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국문화 알리는 파빌리온, 정부가 직접 세워주길"
[사람] 남인도 오로빌 공동체 파빌리온추진위원회 대표들의 신년 바람
 
김철관   기사입력  2010/01/05 [21:31]
“정부가 이곳 인도 오로빌 공동체 내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파빌리온(문화 전시관 및 교육 장소)을 세워줬으면 해요.”
 
남인도 타밀나드주 폰디체리 주변 오로빌(Auroville) 공동체는 인류의 일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세계 43개국 2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이곳은 정치, 종교, 국적을 초월해 평화와 조화 속에서 삶을 실천하는 국제공동체 마을이다. 지난 66년 유엔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결의로, 68년 2월 28일 세계 124개국의 대표들이 가져온 나라의 흙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오로빌이 탄생했다. 물론 한국의 흙도 포함됐고, 벌써 40년이 흘렀다.
 
10년 전 한국에서 오로빌에 정착한 오은경(57)씨와 김성애(52)씨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오로빌리안들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각각 대표와 부대표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오후 2시(한국시간 5시30분) 오로빌 공동체 내 솔라키친 게스트 서비스 회의실에서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지난 1월 4일 오후 2시(한국시간 5시 30분) 남인도 타밀나드주 오로빌 공동체 내 솔라키친 게스트 서비스 사무실에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 오은경(좌) 대표와 김성애(우) 부대표.    ©김철관

먼저 오은경(이곳에서 '은경'이라고 부름)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일부 한국인들이 오로빌 공동체를 종교집단인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어 가슴 아프다. 오로 빈도와 마더의 철학을 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철학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지 이들을 신격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설립초기부터 지금까지 UN, OECD, EU, FAO 등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종교집단이라면 이들 국제기구가 지원을 하겠는가.”
 
실제 그렇다. 오로빌은 종교단체가 아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명상, 요가, 걷기, 생태 체험, 일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의식을 진화’시키는 곳이다. 오로빌 설립 목적이 실질적으로 인류의 일체성을 구현하고, 살아있는 본보기를 만들기 위한 물질적, 정신적 연구의 장이여서인지 설립초기부터 국제기구들의 지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인도, 미국,,독일, 프랑스 등 13개국의 정부 기관과 인도, 미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 13개국의 비정부 기구 및 사업체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정부의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런 사실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이해해, 마치 종교단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오로빌리안들이 힘을 합쳐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 오로빌 중심 명상 센터인 '마티리 만디르'에 명상을 하려가는 사람들.     © 김철관
실제로 지난 2007년 1월 24일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사물놀이 풍물패 길놀이를 시작으로 춤마당과 아리랑 합창이 이어졌다. 또 서예 한글 이름쓰기, 젖가락 사용 경연대회, 윷놀이, 재기차기, 팽이치기 등 놀이와 다도 예절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국악공연 비디오 및 영화 감상과 된장국, 김치, 해물파전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홍보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을 포함해 300여명의 세계 각국가 사람들이 참여해 즐겼다.
 
오는 1월 21일과 22일, 양일간에 오로빌 내 사다나 포레스트(황무지 개간 사업)에서 한국 환경 다큐멘터리영화 및 탈춤, 강강수월래, 김치워크샵, 전통 음식 조리, 나눔의 장 등의 행사를 연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 4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오는 2월은 이곳 인터내셔널 구역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의 파빌리온 그룹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 기간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 오로빌 멀티미디어센터에서는 미인도, 우생순, 웰컴투 동막골, 밀양 등 한국영화를 상영 예정이다.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 김성애(이곳에서 '사라시자'라고 부름) 부대표의 말이 이어진다. “10년 전 2명의 한국인 오로빌리안으로 시작해 현재 상주 인원이 30여명(오로빌리안, 뉴커머)을 넘었다. 이제 인도, 프랑스, 독일 등에 이어 11번째 국가가 됐다. 게스트를 포함하면 50여명 정도가 이곳에서 적극적인 활동하고 있다. ”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장으로서 한국 파빌리온 설립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오로빌 내에 위치한 국제구역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나라 문화의 핵심적 진수를 깨닫게 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나라들의 생활방식을 접할 수 있게 해, 세계 모든 나라의 진정한 정신을 배우고 그것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교육의 장소를 갈망하고 있다. 바로 한국 파빌리온을 건설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인도, 미국, 티베트 등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파빌리온 건물이 세워졌고, 그곳에서 자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자주 열고 있다.
 
오 대표는 한국 파빌리온(문화전시관 및 교육 장소)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오로빌 내에서 독특한 문화를 지닌 모든 나라들이 그 문화를 대표하고 각 나라의 풍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양식으로서 정부 지원으로 파빌리온이 세워지고 있다. 
 
▲ 유엔 유네스코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세계 124개국 대표들이 오로빌 공동체의 첫 삽을 뜬 지난 68년 2월 28일 한국 대표도 참여했다. 당시 사진의 모습.     © 김철관

파빌리온이 세워져 오래 전부터 활동을 왕성하게 한 나라도 있고, 한국,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러시아, 아프리카 등은 파빌리온 건설 추진 그룹을 만들었다. 각 국가의 관습과 풍습, 음악, 회화, 조각, 놀이, 음식, 자연 풍광 등을 전시 소개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파빌리온 건축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만다라 화가로 알려진 김성애 부대표도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혼혈을 쏟고 싶다고 피력했다. “매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빌 공동체를 방문해 장기 또는 단기로 거주하면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수 백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과 생활에 필요한 파빌리온과 숙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파빌리온을 건축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오로빌 공동체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는 한 달에 한번 정규회의를 갖는다. 회의에서는 파빌리온 추진사항, 한국 문화행사 사업 등을 논의하고 있다.     © 김철관

이들은 “유엔, OECD 등에서도 오로빌에 대해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듯, 한국 정부도 지원에 나섰으면 한다”면서 “이곳을 방문한 국내외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장인 파빌리온 건설을 위한 도움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파빌리온추진위원회(대표 오은경)는 오로빌 공동체에 살고 있는 오로빌리안, 뉴 커머 등 30여명으로 구성됐다. 물론 게스트들도 참여해 발언할 수 있다. 위원회는 매달 정기적 회의를 열고 있다. 특히 한국 문화와 더불어 인류가 함께 살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파빌리온 추진과 관련해 정부, 국회의원, 유네스코 한국 대사, 인도 대사, 주한 인도대사 등의 면담을 계획하고 있고, 각 기관별 공식문서를 통해 파빌리온 건설의 정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0/01/05 [21:3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