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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동포방문취업시험제 왜 자꾸 말썽인가?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동포 울리는 방문취업시험 말썽, 정부가 풀어라
 
이대로   기사입력  2008/04/08 [14:42]
중국 무연고 조선족동포 국내 방문과 취업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B-TOPIK)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엔 시험장소를 중국에 15개를 만들면서 우리 동포 85%가 살고 있는 동북3성 지역엔 장춘과 대련 두 곳만 지정해서 동포들의 원성이 높았었다. 그게 이번 4월 시험부터 개선되어 동북지역인 연길과 할빈, 두 곳을 시험 장소로 추가 지정했으나 응시자를 제한함으로써 또 큰 혼란과 말썽이 일어났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팔짱을 끼고 있다.  
 
이번 4월 20일에 시행하는 무연고 조선족동포의 국내 방문과 취업을 위한 시험, 법무부가 주관하고 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한국어능력시험(B-TOPIK)이 응시 인원을 제한하고, 인터넷 접수를 하면서 조기 마감함으로써 부정의혹 속에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동북지역 시험 장소에 접수를 하지 못해서 다른 지역에 접수한 3000여 명의 동북 동포는 특별전용열차까지 동원해서 수 천만리 떨어진 중남부 지역인 항주나, 광주까지 3일씩 기차를 타고 시험을 보러 가고 있다.
 
▲연길 거리의 한글간판. 연길은 작은 한국이라고 할 정도로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데 그곳에 시험장소가 지정되지 않았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 이대로

지난 3월 25일 연변일보에 “남방지역에 가 한국어능력시험에 참가하는 수험생들에게 편리를 도모하고저 연길역에서는 연길로부터 광주지역, 화동지역으로 직통하게 될 한국어시험전용렬차를 림시 증파하게 된다. 4월 20일의 한국어능력시험 시험등록이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시험장배분 또한 조선족집거지가 아닌 남방지역에 시험장이 배치된 연유로 한국어능력수험생들(도합 3000여명)에게 많은 불편을 안겨주었다. 연길역에서 이번에 증파한 전용렬차행선지는 광동지역과 화동지역, 산동지역으로 분류한다. 광주행전용렬차는 4월 17일 아침 7시에 연길에서 발차하여 20일아침 4시 30분에 심수에 도착(광주세계박람회 연고로 광주역에는 들어 못감), 뻐스로 시험장까지 가 시험을 친다. 24일 5시에 연길역에 도착하게 된다.”는 보도 기사가 있다.
 
그리고 한 동포는 “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농촌 동포들은 등록을 할 수없었고 등록 대행 업자에게 최소 15만원에서 수백만 원의 뒷돈을 지불한 사람은 대부분 등록되었다. 대리 등록을 대행한 곳은 여행사, 송출회사 등이다. 대부분의 중국 동포들은 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평가원의 중국의 시험위탁기관이 중국의 여행사나 송출기관에 이미 접수인원(T/O)을 팔아먹었다고 믿고 있다.”고 분노한다.
 
“대리접수는 시험기관과 사전거래가 없었다면 불가능합니다. 접수 첫날 12분 만에 등록 마감을 공표 것도 의문투성이며, 많은 동포 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3-4차례 추가접수를 받았지만 면피용에 불과합니다. 단지 1-2분만 허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중국의 북경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유 영희(42세)씨는 허탈해 한다. 도대체 왜 이른 일이 일어날까? 어째서 부정과 비리가 많다는 원성이 일어나고 동포들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서 수 천만리 까지 시험을 보려고 가야 한단 말인가!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시험은 시행초기부터 중국현실을 무시한 채 한국의 시험주관관인 법무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한국과 우리 동포를 위한 한국어시험을 중국의 기관인 고시중심에 위탁함으로써 많은 시험관계자들과 중국동포들로부터 시험부정에 대한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내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한국어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인 이재욱님은 이 현상을 보고 시험주관기관인 법무부에 개선 건의를 했는데 “중국의 고시중심에 이 시험의 접수 및 시행 등 모든 권한을 위탁하였기 때문에 책임은 중국의 고시 중심에 있다”고 책임을 전가할 뿐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 답변을 옮긴 이재욱님 글이다.

“본인은 중국에 15년째 한국어 및 중국어를 가르치며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이재욱으로써 금번 TOPIK시험의 응시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법무부에 개선을 건의했는데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ㅇ 실무한국어능력시험은 대한민국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고 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중국 교육부 고시중심과 위탁협약을 체결하여 시행하고 있는 바, 중국 교육부 고시중심은 응시원서 접수, 시험장소의 지정 및 감독 등 현지 시험 진행 일체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귀하의 의견처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직접 접수하거나 응시인원을 무제한 접수하는 방안은 고려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나는 이 답답함을 풀려고 이미 10 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외국인 상대로 한국말인증시험 업무를 시행하고 있는 한글학회의 한국말인증시험위원회(KLPT) 관계자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의견을 물어봤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한국어시험(B-TOPIK)은 부정부패가 생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독점구조입니다. 독점은 반듯이 부패합니다. 그리고 접수제한입니다. 선발인원의 제한이 아닌 응시기회의 제한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행정편의로 응시자가 몰릴 경우 시험시행의 어려움 때문에 접수제한을 하고 있는 데 이것은 시험시행능력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 뿐 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필요한 특수한 시험을 외국기관에 일임한 것은 좋은 사냥감에 불과합니다. 중국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죠.”라면서 민간기관을 배제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먼저, 시험 인원을 늘려야 한다. 중국엔 러시아지역보다 우리 동포가 많다. 그러니 그 비율로 시험을 보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둘째, 시험 장소를 동북 지역에 더 늘려야 한다. 시험을 보려는 사람이 동북 지역에 수만 명인데 네 곳으로는 안 된다.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시행주관기관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시행을 중국에 위탁하지 말아야 한다. 한, 중 국가기관이 독점함으로써 부정이 일어날 소지가 많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 민간 시험기구인 한국말인증위원회(KLPT)들 추가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진짜 동포를 위해 신설된 무연고 방문취업시험제도가 그 취지를 살려서 동포도 좋고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이롭게 해야 한다. 동포를 위해서 만든 이 제도가 동포를 괴롭히고 울리는 제도가 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동포와 본국 정부가 더 멀어지게 만들고 원성을 조성해서도 안 된다. 한국 정부와 공무원이 애쓰는 줄 안다. 그러나 우리 동포와 국익을 위해 더욱 넓은 마음으로 주체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동포들도 이 좋은 제도가 잘 이행되도록 협조하면 좋겠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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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08 [14: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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