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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네티즌과 인터넷 정치참여의 특징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13.프랑스 민주주의의 또 다른 플랫폼 건설 향해 무한질주중
 
목수정   기사입력  2008/03/18 [16:50]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UCC와 인터넷선거'에 관한 기획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프랑스에서 수학한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이 프랑스의 민주주의 역사와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네티즌들과 동영상 UCC가 선거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 제5의 권력
 
프랑스 사회에서 인터넷의 정치 사회분야에 대한 영향이 뚜렷하게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프랑스에서 인터넷의 확산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것은 프랑스에 있던 독특한 정보검색 수단인 “미니텔”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늘날 인터넷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니텔은 1982년 우리나라 한국통신에 해당하는 프랑스 공기업 프랑스 텔레콤이 발명한 단말기로, 집집마다 텍스트 검색이 되는 이 단말기를 무료 보급해 전화번호 검색, 기차표 예약, 날씨 조회 등 간단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미니텔은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 때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이 국내 도입을 고려했을 만큼 당시만 해도 매력적인 기술이었다.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광범위한 소통과 정보의 표면을 지닌 인터넷이 그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며 전 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서, 미니텔의 효용은 급속히 쇠퇴해 갔고, 2000년대 초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이 프랑스 사회에 일단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력은 급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의 하나로 프랑스 시민들에게 포착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한 조직구조는 거리와 시간이 라는 장애를 없애고, 개인적이고 일회적인 발언을 가능하게 하며 또한 어떤 육체적인 참여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집단주의를 거부하고, 개인주의가 68이후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주요한 가치로 작용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민협력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80년대 이후, 미테랑이 주도한 사회당 정권의 변질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양산하였고, 이후 거대 정당들과, 그들 못지않은 엘리트 권력집단인 전통 미디어(신문, 라디오, 방송)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신망은 급격히 떨어졌다. 정당과 더불어 노조들의 우경화, 어용화도 두들어 지면서, 시민들은 다원화된 시민단체들을 통해 급격히 그들의 정치적 수단을 발전시켜 나갔다. 78%(2006, INSEE, 프랑스통계청)의 프랑스인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시민단체에 가입해 있는 상황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다원적 매체가, 전통적인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있고, 각자 다원적인 행동과 소통의 틀을 구축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던 프랑스인들과 어떻게 조응할 수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 제5의 권력”의 저자인 티에리 크루제(Thierry Crouzet)는 이러한 상황을 이렇게 정의한다. “더 이상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진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당신에게 믿게 하고 싶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완전히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다. 한 평범한 시민이 다른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무한한 영향을 확산시킬 수 있다. ”

인터넷의 위력이 입증된 첫 번째 사건 : 유럽헌법 부결
 
시민들의 기존 정치권력, 미디어 권력을 완전히 따돌리고 그들만의 또 다른 소통의 통로 속에서 정보를 유통하고, 그것이 거대한 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 첫 번째 사건은 2005년 유럽헌법의 부결이었다. 사회당, UMP, 녹색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당들이 찬성의 뜻을 분명히 하고, 르몽드, 리베라시옹, 르피가로지가 한 목소리로 찬성만이 자들의 선택임을 선전하였고, 헌법이 부결될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어떤 언론에서도 예견되지 않았었다.
 
반대의 승리를 이끌어낸 두 가지의 강력한 힘은 대안세계화 운동 시민단체인 아탁(ATTAC)과 한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인 에티엔 수아르(Etienne Chouard)였다.
 
대안세계화 운동을 벌여온 국제적인 NGO 중에서 아탁은 정치적 삶에 있어서 시민들에게 새로운 구심점을 제공한 상징적인 존재다.  대안정치세력으로서, 아탁은 2년 만에 프랑스 내에서만 1만3천명의 회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고, 인터넷은 그들의 생각을 전파하는데 가장 중심적인 도구였다. 아탁이 가진 유럽헌법에 대한 입장은 전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지 않았지만, 아탁에 가입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에서의 활동과,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해서 끊임없이 유통되었다.
 
유럽헌법에 대한 찬성의 낙관적인 통과가 어떤 이유에선지 점점 위협당하기 시작하던 시점, 시민들은 친구들로부터 마르세이유의 한 교사가 쓴 유럽헌법에 대한 분석을 메일로 받는다. 자신을 보잘것없는 고등학교 법, 경제 담당 교사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그는 순전히 학문적인 관심에서, 집집마다 배달된, 유럽헌법 전문을 찬찬히 읽어 보았고, “이것은 헌법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얻었음을 잔잔하고 침착한 어조로 적고 있다. “처음엔 당연히 다른 사람들처럼 하나된 유럽을 법제화 하는 유럽헌법에 찬성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이 헌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의심할 수 없이 명민한 어휘로 이해할 수 없이 난삽하고, 편파적이며, 오로지 자본가들의 이해를 확대하기 위해서만 철저히 복무하려는 음모를 품고 있고, 한 번 통과되면 결코 고칠 수도 없도록 되어 있는 이 무지막지한 헌법을 폭로했고 모든 사람을 단박에 설득시켰다. 그의 글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여러 포럼과 블로그에 전해졌고, 수백만의 사람이 이 글을 주변사람들에게 전파했다. 언론에는 단지 공산당 기관지인 위마니테에 실렸을 뿐이다. 
 
