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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례 2번 당선자, 전과기록 은폐 드러나
비례 당선자 수사, 여권에도 번질 듯
 
김정훈   기사입력  2008/05/13 [10:12]
한나라당 비례대표 임두성 당선자가 자신의 전과기록을 숨긴 채 당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례 당선자 수사의 무풍지대였던 한나라당을 상대로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센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돼 '전 세계가 깜짝 놀라게 됐다'는 소감을 밝힌 임두성 당선자.
 
임 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 후보로 4.9 총선에 나서면서 전과가 없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CBS취재 결과 임 씨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법상 공직선거에 나서려면 실효된 형을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의 범죄경력을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마을주민 사고 빌미로 거액 뜯어내
 
1991년 7월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이 선고한 판결 내용에 따르면, 90년 10월 나환자촌 마을자치운영회장을 맡고 있던 임 씨는 마을 주민이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하자 건설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
 
임 씨가 자치운영회 총무, 운영위원 등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마을 주민이 공사장 웅덩이에 빠져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으니 3,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던 것.
 
임 씨는 이 과정에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나환자들을 데리고 서울 본사에 가서 항의하겠다, 나환자 100명을 풀어 건설사가 시공하는 모든 공사를 못하게 방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공사장 현장소장인 이모 씨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1,800만 원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폭처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해 임 씨를 비롯한 각 피고인들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인권과 관련된 사건으로 희생당한 것"
 
임 씨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임 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동네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대표적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임두성 씨는 "수백 명씩 살고 있는 동네에서 외부인들과 자꾸 문제가 생겼다"면서 "폭력행위를 한 건 아니고, 인권과 관련된 사건이었는데 경찰이 대표를 처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억울함을 주장하면서도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임 씨는 이에 대해 "변호사를 살 돈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누군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고, 동네 대표가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 씨는 또 "이후에도 그런 일이 더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 당시 대표를 맡던 시기여서...아주 욕을 많이 치렀다"고 말해 사법처리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음을 내비추기도 했다.
 
전과를 누락한 경위에 대해 임 씨는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 경찰에 전과 조회를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이어지는 '전과기록 누락' 파문...경위는 미궁속
 
현행법상 공직선거 출마자는 경찰서에서 자신의 범죄경력조회서를 발급받아 이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앞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이한정 당선자 역시, 범죄기록이 누락된 전과기록증명서를 선관위에 신고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창조한국당은 '이 씨에게 범죄전과가 있었다면 결코 공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잘못된 전과기록증명서를 발급해준 서울 강남경찰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해당 강남서는 이 씨에게 전과기록증명서를 발급하면서 네 건의 전과기록을 누락한 박모 경위를 파면하는 등 자체 징계를 내렸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경찰뿐 아니라 선관위 역시 각 후보자의 범죄 전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총선 전에 선관위가 이를 제대로 가려내줬더라면 큰 파문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은 후보자가 제출한 전과기록증명서를 토대로 다시 검찰에 재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전과기록 은폐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러 누락했나, '고의성' 여부에 주목
 
임두성 당선자의 전과기록 누락 사실이 드러났지만 임 씨에 대한 사법처리나 당선 무효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는 전과기록증명서를 제출할 의무와, 이를 바탕으로 전과 여부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자신의 전과 여부를 모른 채 경찰이 발급한 증명서만 믿고 잘못된 신고를 했는지, 고의로 허위 신고를 했는지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BS 취재결과 임 씨는 자신의 전과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전과기록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찰과 선관위는 "91년 전과기록이 착오로 누락됐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임 씨가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일선 경찰서에서 전과조회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공직선거 출마를 위해 전과기록증명서를 받았다면 실효된 전과까지 빠지지 않고 모두 기록된다"면서 "선관위 신고 서류에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전과가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례 당선자 수사, 새 국면 맞을 듯
 
지금까지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검경의 수사는 통합민주당(정국교 당선자), 친박연대(양정례 당선자), 창조한국당(이한정 당선자)에 맞춰졌다.
 
특히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수사는 공천심사 과정에 대한 수사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각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경우에도 전과기록 은폐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역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민주당과 친박연대 창조한국당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검찰 수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어 '비례 당선자 수사'를 둘러싼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임두성 당선자의 전과기록 은폐 파문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CBS 정치부 김정훈 기자, 사회부 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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