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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인터넷, 보완매체 혹은 대안적 매체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12.독일사회에서 인터넷 미디어의 등장, 그 한계와 가능성
 
남상희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UCC와 인터넷선거'에 관한 기획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독일에서 연구 중인 남상희 박사가 독일의 인터넷 매체 현황과 사이버 민주주의에 관한 전문적 연구 내용을 담았다. 다음은 남상희 박사의 분석 내용이다.

 
 
1. 문제제기
1.1. 이른바 ‘공정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
 
독일에서 ‘공정 언론’ (Qualitätspresse)은 보도의 중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널리 인정받는 신문, 잡지 및 방송을 일컫는 말이다. ‘공정 언론’에는 독일의 전국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짜이퉁>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과 <쥬트 도이체 짜이퉁> (Süddeutsche Zeitung: SZ), 주간지인 <슈피겔> (Der Spiegel), 독일 제1공영방송인 ARD (아아데) 와 제2공영방송인 ZDF (쩨데에프) 등이 속한다.
 
‘공정 언론’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개념은 ‘대중 언론’ (Boulevardpresse)이다. 독일에서 ‘대중 언론’을 대표하는 신문은 <빌트> (BILD)이다. <빌트>는 독일에서 발행부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국 일간지로서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많이 읽혀지고 있다. <빌트>는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거나, 일부러 선정적인 문구와 사진을 싣거나, 편파적 보도를 하여 소위 황색 저널리즘 (yellow journalism)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07년 3월 21일 열린 ‘미디어와 선거’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도르트문트 대학 (Technical University of Dortmund) 정치학 교수인 토마스 마이어 (Thomas Meyer)는 ‘공정 언론’의 역할에 상당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
 
“소위 ‘공정한 인쇄 미디어’ (Qualität Printmedien)라고 불리우는 어느 정도 보도의 공정성을 지닌 미디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실(팩트)을 자신의 이해관계나 이런 것과 혼동하는 경우가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대중지라든지 텔레비전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특정한 이해관계나 자신과 정당과의 관계, 또는 인물과의 관계를 사실과 상당히 뒤섞어서 마치 사실인양 이렇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대중지의 경우에는 사실보도, 의견, 코멘트 이런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이런 상태이죠.”
 
‘공정 언론’에 대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 산업과 엇물려 민영 방송, 대중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 공세가 거세지고, 게다가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전통적인 ‘공정 언론’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의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 (Jürgen Habermas)는 2007년 5월 16일자 <쥬트 도이체 짜이퉁> (SZ)에 독일사회의 공론장을 주도해온 ‘공정 언론’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하버마스는 독일사회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주도해온 ‘공정 언론’이 점점 더 콘체른과 미디어산업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광고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시장권력에 대항해서 ‘공정 언론’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마스의 글은 국가와 언론의 (독립적) 관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거니와, 이를 제쳐놓고라도 ‘공정 언론’ 또는 ‘진지한 신문’ (seriöse Zeitung)이라는 관습적인 표현을 씀으로써 인터넷 언론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공정 언론’에는 인터넷 언론이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쥬트 도이체 짜이퉁> (SZ) 온라인판에 올라와 있는 하버마스의 글에 달린 네티즌들의 논평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진지한 신문’이라는 개념이 과거의 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설사 ‘진지한 신문’이 오늘날 생존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 이는 사회의 전체적인 수준에서 진지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진지한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사고와는 이제 작별할 때가 왔다고 보며, 그렇기 때문에 진지한 신문들이 앞으로도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제 인터넷 덕분에 대항담론이 가능해졌다. 출판업자의 헤게모니를 전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버마스의 기고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해보인다. 독일사회의 공적 담론을 주도해온 주요 언론매체의 공공성과 중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공공 지원을 통해서 공정한 인쇄매체가 예전처럼 잘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인터넷 이용자 (온라인 칼럼니스트, 웹블로거 포함)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뿐이다.
 
1.2. 인터넷 언론: 보완적 매체인가 대안적 매체인가?
 
현재의 미디어 구도에서 인터넷이라는 기술매체가 지닌 영향력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 입장을 크게 둘로 나누면 하나는 보완적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적 시각이다. 2006년 9월 19일 함부르크 (Hamburg)에서 열린 언론인 모임에서 <슈피겔 온라인> (Spiegel Online)의 편집장 블루먼크론 (Mathias Müller von Blumencron)은 독일이 인터넷 분야에서 아직 “개발도상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종이 일간지에서 일하는 동료기자들이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먼크론은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독일에서 기존의 ‘전통 미디어’ (klassische Medien)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며, 다만 웹 (web)을 통해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세계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는 보완적 입장에 서있다.
 