그의 글이 국민투표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가 계량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에티엔 수아르는 이후, 유럽헌법 NON의 승리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후, 그 진원지를 조정할 수도, 미리 감지하기도 힘든 프랑스 네티즌들의 원자화된 정치참여의 방식은, 앞 다투어 인터넷에 그들만의 작은 포럼, 블로그들을 꾸리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프랑스 네티즌 : 사회학적 프로필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68혁명의 한 포스터를 패러디한 세골렌 루아얄 지지 포스터     ©출처 : 세골렌 루아얄 지지사이트 http://segolene2007.

2007년 통계로 볼 때, 프랑스 네티즌의 43%가 34세 이하이다. 전체 프랑스 국민 가운데 34세 이하는 약 28%를 차지한다.  또한 50대 이상은 전체 인구의 45%인데 반해 이들의 인터넷 상에서의 50대 이상의 인구는 24%에 불과하다.  대학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사람이 25% 이상으로 로 추산되는데 반해 네티즌 가운데 대학이상 학력 소지자는 74%를 차지한다. 확실히 프랑스 네티즌들은 일반 프랑스인들보다 젊고, 고학력이다.
 
또한, 일반적인 인식 그대로, 네티즌들은 일반 프랑스인들보다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네티즌의 61%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프랑스인의 48%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연령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50대 이상의 네티즌들은 곧바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층들로 직결된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가 지역과 사회의 움직임이며, 정치참여를 위한 새로운 도구로서 인터넷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반해, 34세 미만에서 정치참여에 대한 의지 혹은 공공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는 인터넷 참여와 특별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은 그들의 일상이며 매우 자연스런 삶의 환경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장년층의 네티즌들은 정치적으로 활발한 시민들로서의 프로필을 갖고 있는 반면, 젊은 네티즌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주역이기 보다는 관객에 속하는 편이다.
 
또한 네티즌들은 일반인들보다 정치성향에 있어 보다 극단적인 좌우로 나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프랑스 네티즌들 가운데 36%가 자신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 일반 프랑스인 가운데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시민은 32% 정도이다. 스스로를 좌파로 규정하는 네티즌은 27% 정도이며, (전체 프랑스인의 29%), 자신을 우파로 규정하는 네티즌은 22%였다. (전체 프랑스인의 25%) .이는 네티즌을 구성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젊은 층들이 정치적으로 아직 유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네티즌들에게 정치나 선거에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선적으로 이용하는 매체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인터넷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높은 순위에 있지 못하다. 여전히 텔레비전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82%), 라디오 (63%), 신문, 잡지(61%), 주변사람(55%)에 이어 인터넷(36%)은 5번째를 차지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의 다양한 방법 중에, 적어도 세 명중 한명의 네티즌은 한 가지 방식에는 참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받아보고(23%),  후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23%), 정당이나 후보의 정치프로그램을 찾아보고(24%),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고(26%), 정치 블로그 등을 통해 글을 읽거나 쓰는(26%)것들이 프랑스 네티즌들이 주로 하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의 방식이다. 

프랑스 사회단체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방식
 
2005년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통한 경험 이후, 프랑스에는 인터넷을 주 무대로 하는 다양한 시민운동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환경, 문화, 대안세계화 운동, 반전평화 등 다양한 주제의 시민운동 단체들이 웹을 통해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환경문제가 갖는 인터넷 정치운동의 중요성은 오프라인 상의 전통적 정치영역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006년 이후에는 다양한 대안적 활동을 하나 한두 가지의 공동의 목적을 지니고 있는 블로그 공동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 “FREEMEN”은 대표적인 블로그 공동체의 하나이다. 생태주의와 개발지양 이라는 두가지 공통된 생각을 중심으로 묶인 이들은 그들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활동적인 시민들의 무시할 수 없는 참여를 인터넷 상에서 조직해왔다. 현재 76개의 블로그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직조해 내고, 공동체에 속한 각각의 블로그들의 활동의 가시성을 강화시켰다. 각자의 새로운 관계의 매듭은 또 다른 새로운 블로그를 연결시켜 이 조직의 인지도는 폭발적인 증가일로에 있다. FREEMEN은 지난 총선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내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대안세계화 운동가이자 농민인 조제 보베를 지지하는 운동을 펼쳤다. 
 
