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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보여준 '통즉불통(通卽不痛)'의 리더십
광화문 광장의 준공 의미는 '소통'...화합과 대화정치 복원돼야
 
박종률   기사입력  2009/08/02 [22:18]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
 
직역하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즉 기혈(氣血)이 통하지 않고 막혀 있으면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말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의학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등재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명기돼 있다.
 
그러나 '통즉불통 불통즉통'이 사람의 신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과 집단, 나아가 정치에서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의 원리가 되는 것이다.
 
가깝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통즉불통(通卽不痛)'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이른바 '백악관 맥주회동'이 그것이다.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사건으로 불거진 흑백 인종갈등에 자신의 말 실수까지 겹쳐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오바마는 또 한 번의 사과(謝過)와 함께 당사자들의 화해를 위한 장(場)을 마련했다.
 
전과 달라진 점오바마는 맥주회동을 제안한 제임스 크롤리 경찰관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헨리 게이츠 교수를 설득해 백악관에서 서로의 악수를 유도했다.
 
물론 두 사람의 악수로 뿌리깊은 미국의 흑백갈등이 해소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맥주 정상회담(beer summit)'이라고 이름 붙인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40분 남짓한 회동을 마친 뒤 오바마는 "사려깊은 대화를 나눈 교훈의 시간이었다"고 말해 '4人 4色'의 맥주가 시원했을지는 몰라도 대화 내용이 상당히 무거웠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맥주회동의 의미는 서로의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만남 그 자체에 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따뜻한 눈과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는 곧 갈등 치유를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흑인교수 체포사건과 오바마의 대처방식에 찬반양론으로 갈라졌던 미국인들도 맥주 한 잔에 곁들여진 웃음 섞인 대화를 지켜보면서 걱정과 우려를 상당히 덜어낸 듯하다.
 
오바마가 보여준 '소통과 화해의 리더십'이 '급한 불끄기'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온 셈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백악관 맥주회동'에 대해 내리막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오바마의 분위기 반전용 이미지 정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 오바마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바를 위해 무릎을 굽힐 수 있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소통의 부재, 대화의 단절이다. 나와 너만 있을 뿐 우리는 없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따른 여야 대립, 쌍용자동차의 노사분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허준을 낳은 우리는 정작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을 외면하고 있는데 태평양 너머에 있는 오바마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미래를 향한 것이다. 6백년 역사를 간직한 광화문 광장의 준공 의미도 바로 소통(疏通)에 있다.
 
광화문 광장에는 이미 세워져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오는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세종대왕 동상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여의도 국회 의사당 본관 1층에는 입구 좌우측에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이 자리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의 준공을 계기로 청와대에서부터 여의도까지 시원한 소통의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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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02 [22: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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