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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보다 못한 MB정부, '광우병파동' 재현
대만 발 '美쇠고기 수입 금지', 한국 정부 후폭풍…MB '재협상 약속' 이행?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06 [15:57]
대만 의회가 자국민들의 강력 반대에 따라 광우병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 6개 부위에 대해 전격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대만 발 '광우병 파동'의 후폭풍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문제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만 의회, 자국민 반대에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합의
 
앞서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과 야당인 민진당은 미국산 쇠고기의 특정부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품법개정안'을 만장일치로 5일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해 10월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던 미국과의 합의를 뒤집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만 의회의 '합의'는 지난해 한국에서 발생한 '촛불정국'과 같이 최근 자국민들의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에 따른 것이다.
 
▲ 한국과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비교.     © 강기갑 의원실 제공

6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따르면, 대만은 미국으로 부터 '국제적 압력'을 받을 경우 입법원, 정당,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국민당과 민진당은 이를 법률로 까지 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대만은 지난 10년간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의 쇠고기에 대해 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등 6개 부위와 이에 따른 생산품의 수입, 수출을 금지토록 했다.
 
또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러한 조건에 부합돼야 이들 품목의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당장 대만 의회의 결단은 지난해 한국과 미국이 맺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대만 의회의 법개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만이 '식품법개정안'을 통해 모든 월령의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 부분), 머리뼈, 뇌, 척수, 분쇄육, 내장까지도 전면 수입금지키로 한 반면, 한국 정부는 모든 월령의 편도와 회장원위부만 수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월 한미 쇠고기 협상 이전까지 30개월 미만의 머리뼈와 뇌, 눈, 척수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분류해 수입을 금지했으나, 당시 쇠고기 협상에선 30개월 월령제한 해제를 비롯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결국 우리 정부는 대만이 금지하고 있는 30개월 미만의 머리뼈, 뇌, 눈, 척수는 물론이고 모든 월령의 분쇄육과 내장까지도 수입을 허용했다"며 "2008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FTA 미의회 비준을 위해 굴욕적 협상을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MB정부 '약속' 이행할까?…"즉각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문제는 지난해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을 향해 내걸었던 정부의 '약속'. 대만과 일본 등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가들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는 등 기준을 강화할 경우,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전면 금지'와 '20개월 미만 수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이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위험 6개 부위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밝힌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이번 대만 의회의 법개정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약속대로) 즉각 미국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국과 미국과의 협상결과가 우리 보다 나을 경우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실제로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미국이 일본, 대만을 상대로 진행중인 쇠고기 협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 만일 우리와 다른 조건으로 협상한다면, 당연히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정국 이후인 작년 9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쇠고기 파동에서 얻은 교훈이 많다"며 "(미국과 일본, 대만과의 쇠고기 협상도) 국제 통상규정이 있으니 (우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정부의 재협상여부와 상관없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최소한 대만처럼 모든 월령의 편도, 회장원위부, 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도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토록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민주 "미 쇠고기 수입문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
 
한편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6일 브리핑에서 "일본에 이어 대만도 대한민국에 비해 훨씬 엄격한 쇠고기 수입제한 규정을 결정했다"라며 "200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미 쇠고기 수입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 대변인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며 "이명박 정권은 한승수 전 총리의 약속대로 미국을 상대로 쇠고기 수입규정에 대한 개정요구를 다시 요청해야 한다. 적어도 대만 수준의 개정요구를 해서 관철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를 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짓말 정권이 될 것"이라며 "개정요구조차 하지 못할 경우에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자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또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논평에서 "대만 입법원의 조치를 보면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친서민을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한국진보연대는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 저항 당시의 약속대로 수입협정 개정에 즉각 착수해야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며 "대만 사람들보다도 못한 수입조건을 즉각 개정해 국가의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는 것, 국민과의 공개약속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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