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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에겐 솜방망이, 서민에겐 몽둥이 세금정책
[진단] 조세부담률, 최저소득층은 16.7%, 최고소득층은 18.3% 차이없어
 
홍헌호   기사입력  2008/08/20 [13:33]
"(전 세계적으로) 직접세를 줄이면서 부가가치세(간접세)는 올려가고 있는 추세이다"(조세일보 8월 11일자)

이 말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보다는 부가가치세와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강 장관의 이런 발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우선 강 장관이 전세계 200여개 국의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 변화 추세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넌센스다. 현재 OECD, IMF 등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자료 중에서 전세계 200여 개 국의 직접세,간접세의 비중 변화 추세를 제대로 추계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자료 중에서 전세계 200여 개 국의 직접세,간접세의 비중 변화 추세는 말할 것도 없고, 200여 개 국의 조세부담률을 제대로 정리해 놓은 자료도 없다. 전세계 조세부담률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나와 있는 국제기구 자료들 중에서 그나마 소개자료가 많은 것이 IMF의  <Government Finance Yearbook>인데 이 책자도 100여 개국의 조세부담률 소개에 그치고 있고, 수치 또한 일관성이 없고 부정확하며 시기별로 빠진 자료도  많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내외 연구자들이 어쩔 수 없이 OECD의 <OECD Revenue Statistics>를 토대로 OECD 30개 국가의 조세부담률과 직접세,간접세의 비중 변화 추세 분석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OECD 회원국들, 직접세를 줄이고 간접세를 올려가고 있다는 증거 없어.

강 장관이 “전세계” 운운한 것이 단순실수라고 인정하고 말을 바꾸어 “(선진국에서는) 직접세를 줄이면서 부가가치세(간접세)는 올려가고 있는 것이 추세"라고 주장한다면 그 말은 사실일까. 유감스럽게도 그가 그렇게 자신의 주장을 수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주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

[자료-1] OECD국가들의 총조세 대비 세목별 비중
(연도)(개인소득세)(법인세)(사회보장)(재산과세)(소비과세)
1965---26.1%---8.8%---17.7%---7.8%---38.2%
1970---27.9%---8.8%---19.1%---7.1%---36.0%
1975---29.9%---7.5%---22.0%---6.3%---32.7%
1980---31.3%---7.6%---22.1%---5.3%---32.4%
1985---29.7%---8.0%---22.2%---5.2%---33.7%
1990---29.3%---7.9%---22.3%---5.7%---31.9%
1995---26.8%---8.3%---24.7%---5.4%---32.4%
2000---26.0%--10.0%---24.5%---5.5%---31.6%
2005---24.6%--10.3%---25.6%---5.6%---31.9%

 (주) 사회보장세 : 사회보장 부담금. 즉 공공의료 보험료, 공공연금 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지칭함. 이하 동일
(자료 출처) : OECD 

위의 자료에서 보다시피 1965년 이후 40년 동안 OECD 회원국들이 직접세를 줄이면서 간접세를 올려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OECD 회원국들의 총조세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다소 낮아지고는 있으나 법인세 비중과 사회보장세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최근 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 아닌가.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아진다 하여 그것이 곧 법인세 부담률의 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율을 낮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표구간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세율은 낮추되 장기간 과표구간을 조정하지 않으면 조세부담률은 낮아지지 않는다. 법인의 소득은 높아지는데 과표구간 조정이 없으면 조세부담률은 오히려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들은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은 다소 낮추되 과표구간 조정에는 신중을 기하는 방향으로 법인세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1990년대 이후 OECD 회원국들이 직접세 내에서 누진세인 개인소득세 비중을 줄이고 비례세인 사회보장세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 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누진세 비중을 낮추고 비례세 비중을 높이는  선진국의 추세를 따라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세(누진세) 비중이 과도하게 낮기 때문이다. 아래 자료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3.4%p로 OECD 평균 9.2%p의 37%수준에 불과하다.

