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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물부족국가? 그 음침하고 위험한 거짓말!
[경제진단] 건교부의 '물부족국가' 규정은 논리적 비약, 4대강 살리기뿐
 
홍헌호   기사입력  2008/12/31 [14:28]
국토해양부는 지난 15일 ‘4대강 정비사업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고 이렇게 주장했다.
 
 “물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11년 약 8억㎥의 물부족이 예상되나 다목적댐 건설 반대로 가뭄 때 마다 제한급수 등 피해 발생”
 
상수도 시설 평균가동률이 50% 남짓인데 물부족국가?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이 과연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우선 먼저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부터 살펴 보기로 하자.
 
* <연합뉴스> 2005년 9월 6일자 = “상수도 시설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1인당 물 사용량과 상수도 가동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감소 추세여서 상수도 관련 시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복.과잉투자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1인당 물 사용량이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상수도 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50%를 약간 웃돌 정도로 떨어지고 있어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란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 사용량과 상수도시설 가동률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 일각에서 물 수요를 과다책정, 시설을 확충한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광역상수도의 비싼 물값 등을 이유로 별도의 지방상수도를 설치, 운영하는 등 상수도 시설에 중복.과잉투자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매일경제신문> 2006년 3월 21일자 = “만성적인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온 우리나라에서 최근 수십 년째 수돗물이 남아돌고, 올해 처음으로 생수(生水) 수출이 수입을 능가하는 등 기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물부족 옹호론을 펴며 댐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건설교통부조차도 물부족 국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하는 등 물부족국가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당장 지자체 등의 정수장 시설은 수돗물 소비급감으로 상당수를 놀려 과잉투자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하루 평균 수돗물 공급량이 96년 499만t이던 것이 올 들어서는 333만t으로 무려 33%나 급감했다. 서울시내 6개 정수장시설 가동률은 62%에 채 못 미친다.”
 
연합뉴스, 매일경제신문의 보도내용과 국토해양부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사실일까. 대한민국은 과연 국토해양부의 주장처럼 ‘물부족국가’일까. 이 글에서 필자는 국토해양부와 귀동냥 지식인들이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물부족국가’라는 신화의 실체를 하나하나 파헤쳐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1일 1인당 급수량,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사람들은 통계가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모든 통계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상수도 시설 평균가동률과 같은 통계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실제로 측정한 수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문에서 사기극이 모색되기는 어렵다.
 
우선 먼저 건설교통부의 건설교통통계연보와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에 실린 상수도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부터 보기로 하자.
 
▲ (출처) 1971~1986년 자료는 건설부의 건설통계연보, 1991~2006년 자료는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     © 대자보

위 자료를 보면 ▲ 2006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 중 대부분(4526만명)이 상수도 급수를 받고 있다는 사실, ▲ 1996년 이후 상수도 수돗물수요 정체로 10년간 급수량이 1570~1580만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 또 상수도 수돗물수요 정체로 상수도 가동률이 1991년 77.3%에서 2006년 52.4%로 급감하였다는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수(생활용수) 이용량, 증가 폭 크다고 볼 수 없어
 
혹자는 이렇게 우리나라 상수도 활용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최근의 생수 구매량이나 지하수 이용량 급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막연한 추정으로 함부로 현실을 예단해서는 곤란하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내놓은 통계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그런 생각들이 전혀 근거없는 것임을 쉽게 알아 차릴 수 있다.
 
▲ (출처) : 환경부, 건설교통부     © 대자보

위의 표를 보면 생수판매량은 2006년 현재 247만톤 규모로 344억톤 규모의 전체 물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는 못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지하수(생활용수) 이용량 또한 15~18억 톤 규모로 전체 물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생활용수 사용량도 무한정 늘어날 것이라니...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보면 그 수치의 황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출처) 인구 : 통계청, 연도별 추계인구 / (출처) 1985~1996년 자료 : 건설교통부, 국토이용에 관한 연차보고서 / (출처) 2001~2016년 자료 : 건설교통부, 2001년 수립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     © 대자보
 
건설교통부는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활용수 사용량도 무한정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런 추정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 1998년 말 현재 우리나라 1일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이 선진국들의 평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데 앞으로도 우리나라 생활용수 사용량이 무한정 늘어날 것이라니..도대체 이런 엉터리 추정 수치들을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 (출처) : 환경부, 환경기본통계편람, 2000     © 대자보
 
