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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적은 '친박연대'와 '박사모'
[진단] 친MB계가 박근혜를 때리면 때릴수록 박근혜는 유리하다
 
안일규   기사입력  2008/04/27 [19:24]
박근혜의 대권정치학

지난 4월 총선은 ‘박근혜’로 시작해 ‘박근혜’로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왼팔, 오른팔이었던 이재오와 이방호를 모두 잃었지만 한나라당 내 공천받은 친박계열 30명가량은 다 당선되고 친박연대는 무려 14석(지역 6석, 비례 8석)을 얻었으며 친박무소속연대도 나온 지역구마다 거의 승리했다. 친박성향에서 떨어진 인물을 찾는다면 이규택 의원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TK와 PK에서는 큰 변화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부산은 무소속 당선자가 6명이나 된 가운데 5명이 친박성향이며 유재중 당선자(수영)는 이명박 최측근 박형준을 꺾었으며 무소속 당선자 6명과 별개로 친박연대 출마자 당선된 박대해 당선자(연제)는 친MB계열의 30대 현역 김희정의원을 꺾었다.

이번 총선에서 이렇듯 국민들은 이명박의 견제세력으로 통합민주당을 찍은 것도, 진보정당을 찍은 것도 아니었다. 단 하나, ‘박근혜’와 ‘친박세력’을 선택했다. 물론 이는 지역별로 따지자면 새로 해석하면 달라보일 수 있다. 수도권은 기자가 강조해왔던 ‘부에 대한 욕망’이 막연한 이명박에 대한 기대로 대선에서 표출되었다면 총선에서 ‘뉴타운’이란 구체적인 형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친박성향은 수도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규택 의원(17대, 경기 여주)이 이번에 떨어졌고 다른 친박성향 후보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친박연대·친박무소속연대가 얻은 의석은 단 1석에 불과했다. (그 1석은 안산 상록을 홍장표 당선자다) 충청도는 자유선진당, 전라도는 비·반 한나라·박근혜 무소속(6석)이었다.

그러나 전국적인 정당투표 성향을 보여주는 비례대표 득표율로 보자면 친박연대는 13.18%를 받았는데 이는 자유선진당(6.84%)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민주노동당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가 비례대표를 통해 나타났었다면(지역구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는 민주노동당)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만큼은 친박연대를 찍었다.

비례대표 전국득표율로 따져보면 친박연대는 서울(10.44%), 경기(11.44%), 강원(12.29%), 충북(12.33%)로 선전했다.(여기서 친박연대·친박무소속연대가 얻은 지역구는 단 1곳[홍장표]에 불과하다, 특히 충북은 통합민주당의 압도적 차지였다)

울산(18.71%), 부산(22.57%), 경북(23.56%), 대구(32.74%)로 박근혜 텃밭인 대구는 물론이며 이명박 텃밭 경북에서도 선전했다. 노동자 도시라는 울산에서도 한나라당(42.86%)와 합치면 노동자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편이다. 경남은 유일한 무소속 당선자가 친박성향이며 17.95%에 이르는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였다.

지역별 비례대표 득표율은 親박근혜 세력을 국민들이 이명박의 견제세력으로 선택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제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지난 17대 대선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개혁을 바랬던 국민들의 민의를 표출하는 요소였다면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오만한 한나라당의 교활한 공천에 대한 역풍으로 피해자 박근혜 세력을 압도적인 견제세력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비례대표제 폐지까지 거론하며 비례대표제가 민의를 왜곡했다지만 이와 같은 수치들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 왜 국민들은 친박을 이명박의 견제세력으로 뽑아줬을까? 대선 경선 탈락 이후 친박계에 대한 배척과 총선 공천과정에 있어 온갖 탄압과 비판을 받으면서 버텨왔고 대항해왔던 것이 컸다. 국민들은 대북정책을 제외하고 다를 게 없는 통합민주당·창조한국당 세력은 거들떠볼 가치도 없었고, 민족주의 문제에만 빠져 서로 뜯었던 짝퉁(?)스런 진보정당보다도 여당 내 친박세력이 여당이지만 강력한 ‘야당’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친박 성향 공천 탈락자들이 만든 친박연대도 어느 급조정당과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이미 공천 전부터 ‘대거 탈락’을 예고받았던 친박세력은 역시나 떨어진 가운데 무소속과 친박연대란 정당을 통해 출마했다. ‘복당’이란 공약 아닌 공약을 내놓고 말이다. 민주주의의 측면으로 이를 ‘개판’이라며 개탄할 수 있지만 국민들은 이들의 모습을 부당한 공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박근혜에 대한 ‘충절’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친박세력의 무소속과 친박연대 출마를 ‘충절’로 해석함으로써 친박세력의 선전보단 부진을 예측한 이들이 했던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는 ‘제2의 민국당’ 혹은 ‘제2의 이인제’라는 예측을 뒤집었다.

