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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폭발 사고로 한국인 4명 사망, "폭탄 테러인듯"
일몰구경 중 '꽝', 자살폭탄 테러인 듯"…외교부 사고 수습
 
김규완   기사입력  2009/03/16 [09:45]
예멘에서 폭탄테러로 보이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숨졌다.
 
예멘은 중동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해 우리 정부가 여행자제 권고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 일몰 구경 중 '꽝'
 
예멘 남동부 하드라마우트 주 시밤 시에서 현지시간으로 15일 오후 5시50분(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50분)에 폭탄 폭발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다.
 
AP 통신은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자살폭탄 테러범 1명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공격해 관광객 가운데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인 사망자들은 사고 당시 시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카잔(Khazzan) 언덕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한국인 관광단은 현지 교민인 인솔자 1명과 현지인 가이드 1명을 포함해 18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사망자는 주용철(59·서울 암사동), 신혜윤(55·여·암사동)씨, 박봉간(70·서울 삼성동), 김인혜(64·여·서울 목동)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주 씨와 신 씨는 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는 홍선희(54·여·서울 상도동), 박정선(40·서울 홍제동), 손종희(암만 현지 거주)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밤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역으로, 높이 솟은 진흙 벽돌 빌딩이 있어 '사막의 맨해튼'으로 불리고 있다.
 
◈ "자살폭탄 테러인 듯"
 
한국인 자체를 겨냥한 테러라기 보다는 중동에서 잇따르고 있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자살 폭탄테러로 보인다.
 
특히, 이들 한국인들은 순수 관광객이고 선교단체 회원들은 아니라고 외신이나 현지 교민들이 전하고 있다.
 
현지의 한 관리도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자살폭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리는 "매설된 폭탄에 의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금 다르게 얘기하기도 했다.
 
또, 곽원호 주 예멘 대사도 "폭발물이 터진 곳이 과거에 폐광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버려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일 수도 있다"며 "아직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테러 사건이라면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나서는 단체가 있는데, 아직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나서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 성인 1명이 평균 총 3자루씩 가진 나라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예멘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가운데 한 곳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내외 테러 단체들에 의해 끊임없이 납치와 테러,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998년 1월에는 주 예멘 한국대사관의 소속 외교관의 부인과 3살짜리 딸이 교민 1명과 함께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일도 있었다.
 
또, 2005년 12월에도 독일 전직 외교관과 가족이 납치됐다가 풀려났고 이탈리아 관광객 4명이 마리브 지역 부족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최근에 일어난 테러사건으로는, 지난해 1월에 벨기에 관광객 2명이 이번에 폭발사고가 난 하드라마우트 주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앞서, 2000년 10월에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폭탄을 실은 소형 보트를 타고 예멘 아덴항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 구축함 콜 호를 공격해 미 해군병사 17명이 숨졌다.
 
또, 2007년 7월에는 예멘 중부 고대 사원에서 역시 자살 폭탄테러로 스페인인 8명과 예멘인 2명이 사망했다.
 
국제 무기조사 기관인 '스몰암스 서베이(Small Survey)'는 "예멘 전체 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 수는 1천700만정 으로 성인 1인당 평균 3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예멘에서 이처럼 총기 소유와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예멘 사회에 그만큼 납치와 총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도 예멘 남부 주민들은 중앙정부의 차별 대우에 불만을 품고 건물 파괴와 약탈을 일삼고 있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을 위한 은신처가 되면서 수도 사나를 제외하고는 나라 전체가 알-카에다의 테러공격 위협 아래에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한 현실을 감안해 예멘을 여행 제한지역으로 설정해 예멘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순수 관광객인 듯
 
한국인 관광객들은 선교단체 회원들이 아닌 순수 관광객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교민은 "선교단체라면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과는 다르게 일정이 짜이는데 이번 관광객들은 시내 관광을 하는 등 특이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예멘은 국제 테러조직의 은신처로 알려져 있어 테러위험이 상존해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는 편이라 이번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와 눈길을 끌었다"고 다른 교민은 전했다.
 
사고를 당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9일 에미레이츠 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일 간 예멘과 두바이 일대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여행 7일째 되는 날 변을 당한 것이다.
 
1인당 495만원짜리 여행상품이었으며, 일정대로라면 한국시간으로 오는 18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 외교부 남은 관광객 '조기 귀국'
 
외교통상부는 사고사실을 즉각 확인하고 현지에 영사를 급파하는 등 사고경위 파악과 사고수습에 착수했다.
 
정부는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2차관 주재로 청와대와 총리실,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이기철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팀장으로 하는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대응팀은 현지에서 이번 폭발사건의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예멘 당국과 협의해 사상자와 부상자 이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곽원호 주 예멘 대사는 "부상자들은 예멘 정부가 제공한 전세기로 수도 사나로 이송돼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남은 관광객들은 즉각 한국으로 귀국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대사는 또 "사망자들의 시신은 17일 중 수도 사나로 운구될 예정"이라며 "추후 사항은 유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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