이에 반해서, 언론인을 위한 연감 <Redakiton> 은 2006년판에서 비전문가와 전문언론인이 함께 기사를 생산하는 시민저널리즘 (Bürgerjournalismus)이 등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신문의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Redakiton> 2007년판은 온라인 저널리즘과 시민저널리스트(Bürgerjournalisten)에 대한 여러 논문을 싣고 있다. 그 밖에도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하는 웹블로그들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인 <Media coffee blog>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주제로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인터넷에 이를 소개하고 서로 논의하는 곳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출판시장이 시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전통적인 공정 저널리즘 (Qualitätsjournalismus)이 시민저널리즘 (Bürgerjournalism)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광고회사들은 이렇게 변해가는 미디어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위의 두 입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미디어가 독일 사회에 끼칠 영향력의 폭, 속도와 깊이에 대해 서로 다른 진단과 예단을 내리고 있다. 아래에서는 최근 독일에서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통계 및 분석을 토대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전통적 미디어와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의 상호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2. 인터넷 이용현황
2.1. 전통적 미디어와 인터넷 미디어의 이용 비교
 
독일의 통계청 (Statistisches Bundesamt)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은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2007년 개인컴퓨터를 보유한 가구는 대략 전체의 4분의 3에 달하며, 그 가운데 90%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4년 전에 비해서, 컴퓨터 보유가구는 20% 증가했으며, 인터넷을 연결한 가구는 50%가 증가한 것이다.
 
▲ 독일 가구의 정보기술 장치 (100가구당)    © 남상희

또한, 2007년의 <ARD/ZDF-Online-Studien> (ARD/ZDF-온라인조사) 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서 14살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수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현재 14살 이상 인구의 62.7%인 4천 8십만 명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 인터넷 이용 인구의 증가    © 남상희

연령별로는 14살에서 29살 사이 인구의 95%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30대가 80% 정도, 40대가 74% 정도로 연령이 높을수록 인터넷 이용 인구비율은 낮아진다. 또한, 2007년 현재 남성이 68.9%, 여성은 5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인터넷 이용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 가구와 이용 인구가 증가하는 데 발맞춰, 미디어에 할애하는 일일 평균시간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97년 <ARD-Online-Studie> (ARD-온라인조사)와 1998년부터 2005년까지의 <ARD/ZDF-Online-Studien>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4살 이상 전체인구의 매스미디어 이용시간은, 아래의 그림이 보여주듯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라디오가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는 반면,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 대중 매체의 일일 이용시간     © 남상희

하지만, 지난 2003년부터 인터넷 이용 시간은 오히려 정체하고 있는 반면,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ARD/ZDF-Online-Studien>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14살 이상 전체인구의 77-80% 정도가 라디오를 듣고, 74-80% 정도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55-56% 정도는 신문을 읽고, 41-46% 정도는 인터넷을 이용한다. 하루에 다른 미디어에 할애하는 시간은, 거의 줄어들지 않거나, 심지어 약간 증가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온라인 이용이 다른 매체의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의 이용시간이 늘어나도 인터넷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인터넷 이용인구(14살 이상)의 하루 평균 미디어 소비율    © 남상희

특히 텔레비전은 온라인과 상관없이 독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대중매체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텔레비전 방송은 공영방송인 ARD와 ZDF이며, 이 두 방송은 각각 15% 남짓 하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텔레비전 시청자는 전체 시청시간의 43.0%, 48.8%를 각각 ARD와 ZDF의 정보 프로그램을 보는데 쓰고, 32.2%, 30.5%를 창작물을 보는 데에 쓴다.  그 밖의 다른 프로그램은 민영 방송 (RTL, SAT.1, Prosieben 등)을 통해서 본다. 다시 말해서, 독일인들은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의 두 개 공영방송을 통해서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ARD/ZDF-Online-Studien>에 따르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해서 하는 활동은 이메일 쓰기가 단연 75% 정도로 선두를 차지한다. 그리고, 특정한 목적으로 검색을 하거나 그냥 인터넷을 훑어보는 비율이 각각 50%를 웃돌고 있다. 대화포럼이나 뉴스그룹, 채팅의 비율은 16%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홈뱅킹이나, 파일다운로드, 온라인경매보다 낮은 비율이다.
 
