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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쓰나미' 동아3국, 수출의존 '수렁'속으로
[국제동향] 대만·홍콩·싱가포르 무역도시국 수출급감 경제위기 심각
 
최방식   기사입력  2009/03/06 [00:29]
지구촌 '금융쓰나미'로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국제무역 도시국가인 동아시아 3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전형적 수출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것 때문이어서 그렇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5일 전했다.

지난 반세기 이들 3국은 국제금융업 확장과 발전에 힘입어 수출산업의 몸집을 키우며 가파르게 성장,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제금융위기로 이 나라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IHT는 언급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수만명의 공장 노동자가 일주일에 3~4일 밖에 일거리가 없는 처지로 전락했으며 이들의 시간당 임금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최근 수출이 1/2로 급감하면서 전자산업 분야의 2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무급 장기휴가를 떠나고 있다. 홍콩에서는 한 실직 여성 노동자가 지난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도날드 창 행정청장과 통화중 자살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수만명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3~4일 일거리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시간당 임금 또한 크게 줄었다.     © 인터넷저널

동아시아 3국에 국제금융위기에서 파생한 '금융쓰나미'가 덮쳐온 것이다. 물론 3나라의 원인분석을 살펴보면 금융시장이 아닌 수출산업의 붕괴에 따른 것이다. 그 여파는 수출주도형 경제의 미래에 짙은 불안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의 마잉주 대통령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융쓰나미는 계속해서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지 경제발전전략을 재고케 한다"고 언급한 뒤, "시절이 좋을 때는 모두가 우리를 칭찬했지만 이제 수출이 타격을 받으니 그렇지 않다"며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교훈을 되새겨 내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3개 수출주도 무역국은 서방의 수입업자나 도매상들이 매상이 줄며 주문량을 줄이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수입국들은 경제적 타격에 상품주문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하고 있다.

요크 리아오 대만 경제기획개발위원회 사무총장은 IHT와 대담에서 "최근 소비가 2~3% 줄었는데, 왜 우리의 수출은 40%로 급감했느냐?"고 묻고 그 답은 해외 바이어들이 재고부터 처리하려고 주문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평면TV같은 주요상품의 수요가 급감하며 대만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의 국제화 경제체제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바이도 부동산과 금융버블이 꺼지며 침몰하고 있다. 카리브해 연안국들도 관광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거대 금융지주 버트 앨런 스탠포드가 지배하던 안티구아의 경제권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위기에 타격을 받은 대부분의 나라들에게 내려진 경제 처방은 내수시장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나친 수출의존성을 하루바삐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처방대로 시행하는 게 쉽지가 않다.

동아시아 나라들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은 오랫동안 어려운 과제였다. 특히 이들 3국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소비를 두려워하고 가능하면 절약하고 저축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경제 선진 부국들은 일반적으로 경기진작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미국, 일본 등도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동아시아 3국도 그런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지만 지나친 SOC투자는 철강 등 원자재 수입을 늘려 큰 피해를 부를 뿐이다.

게다가 그들의 무역 의존성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거부감은 미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대규모 내수진작 정책을 망설이게 한다.  또 싱가포르는 46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데 2천300만명의 대만과 비교할 때도 크게 작아 무역쇠퇴에 따른 취약성이 금방 드러난다. 내수시장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전통적으로 광물이나 원자재를 수입해 화학처리나 전자조립을 통해 완성품을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입규모가 내수 산업에 비해 3.5배나 크다. 게다가 해외 장기투자 대자본에 주도되고 있는 산업특성 때문에 이 나라는 지금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GE 같은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받아 가동되는 싱가포르는 즉시 경제전략을 바꾸고 있다. 해외 중소자본을 대대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아울러 정부주도로  생의학, 재료공학, 그리고 신미디어산업을 위한 연구실험실과 사무실(아파트) 건설을 강화하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철강이나 시멘트산업은 제동을 걸면서 말이다.

싱가포르 수상의 경제개발 자문을 맡고 있는 필립 요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국제 경제가 하락한다면 우리에겐 계속 희망이 안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수년동안 정부의 세금면제와 저가 토지·대출 혜택으로 추진되던 정보기술회사들이 3국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 이같은 대만정부의 퍼주기 정책 결과는 한 산업에 극단적 의존성을 띄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산업이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전자제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산업연맹 대만지역 의장이자 화학산업계 거물인 프레스톤 첸은 IHT와 인터뷰에서 "산업의 절반이 독감에 걸렸다"며 "50% 정도는 빨리 회복되겠지만, 나머지 50%는 거의 암에 걸린 정도로 봐야 한다"고 절망감을 피력했다.

동아시아 3국은 이 처럼 이 지역 경제의 맹주이자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중국에 바짝 달라붙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대만은 본토와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월 하나의 조항만 타결했고, 홍콩은 여섯 조항에 타결을 이룬 상태다.

7백만명의 인구를 가진 홍콩은 "어떻게 보면 매우 작은 시장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본토시장에 정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고 리타 라우 홍콩 상업경제개발장관은 말했다.

3개의 국제무역도시국가 중 어느 나라도 이제 수출을 더 확대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의 마잉주 대통령은 "금융쓰나미가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수출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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