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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인터넷규제, 세계적으로 유례없어"
[토론회] 언론광장, 방통위 '정보통신망법' 대응책 모색…"표현자유 침해"
 
이석주   기사입력  2008/10/02 [12:24]
▲ 언론광장은 1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 규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10월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 대자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1일 "역사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울 수 있는 권리는 '표현 자유'의 한 부분으로 보호돼 왔다"며 "익명권이 보장돼야 민주주의의 진정한 토론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광장 주최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최근 검경의 공권력 행사 사례들과 맞물리면서, 기존 인터넷규제의 한계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앞서 지난 7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한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9월1일)을 통해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사이버모욕죄 적용, 모니터링 의무 조항 등을 신설했으나, 언론시민단체로 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을 받았다.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은 이날 '인터넷 규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10월 월례포럼을 개최, '정보통신망법'과 인터넷 관련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 제한적 본인확인제…"욕설에 대한 책임을 사이버 인격에 지어야" 

▲ 박경신 교수     © 대자보
박 교수는 먼저 인터넷실명제의 한 형태인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악성댓글 차단과 불법정보 유통의 저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외국판례들을 비춰 볼때 실효성 없는 표현 위축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2007년 7월 '제한적본인확인제'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이 제도가 적용된 사이트에서 욕설이 없어지거나, 확연히 줄어들지 않았다"며 "욕설을 줄이는 방법은 사이버 인격의 실명이 아닌, 욕설에 대한 책임을 사이버 인격에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특히 "방통위의 계획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신문·방송 등) 다른 매체에 비해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는 출판·방송과 달리, 인터넷은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임시조치 불이행…"일개 행정기관이.."
 
'필요적 임시조치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누군가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명예훼손을 주장한다면, 서비스 업자는 무조건 삭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정보통신망법에 포함된 이 조항에 따르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콘텐츠에 대해 인터넷포털 사업자는 반드시 임시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명시됐다. 이를 어겼을 경우엔 과태료와 형사처벌 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서비스 제공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선의의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요청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한 국민이 다른 국민을 검열하는 것도 자기검열이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통위의 개입 문제를 지적,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행정기관이 게시물을 위법으로 판단한다면 사업자는 방통위 결정을 따르고 말겠지만, 추후 사법부가 합법이라고 판단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이것이 자기검열 효과"라고 꼬집었다.
 
■ 사이버 모욕죄 신설…"
2차대전 이후 모욕죄 만든 유일한 국가 될 것"
 
▲ 박형상 변호사     © 대자보
박 교수는 '사이버모욕죄' 신설과 관련, "명예훼손 법리는 객관적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반면, 모용법리는 주관적 '명예감'과 체면 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선 일반인에 대한 모욕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모욕은 상대가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며 강도와 여부는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에 대해 법적 '패널티'를 물린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평판은 객관적이기 때문에 보호될 가치가 있지만, 모욕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한국은 2차대전 이후 모욕죄를 만든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권력자가 검찰을 동원해 비판적 개인을 탄압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형상 변호사도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비판, "다수의 의견 개진은 그것이 옳고 그르던 간에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모욕죄에 따른 처벌로 인해) 정치와 종교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원천 봉쇄될 수 있다"고 폐해를 주장했다.
 
"규제개혁 외치며 전봇대 뽑은 MB, 인터넷에선?"
 
한편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실명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 "공직선거법에는 실명제가 적용돼 있지만, 정당 홈페이지와 정치인 홈페이지엔 제외돼있다"며 "본인들은 온갖 말을 다하면서, 정작 국민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역할을 해야할 언론이 최근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하지만 극우 보수 집단들의 '망언'에 가까운 얘기들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른바 '대불공단 전봇대'를 거론,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를 뽑으며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인터넷에선 전방위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어불성설이자, 자기 모순적 행동"이라고 본인확인제의 철회를 촉구했다.
 
"실명제 위헌 결정 나봐야 뭐하겠나, 이미 엎지러진 물"
 
▲ 장여경 활동가     © 대자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도 인터넷 실명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사실상 지난해 대선 이전 부터 시행돼온 실명제로 인해 네티즌들이 강도높은 탄압을 받았으며,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적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네티즌들이 받는 탄압의 강도는 너무 심하다.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당국 수장들이 (실명제에 대한 수사를) 말하는 순간, 인터넷은 냉각되기 시작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귀결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실명제 위헌 심판과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 등 법률적 대응방안을 제시하면서도, "네티즌들의 의사표현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위헌 결정이 난들, 자기 검열에 대한 심리적 확대는 사회적으로 회복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심각성을 제시했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기업 경영적 측면도 고려할 필요 있어"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수사와 관련해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됐다. 나아가 기업 경영에 대한 요소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형상 변호사는 "명백히 잘못된 발상"이라며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을) 조직범죄자 수배 처럼 처벌 할 수는 없다. 결국 정보통신법에 대한 지속적 헌법소원이 청구돼야 하고, 그래야만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준희 회장은 "조중동 불매운동이 '품질 평가 운동'으로 변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조금 다른 시각일 수 있지만, 기업 활동 부분에 있어서 (불매운동을) 고려해 볼 여지가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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