2007년 5월, 만들어진 “Alternatives 83”도 비슷한 유형의 블로그 공동체이다. 이들은 고용, 환경, 대안 에너지, 여성, 인종차별, 대안세계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회운동의 단체들의 블로그 연합이다. 이들은 만들어진 직후, 2007년 총선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내면서,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cyber@cteurs(사이버활동가)는 지속가능한 개발, 평화, 인권, 반세계화 운동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시민운동의 집결장이다. 이 사이트는 동시에 진행되는 200개가 넘는 다양한 서명운동을 게시하고, 그것들을 가입자들에게 전송하며, 가입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송하여, 인터넷 상의 서명운동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도록 한다. 단 한 번이라도, cyber@cteurs가 주도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바 있는 사람은, 이후 이 단체의 회원이 되고, 이후 다양한 사회운동에 서명을 통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서명을 받을 뿐 아니라, 각각의 투쟁의 오프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집회와 회합, 관련 기사, 정보 등을  제공하며, 몇 명이 현재 해당 이슈에 대해 서명하였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2008년 현재 247개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운동에 대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그 주제는 “위험에 놓인 문화예술의 다양성”,  “유전자조작 식품 금지법”, “유기농식품의 질적 수준에 관한 유럽의회의 법” “ 기후에너지계획” 등으로 구체적이며 현재진행형인 정치상황에 즉각적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생태, 환경문제에 대한 비중이 압도적이다. 예를 들어 le Rac-f(프랑스 기후행동연대는 각 지자체에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지역기후에너지 계획(안)을 마련하고, 이를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의 대표적인 인터넷 사회운동단체들의 특징은 단 한 가지 사안을 집중적, 일시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위협받고 있는 모든 영역들에 대한 총체적인 시민들의 대응을 끊임없이 직조해 나간다는 점이다.
 
환경분야의 이슈가 가장 광범위한 영역을 점유하고 있으나, 동시에 문화, 실업, 인종차별, 여성, 주거권, 에너지 등 다양한 이슈들이 소위 유행하는 운동의 이슈들에 의해 잊혀지거나

묻히지 않고, 동시에 같은 사이트에서 다뤄진다는 점은, 현실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연속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다양한 투쟁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중앙정치에 대한 다수의 압력행사 이외에, 각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자체의 활동을 감시하면서, 그 자체로 지역 권력의 대항 세력이 되는 지역운동 사이트들도 대거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사이트 www.monputeaux.com (나의 Puteaux)의 편집장이자 과거 사회당 활동가였던 크리스토프 그레베르는 인터넷을 통해서 Puteaux시의 시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논단을 창출해 냈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대변해 온 그의 작업은 특별한 간판없이도 그를 Puteaux시의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렇게 “나의 OO(지역이름).com”과 같은 사이트는 전 프랑스에 확산되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사이트의 성공은 언론에 의해 주목받거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히 조직되지 못한 소수의 의지가 인터넷을 통해서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난 경우다.
 
아직까진 미지근한 UCC의 활약
 
프랑스 시민운동단체들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UCC의 활약은 아직까지 드물다. 한국의 사이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프랑스의 사이트들은 전체적으로 훨씬 덜 시각적이고, 덜 역동적인 것이 현실이다.  
 
예외가 있다면 유럽헌법 국민투표 시기에 탄생한 시민신문 “아고라 복스(Agora Vox)”이다.

프랑스의 무가지 “20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10에 오를 만큼,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인터넷 언론으로, 역동적인 편집과 넘치는 비주얼이 기존 시민단체들의 텍스트로만 가득한 인터넷 사이트들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룬다. 아직, 인터넷 언론이 발달하지 않은 유럽에서 아고라복스는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유럽최초의 온라인 신문”이라는 멋진 타이틀도 갖고 있다. UCC가 빠짐없이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약 9천여명에 달하는 시민기자들이 매달 6백여건의 기사를 보내고, 그중의 절반 가량이 기사로 채택된다. 물론 6명의 정규직 취재기자와 20명의 편집기자들이 있기에, 앞서 언급한 사이트들과는 화면의 역동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가는 말
 
프랑스 시민운동의 역사는 깊고, 국민의 76%가 한 개 이상의 시민단체에 가입되어 있을 만큼 광범위한 영역에 폭넓은 시민들의 참여를 확보하고 있으나, 이 단체들의 인터넷을 통한 활약은 3-4년 전에서야 이제 막 전개되기 시작한 셈이다.
 
전통 미디어와 정치권력의 입김을 완전히 따돌리고 의외의 결과를 이루어 냈던 2005년 유럽헌법 국민투표에서의 결과에 고무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킹과 소통의 효력을 확인하고, 전국적, 국제적인 연대의 깃발을 인터넷 상에 꽂고 있는 중이다.
 
2007년 세골렌 루아얄의 선전도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이루어낸 결과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으며, 2008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각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의제들을 인터넷을 통한 서명운동과 의견그룹 조직을 통해, 관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네티즌들과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서 허리케인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무수히 다원화된 작은 한 지점에서 시작하여 보이지 않는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흔히 유명 포탈사이트에 모여 수천, 수만명이 댓글을 달아, 대중의 의견을 결집해 나가는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메일과, 서명운동을 통해, 수면 아래에서 조직되는 거대한 힘. 그것은 프랑스 시민사회의 아나키스트적인 취향과 매우 잘 맞아떨어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원화된 욕구가 상존하고 개인적 성향이 존중되는 프랑스 시민사회에서 이 원자화된 인터넷은 상호간의 행복한 만남의 지점을 확인하였고, 민주주의의 또 다른 플랫폼 건설을 향해 무한질주중이다.

* 본 기획취재는 언론재단의 지원하에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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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18 [16: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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