그런 그녀가 친박세력 복당만 시켜주면 당권 도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이는 정치적으로 엄연히 ‘거래’제안이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당권 없이도 복당만 되면 차기 대권 도전에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걸로 보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자신에게 충절했던 이들에 대한 보답을 위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것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박근혜에 있어서 복당이 되지 않는다고 불리해질 것도 없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가 합쳐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한나라당 내 친박세력이 30명 가량으로 충분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는 ‘두 계파의 수장’이 되는 것이며 한나라당 밖의 독자 친박세력은 언제나 박근혜에게 ‘보험용’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국민들이 친박세력과 박근혜를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견제세력으로 뽑아준 상황에서 친박세력의 당권 장악은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명박=친박이란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향후 이명박 정부의 급하강세에 친박세력도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당권을 포기하고 당내 캐스팅보트 역할(국민들에겐 견제세력으로서의 모습)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보이는 모양새는 물론이며 박근혜의 고정자산(친박연대·박사모)의 분열이나 소모 없이 지금의 안정적 기반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자신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복당이 되거나 되지 않거나를 떠나 대리인을 출마시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점도 무시해선 안 된다)

정치는 앞날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변하는 생물체라 하지만 기자가 이 논리엔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지난 대선 경선 탈락 후 박근혜 세력이 보여줬던 ‘당했다’는 것은 공천 때도 ‘또 당했다’였고 총선 선거당시에도 “당했다…그러나 나는 한나라당을 사랑한다…당선되면 복당하겠다”,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시각에선 당하면서 까지도 지킨 한나라당과 박근혜에 대한 충절, 정치적으로는 ‘박근혜 이미지․마케팅’으로 작년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이어가는 것이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부에 대한 욕망’ 하나로 1년을 압도적인 지지유지로 당선되었듯이.

여러 측면에서보나 박근혜 세력을 막을 것은 없어 보이지만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갈등을 친박세력 내에서 보여주고 있다. 총선 직후 친박연대에서 나타난 친박연대와 박사모의 갈등(YTN 돌발영상 4월 11일자 '박' 대 '박' 참고), 친박연대 서청원 사당·비리논란(서청원, 양정례), 친박연대에서 친박무소속연대까지 드리우고 있는 검찰의 칼날(수사)은 박근혜의 자산을 ‘반토막’낼 수 있음은 물론이며 특히 서청원 등의 친박 주요인사들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의 그동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는 박근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한나라당이라기보다 친박세력이란 것이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에 드리운 검찰 수사를 비롯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청와대)가 친박 흠집내기에 올인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이나 문국현이 상대 주자로 생각하기 보단 박근혜와 친박세력이 상대 주자로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문국현이 이명박과 청와대, 한나라당이 검찰의 힘을 빌려 자신을 죽이려한다고 했지만 그 칼날은 문국현이 아니라 친박세력에 겨눈 것이다.

여러 다른 내용도 짚어야겠지만 생략하고 다만 박근혜는 차기 대권 유력주자이기 때문에 박근혜를 논하는 이 글에서 차기 대선 전망을 안 할 수 없다. 박근혜의 차기 대권에 있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부에 대한 욕망’이란 프레임이 이명박 정권 중반기와 말기에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부 실정의 축적과 (부에 대한 욕망의)기대치 이하의 결과로 깨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는 박근혜의 이미지와 부합해 차기 대권 도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이번 ‘부에 대한 욕망’이 압도적이었던 “뉴타운”의 서울만 해도 10% 초반대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였기에 부에 대한 욕망이 깨지면 균형의 추는 박근혜에게 확연히 기울게 된다)

보수진영에서 ‘부에 대한 욕망’을 유지할 수 있는 선견지명을 가진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난다면 차기 대선 선거판은 뒤집어질 수도 있으나 2007년 대선에서 1년내내 지속된 이명박의 ‘예견된 승리’는 “'Again 2002' 제2의 노무현”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탈정치화도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타난다고 한들 박근혜를 꺽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탈당을 포함한 높은 수위의 독자세력화는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탈당을 감행할 정도의 높은 수위의 독자세력화를 염두했다면 대선 직후가 가장 적격이었으며 탈당 선언문의 핵심은 “좌파정권을 종식했으니 내 역할은 다했다, 갈 길 가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때 탈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박근혜 자신이 탈당할 생각이 없음을 ‘묵언’을 통해 표현했다고 본다.

앞으로의 한나라당 내 친박과 친이의 갈등에 있어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친이세력이 친박세력에 대한 대응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박근혜 계열은 유리해지며 지금까지 이용해왔던 이미지와 마케팅을 꾸준히 이용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관계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박근혜와 이명박(+뉴라이트=한나라당 386 초선 11명)의 정치 방식 차이다. 박근혜·친박은 그동안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그녀의 이미지인 ‘겸손’이라면 이명박·친이는 대화와 타협을 싫어하고 이들의 이미지는 ‘추진력’이다. 그들의 정치 방식과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달라 이들이 화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내 갈등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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