▲ (출처) : 국토해양부, 통계청.     © 대자보

위 자료를 보면 국토해양부 관료들이 환경파괴적인 댐 등을 건설하여 우리나라 1일1인당 생활용수 공급량을 세계 최고수준인 노르웨이(520리터/1일)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런 시도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나 환경보호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것이다. 지형과 기후 조건 덕택으로 수량이 풍부한 국가수준으로 인공댐을 만들어 수량을 확보한다 ? 제 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결코 이런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UN의 지구환경보고서, 한국의 환경파괴적인 댐건설 우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엉터리 신화는 국민들의 뇌리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대체 이런 엉터리 신화는 어디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이 엉터리 신화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이 2003년 3월 19일 <오마이뉴스>에 쓴 기고문, <한국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 아니다>를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굳건한 '물부족국가의 신화'가 얼마나 근거있는지, 답답한 마음에 확인에 나섰다. 우선 건교부 수자원정책과에 물었더니, UN 기구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가능량'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520톤 밖에 안돼 리비아·모로코·이집트·오만 등과 함께 물부족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물이용가능량'이란 빗물 중 하천으로 흘러들어 오는 양을 인구수로 나눈 것인데, 1700톤 이상이면 물 풍요국, 1700-1000톤이면 물부족국, 1000 미만이면 물기근국이라고 한다.
 
하지만 PAI의 홈페이지를 직접 살펴보니, PAI는 인구문제 해결에 관심을 둔 미국의 사설연구소일 뿐, 유엔의 기구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아니었다. 더구나 인용했다는 <지속가능한 물 : 인구와 이용가능한 물 공급의 미래>에는 건교부가 주장하는 내용이 실려있지 않았다.도리어 PAI는 위 분류방법을 Falkenmark 박사에게서 빌려왔는데, 다른 수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인류가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의 기준으로 1000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밝혔다.
 
이번에는 환경부 수도정책과에 물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UN PAI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PAI는 UN기관이 아니라고 하자, PAI의 기준을 UN의 기구인 UNEP에서 널리 인용하고 있으니 UN의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인용자료로 UNEP가 발행한 지구환경보고서를 들었다. 하지만 그 곳 어디에도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염려한 구절은 없었으며, 도리어 댐에 의한 생태계의 단절과 파괴를 우려하고, 강의 관리과정에 다양한 사회집단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들을 주로 권고하고 있었다.”
 
2006년 건교부, “한국이 물부족국가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    
 
흥미로운 것은 건설교통부 스스로도 2006년 9월에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분류기준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발표한 지수는 인구증가로 인한 물부족을 경고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지표라고 할 수 있으며, 수자원의 개발과 이용에 관한 일반적인 지표라고 보기는곤란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류에 따라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분류하고, 물이 부족하므로 수자원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논리로 비약시키면서 이 지표의 유용성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건설교통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 174쪽)
 
더 나아가 건설교통부는 2001년에 자신들이 만든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2006년에 큰 폭으로 수정했었다.
 
▲ (출처) : 건설교통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1년도,2006년도     © 대자보

물론 필자는 건설교통부가 2001년도에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더불어 2006년도에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 대해서도 전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건설교통부 스스로 자신들이 2001년에 만든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일부 지역의 제한급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것은 도서지역과 산악지역이 많은 우리 국토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물부족국가’라는 엉터리 신화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설과 추석 때 고속도로에 정체현상이 나타난다 하여 그것을 근거로 우리나라 도로확보율이 낮다고 주장하며 설과 추석에도 시속 100km 주행이 보장되는 도로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이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을 맺으며
 
최근 어느 방송사 연말시상식에서 모개그맨이 최근 부쩍 늘어난 폭력적이고 가학적이며 여성비하적인 개그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영혼을 팔아서라도 웃겨드리겠다”며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항변했다 한다.
 
물론 그 개그맨이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생각나는대로 말을 했겠지만, 열심히 일한다는 것 자체가 미덕인 것은 아니다. 올바른 일을 열심히 할 때에만 그것은 정당성을 가진다. 친일파의 일이나 조직폭력배의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여 그들이 박수를 받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올바르지 못한 일은 열심히 하면 할수록 국가적으로 큰 해악이 될 수 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 중에서도 그 일부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열심히 일한다는 것 자체가 미덕이 될 수는 없다. 올바른 일을 열심히 할 때만 그것은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 된다.
 
물론 조직의 특성상 공무원들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 공무원들처럼 국민들을 속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혼을 적극적으로 팔아서는 곤란하다.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사익까지 희생하며 진실을 지키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국민을 속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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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31 [14: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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