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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돈다발 살포' 파문…野 "역시 차떼기당"
정치권, 한나라당 맹공 "후보 내지 말아야"…한나라, 최동규 후보로 교체
 
이석주   기사입력  2008/03/25 [17:42]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택기 후보가 25일 이른바 '돈다발' 살포 혐의로 선관위에 적발되자, 정치권이 일제히 "과거 차떼기당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해당지역의 공천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당사자'격인 한나라당은 후보 교체 등으로 조기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야권은 한나라당의 공천갈등으로 인한 총선 위기론과 연관시키며 금품살포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이명박 대통령, 집안 단속 부터 잘 해야"

통합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당사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5년 전 차떼기의 현장을 그대로 보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라며 "이번 일은 김택기 씨 개인의 일이라기 보다, 부패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의 본질과 생 얼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차떼기를 반성한다고 천막당사까지 옮겨가는 쇼를 했지만, 부패정당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대국민 사과의 의미로 해당 지역에 대타를 내지 말고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김택기 후보의 금품 살포와 관련,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 CBS노컷뉴스

같은당 김 현 부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철저한 예방과 조치를 주문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김택기 후보 측의 금품살포 현장이 적발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집안단속 부터 잘 하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수석부대변인은 "부패원조당의 금권선거가 또 다시 시작했다"며 "국민들의 소중한 선택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구시대적 작태가 아직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강 수석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아직도 '차떼기'를 기억하고 있다. 역시 차떼기 정당의 물갈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며 "한나라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 부패공천과 금품살포 선거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 송경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살 수 있는 화폐는 단 하나다. 정치인이 속을 드러내고 허심탄회하게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반성과 사죄의 의미로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김 후보 측 차량에서 발견된 4천 만원의 현금 뭉치를 빗대, "국민의 지지를 4천만원에 사려 하다니, 이건 너무 헐값이 아닌가"라며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버릇을 못 고치는가. 한번 몸에 밴 버릇은 어디 안 가나 보다"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자유선진당 신은경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공천갈등과 연관시켜, "'개혁공천'의 허울을 씌운 공천결과가 결국 '금권선거'나 일삼는 '부패공천'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대체 언제쯤 정신 차리고 더러운 부패유산을 청산하겠느냐"라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거듭되는 악재 한나라당…후보 교체로 사태 수습?

이날 선관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택기 후보와 그의 측근 김 모씨 등 2명은 이날 4천여만원의 '돈 보따리'를 주고받은 혐의로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선관위는 "김 후보가 건넨 현금 다발과 수표 등 4천 백만원이 측근 김씨의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며 "김 후보가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돈 뭉치를 김씨에게 건네는 장면을 현장 포착, 5km를 쫓아가 결국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윤선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은 금전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입장"이라며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고 김택기 후보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김 후보가 건넨 현금 다발과 수표 등 4천 백만원이 측근 김씨의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편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거사무실 집기 등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논란의 당사자인 김택기 후보는 25일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중앙당에 공천을 반납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김 후보의 공천 반납을 즉각 수용한 뒤, 최동규 전 중소기업청장을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 공천자로 확정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야권을 중심으로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품살포 혐의로 자진사퇴한 지역에 사람만 바꿔 공천을 이어가려 한다는 비난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극심한 공천갈등으로 총선 위기론에 빠진 한나라당. 이번 총선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과거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벗어내려고 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꼬리표처럼 붙는 부패정당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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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25 [17: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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