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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말 드러난 '80년 언론통폐합', 수혜자는 동아·중앙?
진실화해위 "전두환 정권장악 음모"…"동아·중앙에 '종편허가' 목적" 의혹도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07 [16:23]
1980년 발생한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장악을 위해 '조직적 개입'을 했던 것으로 7일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이영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탄압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돼온 '언론통폐합'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언론 침해로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적절한 조치 등을 권고했다.
 
"보안사 군인들, 권총 소지하며 언론사 사주들 '협박'"
 
지난 80년 11월 단행된 '언론통폐합' 사건은 당시 28개의 신문사와 29개의 방송, 통신 7개 등 64개 언론사가 신문 14개, 방송 3개, 통신 1개 등 18개 언론사로 강제 통폐합되는 동시, 이과정에서 1,000여명 이상의 언론인이 강제해직 조치를 당한 사건이다.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1980년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CBS노컷뉴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이 역사적 중요성과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지녔다고 판단, 2007년 11월 20일 직권조사 사건으로 조사개시를 결정했으며, 현존하는 29개 언론사로 부터의 서면답변과 통폐합 대상 언론사 및 해직기자 등에 대해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80년 1월 당시 전두환 보안사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군부가 집권하는 방안을 검토한 데 이어 3월 경 집권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언론을 조정·통제하는 내용의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전두환 신군부는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언론인 해직, 정기간행물 폐간, 언론사 통폐합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군부의 조치는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법 절차와 요건에 따라 처리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통폐합 대상 언론사 선정은 그 해 4월 부터 언론사주 및 소속 종사원에 대한 동향 파악을 시작으로, 친정부 성향 여부와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관계 여부, 언론사별 비리에 대한 조사와 신군부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특히 이과정에선, 언론사가 보안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국세청과 감사원을 통한 세무사찰이 계획되어 있었으며, 권총 까지 소지한 보안사 소속 군인들은 '계엄'이라는 비상상황을 이용해 언론사 사주들을 소환한 뒤 포기각서 까지 종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군부는 "방송의 공익성을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언론사의 수뇌진을 교체한 뒤 동아방송(DBS)과 동양방송(TBC), 대구한국FM, 전일방송, 서해방송 등 5개 방송사를 KBS로 통합하는가 하면, CBS에 대해서는 보도-광고 기능을 정지시켰다.
 
신문사의 경우, 7개의 종합일간지 중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에 통폐합 된 뒤 6개지로 개편됐으며, 경제지는 4개사(서울경제, 내외경제, 매일경제, 현대경제)중 서울경제와 내외경제가 각각 한국일보와 코리아헤럴드로 통폐합되어 2개의 경제지로 재편성 됐다.
 
진실화해위는 "신군부는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언론사와 개인의 재산을 환수, 기부채납하게도 했다"며 "(정권에 의해 자행된) 통폐합이 언론사 자유 의사에 따라 시행되는 것 처럼 홍보해 공권력의 위법 행사를 은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언론계 저항세력 30%로 규정한 뒤 강제해직"
 
이밖에도 '언론인 강제해직'과 관련해선, 신군부는 체제에 순응하는 언론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보기관의 자료와 보안사 요원들의 동향자료를 바탕으로 언론계의 저항세력을 30%로 규정한 뒤, 각 언론사에 이들을 해직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 언론공작을 실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0.4. 보안사 내에 별도로 구성된 언론조종반 운영계획     © 진실화해위
 
▲ 보안사, 지방지 통합에 따른 해결방안 수립보고 (1980. 11.) 지방 언론사의 비리(약점)가 조사되어 있고, 이를 활용하여 회유하고 거부 시 수사처리를 통해 강제 집행한다는 내용의 보고이다     © 진실화해위

특히 신군부는 언론인 해직의 표면적 이유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의 자율결의'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보안사가 신군부에 비판적인 언론계 인사들을 선정해 명단을 작성한 뒤, 이를 언론사에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신군부는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직된 일부 언론인들을 삼청교육대에 입소시키는가 하면, 해직 이후에도 '취업 제한' 등의 방법을 통해 생존권을 위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이를 '명백한 공권력 부당행사'로 봤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언론사는 보안사로 부터 지시받은 일정비율에 따라 자체적으로 해직 대상자를 선정한 후, 부조리나 무능의 이유를 들어 언론인을 해직시켰다"며 "해직된 언론인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혀 가정파탄, 생계곤란 등의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에 대해서도 진실화해위는 신군부가 당시 법률 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통해 정기간행물 172종의 등록을 취소시킨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군부가 '외설 부조리', '사회불안 조성' 등의 이유로 정기간행물들에 대한 정화 이유를 밝혔으나, 등록이 취소된 정기간행물들은 이후 '외설'이란 불명예와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진실화해위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 및 언론인 강제해직, 정기간행물 및 출판사의 등록취소 조치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한 뒤 강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이 사건의 신청인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차원의 조속한 조치 등을 촉구했다.
 
"MB정부, 위원회 조사 아니더라도 과오 드러날 것"
 
80년대 '언론통폐합' 사건을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장악 의도로 규정한 진실화해위의 이날 결정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현재의 '언론-방송장악' 논란에 역사적 경고를 가한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언론광장 김주언 감사는 이날 오후 <대자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전두환 정권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언론을 장악한 것을 놓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 보상 등을 주문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감사는 특히 이날 위원회의 결정을 현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에 대입,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물리적 폭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과거 '언론통폐합' 사건과) 차이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연주 전 KBS사장과 신태섭 전 KBS이사 등에 대한 해임 무효 판결을 거론, "정권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의 '무효' 결정으로 (언론장악)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사과나 후속조치 등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감사는 "(법원의 잇단 무효 판결에도) 언론장악을 계속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끝난 후 위원회 조사 등이 아니더라도 비난과 과오가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이날 "이명박 정부가 이번 결정을 '부당한 개입으로 언론의 자유가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진실화해위의 결정처럼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역시도 후세에 분명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날 진실위 발표의 목적이 일부 신문사들에게 종편을 허가하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최시중 위원장)     ©CBS노컷뉴스

"진실위 발표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종편을 주기 위한 술책"
 
하지만 이날 진실위 발표는 당시 통폐합 대상이던 동아방송(DBS)과 동양방송(TBC)이 각각 현재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계열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이들 신문사에 종합편성 채널을 허가하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제와서 '불법이다'라고 결론내린 것은 그 신문사에게 다시 종편을 허가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끄집어 낸 뒤 종편을 주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과거 전두환 정권이 그렇게(언론장악을) 한 것에 대해 3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실적 조치를 취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당시 해직기자들에게 실질적 조치를 해주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유로 김 대표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종편을 줬을 경우 발생할 비판 때문에, 과거 사건을 들춰내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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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7 [16: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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