당과 보수언론들은 이번 선고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방송의 '공적기능' 보도자유 인정…"<PD수첩> 방송내용 허위사실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조능희 CP와 김보슬 PD, 김은희 작가, 송일준, 이춘근PD 등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 판결의 핵심은 지난 2008년 4월29일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란 제목으로 보도한 방송 내용 대부분에 대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에 있다.
 
▲ 지난 2008년 4월29일 방송된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    ©MBC

재판부는 당시 제작진이 '다우너 소(앉은뱅이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것과,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vCJD)에 걸려 사망했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을 모두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의 발병 확률이 94% 가량 된다'는 보도가 전체적으로는 사실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이 제작진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다우너병에 걸린 소가 모두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쳤으나, 이날 재판부는 "모두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도 인정됐다"고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다.

아레사 빈슨의 모친(로빈 빈슨) 인터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광우병과 흡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허위사실이 아님을 결론내렸다.

특히 '제작진이 자막을 왜곡했다'며 지난해 <PD수첩>과 진실공방을 벌였던 변역가 정지민 씨의 주장과 관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정 씨가 방송제작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며,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진을 고소한 것에 대해 "충분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이유가 있다면 이는 보도자유 영역에 속한다"며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정 전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 등은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방송'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오역과 편집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인정, 이들을 지난 6월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제작진이 허위·왜곡 방송으로 정권퇴진 운동 및 촛불시위를 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키고 1조9천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했다"며 제작진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정부여당, 보수언론 논리 정당성 잃어…"오늘 판결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이날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재판부 결정은 지난 2008년 첫 보도 이후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광우병 보도'와 관련, 사회적 공기로서 방송의 공적 역할과 언론의 비판보도 기능 등을 인정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법원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0일 PD수첩 제작진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빠져나오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CBS노컷뉴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보도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으며, 비록 <PD수첩> 보도로 정부 관계자의 사회적 평가와 명예가 저하됐더라도 이는 '보도자유'라는 공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써 '광우병 선동방송' 주장에서 부터 촛불집회 이후 이념적 문제까지 거론해온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들은 이날 판결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됨과 동시, 그들 주장에 논리적 근거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상황이 돼버렸다.

이에 대해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법원 판결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PD수첩 사태의 책임이, 줄곧 국민 여론을 묵살해 온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횡포에 있음을 직시한다"며 "오늘 판결은 현 정권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보수언론을 향해 "이제 조중동의 주장이야말로 왜곡되고, 조작되고, 날조된 것이라는 것이 명명백백해졌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 정권에 부역한 정치 검찰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이제 대전환의 계기는 마련됐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시대를 거스르는 현 정권과,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이 사회를 농단해 온 정권 결탁 세력에 대한 심판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능희 전 <PD수첩> CP는 무죄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라며 "그동안 무수한 탄압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견뎌왔던 제작진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자랑스럽다"고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 '무리한 기소' 논란일 듯, 법원과 대립각…"망신 피할 수 없을 것"

한편 이날 판결로 검찰 역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으나, 그간 언론시민단체 등이 주장한 '표적 정치수사'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판결과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최근 법원의 잇단 '소신 판결'에 대한 검찰과 한나라당의 반발 역시 정당성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모습.      ©대자보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기 위해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간 명백하게 정치적 사건"이라며 "따라서 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법적으로 끌고 간 당사자들은 사과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검찰이 정부와 여당이 벌이는 정치공세의 행동대장이 되어 공소권을 남용하는 한, 법정에서의 망신은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최근 한나라당이 사법부 공격에 이성을 잃은 마당에 다시 한번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수차례 지적했듯, 본인들의 정견과 차이가 있다고 법원을 쥐고 흔든다면 사법부의 독립성은 요원해진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피디수첩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이자 상식과 국민이 이긴 것"이라며 "이 판결의 의의는 국민들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대통령과 한나라당, 일부 언론에 유죄선고를 한 것이다. 유죄판결의 죄목은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과 업부방해"라며 "이제 사법부를 흔들려는 광란의 공세에 맞서 사법부의 양심과 독립을 지키는 일에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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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0 [13: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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