[자료-2] 우리나라와 OECD국가들의 GDP 대비 세목별 비율(2005)
개인소득세 비중 : (OECD 평균) 9.2%, (한국) 3.4%
법인소득세 비중 : (OECD 평균) 3.7%, (한국) 4.1%
사회보장세 비중 : (OECD 평균) 9.2%, (한국) 5.4%
재산과세 비중 : (OECD 평균) 1.9%, (한국) 3.0%
소비과세 비중 : (OECD 평균) 11.4%, (한국) 8.8%
조세부담률 : (OECD 평균) 36.2%, (한국) 25.5% 

(주) 2005년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유난히 큰 해였고 2006년 이후에는 OECD 평균 수준일 것으로 추정됨.  
(자료 출처) : OECD

우리나라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조세부담률은 유사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경제관료들은 아무런 논리와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독선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율을 2%포인트씩 인하하겠다는 방침이 섰다"고 말했다.](매일경제 8월 15일자)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를 검토하는 한편으로 근로소득공제나 16개 항목의 특별공제는 줄여 면세자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근로소득세의 경우 근로자의 절반 정도만 세금을 내다보니 세금을 안내는 계층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등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연합뉴스 7월 28일자)

세금을 안내는 계층의 도덕적 해이?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고위관료의 발언치고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발언인데 근로소득세를 안내는 계층이라 하여 조세부담률이 낮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조세연구원의 성명재·박기백 연구위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와 일본의 총무성 자료, 그리고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한두 가지 가정을 추가하여 한국과 일본 피용자 가구의 계층별 조세부담률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자료-3] 한국과 일본 피용자 가구의 조세부담률 비교
1분위 : (한국) 16.7% (일본) 17.8%
2분위 : (한국) 15.4%, (일본) 17.9%
3분위 : (한국) 15.4%, (일본) 18.7%
4분위 : (한국) 16.3%, (일본) 20.0%
5분위 : (한국) 16.9%, (일본) 19.9%
6분위 : (한국) 17.2%, (일본) 20.2%
7분위 : (한국) 17.3%, (일본) 20.3%
8분위 : (한국) 17.5%, (일본) 21.8%
9분위 : (한국) 18.1%, (일본) 22.8%
10분위 : (한국) 18.3%, (일본) 25.3%

(주) 1분위는 최저소득층, 10분위는 최고소득층. 이하 동일.
(주) 피용자에는 일반 근로자, 간부급 사원, 그리고 기업의 임원들이 모두 포함됨. 이하 동일   
(주) 조세부담률=조세부담액/가계소득
(원자료출처) : 한국 통계청, 일본 총무성

위에서 보다시피 우리나라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조세부담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인소득이 극히 적은 극빈층 가계의 조세부담율과 연간 가계소득이 1억 원에 육박하는 고소득자의 조세부담률이 유사하다는 이야기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상위 10% 가구의 평균연소득은 이미 1억 원을 넘어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우리나라의 직접세 비중이 일본에 비해 매우 낮고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료-4] 우리나라와 일본의 GDP 대비 세목별 비중(2005)
개인소득세 비중 : (한국) 3.4%, (일본) 5.0%
법인소득세 비중 : (한국) 4.1%, (일본) 4.3%
사회보장세 비중 : (한국) 5.4%, (일본) 10.1%
재산과세 비중 : (한국) 3.0%, (일본) 2.6%
소비과세 비중 : (한국) 8.8%, (일본) 5.3%
조세부담률 : (한국) 25.5%, (일본) 27.4%
(자료 출처) : OECD 

OECD 자료에 의하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조세부담률은 각각 25.5%, 27.4%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양국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1.47배 차이가 나고, GDP 대비 사회보장세 비중은 무려 1.87배나 차이가 난다.

반면 GDP 대비 소비세 비중은 한국이 8.8%, 일본이 5.3%로 일본이 오히려 더 낮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세율은 10%이지만 일본의 부가가치세 세율은 5%이기 때문이다.

조세전문가들이 서민들을 기만하는 것은 매우 부도덕한 행위

일본에서는 1945년 패전 이후 미군정의 ‘미국식 조세개혁’, 즉 직접세 중심, 누진세 중심, 종합과세 중심의 조세개혁의 영향으로 지금도 직접세 비중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결과 한·미·일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유사하지만 3국의 조세정책이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2003년 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조세정책이 국민들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수)를 변화시키는 변화율은 21%인 반면, 우리나라는 4.5%에 불과했다. 일본의 변화율도 15%에 육박하리라 추정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직접세 비중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민들이 직접세에 대해 과도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층 근로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이 직접세를 거부하고 재정세입의 많은 부분을 간접세에 의존하도록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자칭,타칭 조세전문가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직접세를 낮추고 간접세를 높이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하거나, 더 나아가 우리도 그들처럼 직접세를 낮추고 간접세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세목별 조세부담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개인소득세에서 OECD 평균과 2.7배 차이가 나고, 사회보장세에서 1.7배 차이가 나며, 소비세에서 1.3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개인소득세 비중부터 낮추자는 주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이다. 일국의 경제장관이 서민들을 기만하며 서민들을 위하는 척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행위도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랄 뿐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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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20 [13: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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