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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노조, YTN 노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론] 임원퇴진 보다 중요한 것은 노조의 명분 투쟁, 언론독립 생각해야
 
김철관
지난 2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공부문(공기업)의 장들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직간접 압력으로 물러난 사건들이 종종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다. 특히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방송사나 언론유관기관장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각종 언론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하지만 대부분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난다. 정권의 압력에다 노동조합이 나서 퇴진에 기여하거나 앞으로 물러날 예정에 있는 단체장들도 있다. 어느 정권에서이든 비리가 있고 부패한 임원들에 대한 노조 퇴진투쟁은 당연하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된 임원들이 큰 비위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노조도 용인하고 가는 것이 상리다. 현재 철도공사, 가스공사, 산재의료원 등 공기업에도 사장이나 이사장이 바뀌었다. 실제 가스공사노조는 사장이 임명되자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공영방송이나 언론유관기관도 임원들이 차츰차츰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정부가 출자한 언론기관이나 언론유관기관에서도 사장의 퇴진이나 임명이 잇다르고 있다. 정권이 측근을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해 퇴진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인 노동조합도 있다. 공정방송과 뉴스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 측근인사 사장 임명에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와이티엔(YTN) 노조투쟁은 대표적 사례다. 이는 정말 명분 있는 투쟁이다. 하지만 씁쓸하게 여겨지는 노동조합 투쟁도 있다. 지난 KBS노동조합의 정연주 전 사장 퇴진투쟁과, 언론유관단체인 언론재단노조의 임원 퇴진투쟁이 그렇다.
 
정연주 사장 퇴진 과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사가 막 쏟아졌다. 언론운동단체들의 관심도 지대했다. 언론재단노조 임원 퇴진 투쟁 과정은 언론이나 언론개혁운동단체들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언론재단 임원 퇴진 투쟁 사태도 KBS 정연주 전 사장 퇴진 못지않게 중요하다. 언론재단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CBS노컷뉴스

정권 실세들의 외압에다 KBS노조의 퇴진 투쟁이 정연주 KBS 전 사장을 강제로 몰아내는데 현격한 공을 세웠다. 여기에는 이사회,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 등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노조를 무시한 정연주 전 사장의 팀제 등 일방적 정책과 인사 남발 등 잘못된 경영형태도 있었다. 하지만 정 전사장에 대한 큰 비위사실은 없었다. 당시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KBS 감사원 감사에서도 큰 비리는 찾지 못했다.
 
이병순 KBS사장 취임이후 행보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권과 사장에 비협조적인 직원들을 전출시키고, 또한 징계 운운하고 있다. 최근 KBS는 이명박 대통령 주례방송 실시 결정 등으로 일부 내부 조직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KBS가 정부의 나팔수가 돼 간다는 항간의 말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언론재단노조는 어떠한가. KBS 전 사장처럼 이사장과 이사들이 정부(문화부)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나서 임원퇴진 투쟁에 동참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보면 KBS노조 정연주 전 사장 퇴진 투쟁과 비슷하다. 이사장이 정권실세에게 퇴진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한 국회의원의 폭로로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재단노조는 이사와 이사장실 앞에서 ‘임원들만 살자고 직원들을 죽이냐’는 식으로 퇴진농성을 벌여왔다. 결국 굴복해 임원들은 10월말을 시점으로 그만두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모양이다. 이사장과 이사들이 정부(문화부)에게 공식 사의 표명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서 노조가 명심해야 할 점은 정부와 한나라당 성향의 이사장과 이사들이 취임하면 언론재단이 활성화되고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보장될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이다.
 
현재 정부가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언론재단 등 언론유관단체 4대 기구 통폐합을 운운하고 있다. 만약 통폐합이 된다면 직원들이 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언론재단 이사장과 이사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언론재단의 상급기관인 문화부가 여러 가지 경제적, 정책적 압박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노조의 임원 퇴진투쟁도 이해가 간다.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 언론재단 이사장과 이사들이 노무현 정권 임기 몇 달을 앞두고 임명돼 당시 논란도 있었다. 공석으로 놓고 다음 정권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언론재단노조나 재단 내부에서도 이런 취지에서 임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어차피 정권이 바뀔 것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새로운 이사장과 이사들이 취임해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나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언론재단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낙관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조만간 언론유관기관도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 타 공기업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특히 언론재단노조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 싸우는 YTN노조의 뉴스독립성과 공정방송 투쟁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  ©CBS노컷뉴스

한때 KBS노조도 정연주 전 사장이 퇴진만 하면, 방송독립성을 위해 정권의 입맛에 맞은 하수인을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노조는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병순 사장을 그대로 받아줬다. 당시 KBS사원행동은 취임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취임이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 전보조치 및 징계운운, 이명박 대통령 주례방송 실시 결정 등 일련의 행보는 공영방송 KBS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노조는 현 이사장과 이사들이 퇴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임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오면 YTN노조처럼 임명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일 수 있겠는가? 노조가 고민할 부분이다. 분명 정권의 측근들이 이사장과 이사로 임명되면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언론재단 본분에 소신 경영은 물 건너갈 것이 뻔하다. 특히 인터넷언론, 지역 언론 등의 정작 지원해야 할 곳은 없애고, 조중동 등 중앙언론 위주의 지원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조에게 부탁하고 싶다. 차라리 임원들이 KBS 정연주 사장처럼 정권에 의해 쫓겨나든지 스스로 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임명과정에서 법적 하자가 없었고, 특별한 비리가 없는 임원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재단 내부 한 직원의 비리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때, 임원 재직시 일어난 사건을 마무리하고 간 것이 도리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노조는 임원 퇴진 투쟁에 나서지 말았으면 한다. 자칫하면 정권의 꼭두각시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노조는 노조다운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정권이 바뀌어 권력에 의해 쫒겨났다는 명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노동조합이 권력과 합세해 임원들을 쫒아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지 않길 바랄 뿐이다. 노동조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에 고언을 한 것뿐이다.
기사입력: 2008/10/27 [12:0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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