물론, 이러한 인터넷 판도에 변화가 있으리라는 예상도 있어왔다. 지난 2년 남짓 부쩍 주목을 끌고 있는 광역 통신망 이용에 따른 변화이다.  아래의 <ARD/ZDF-Online-Studien>이 보여주듯이 광역 통신망을 이용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7년에는 인터넷 이용자의 3분의 2가 빠르고 편리하게 인터넷에 접속하여 검색하고, 텍스트뿐만 아니라 오디오와 비디오를 올리고 다운받아서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 인터넷 통신망 (2003-2007)    © 남상희

많은 전문가들은 초고속 통신망 이용자가 늘어나면,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열린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하게 협력하여 공동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이른바 Web-2.0 시대가 열리리라고 기대해왔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독일에서도 Web-2.0의 참여 형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Web-2.0을 이용하는 순위를 적어보면, 첫번째가 위키피디아 (Wikipedia) 백과사전, 두번째가 유튜브 (YouTube)와 같은 영상 포털 사이트, 세번째가 사진 갤러리, 네번째가 마이 스페이스 (MySpace) 같은 개인적인 네트워크, 다섯번째가 싱 (Xing)과 같은 직업적인 네트워크, 마지막이 웹블로그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한번이라도 내용을 올려 편집해본 사람은 Web-2.0 이용자의 6%에 불과하고, 영상 포털 사이트에 비디오를 올려본 사람도 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Web-2.0을 이용하더라도 능동적인 생산자가 아닌 수동적인 소비자로서 머무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는 것이다. 능동적인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플러그-인을 할 때에 브라우저에 설치해야 하는 보완 프로그램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 이런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들 (바이러스, 스팸, 피싱 등), 프로그램 설치 등에 불가피한 개인정보의 유출과 이에 따른 남용을 주요 방해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발달하는 기술에 대한 수동적 반응은 결합기술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독일에서 광역 통신망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텔레비전과 인터넷 그리고 전화, 3대 기술을 결합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2006년과 2007년의 <ARD/ZDF-Online-Studien>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 (14살 이상) 가운데, 이러한 결합된 기술에 관심이 있는 비율은 56% 정도이다. 거칠게 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일반인들의 이용도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기술이 제공하는 여러 기능은 사용되지 않고, 잠재적인 것으로 남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2.2. 보완적 매체로서의 인터넷 미디어
 
지금까지의 인터넷 이용현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난 몇 년 동안 독일에서 인터넷은 전통적인 대중매체인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과 동시에 발전해왔다. 2002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더라도, 온라인 매체 때문에 인쇄 매체의 중요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기존의 언론인은 거의 없다. 온라인 매체의 영향을 받아서 작업이 기술화되고, 정보의 신속성이 중요시되고, 언론인이라는 직업군의 범위가 넓어질 수는 있어도, 인쇄매체의 영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기존 매체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매체와 병행하면서 이에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보완적 미디어 이용의 테제’가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에서 인터넷은 보완적 역할을 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을까? 아래에서는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독일의 전통적인 미디어가 지닌 다양성과 개방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하버마스가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의 ‘공정 언론’은 지식인에게도 지지를 받으며 높은 권위를 누려왔다. 두 개의 공영방송 ARD와 ZDF의 정보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ARTE>나 <3sat>과 같은 수준 높은 방송이 민영 방송에 변별력을 지니고 고정 시청자를 담보하고 있고, 지방방송도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신문으로는 FAZ나 SZ만 아니라, <타게스 짜이퉁> (die tageszeitung: taz)이 좌파적인 색채를 보이고, <짜이트> (Die ZEIT)와 같은 주간지는 지성인들의 신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으로는 광고로 지원되는 무가지들이 많이 있어서 지역교구와 같은 작은 커뮤니티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독일사람들은 굳이 전통적인 미디어를 대체할 필요가 없었다.
 
둘째로 독일 사람들의 문화 여가활동이 사회적으로 잘 조직화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독일의 각 지역에는 스포츠 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 사회 단체가 촘촘히 조직되어 있다. 지역적으로 잘게 분할되어 있는 교회 조직도 지역사회의 단체 활동을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모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단체 활동이 가능한 사회에서 인터넷이 따로 동원할 수 있는 집단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따라서 먼저 인터넷을 이용한 사람들은, 주로 업무상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들, 일상생활에서 첨단 기술에 민감한 사람들, 아니면 주류사회에서 문화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셋째로,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 전통적인 매체가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빨리 반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시초는 1994년에 이미 인쇄 매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Der Spiegel>이 <SPIEGEL ONLINE> (슈피겔 온라인) 을 올리면서부터다. <SPIEGEL ONLINE>은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 웹사이트로 꼽힌다. <쥬트 도이체 짜이퉁> (SZ)도 그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매체들은 그 동안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각 프로그램이나 기사에 대한 논평을 쓸 수 있게 한다든지, 웹블로그들을 활성화하여 전통적인 방식을 보완하며 시청자 및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종이신문의 웹사이트는 여러 온라인 순위통계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deutsche blogcharts> (독일 블로그 순위)는 2007년부터 독일어로 된 저널리즘 성향을 지닌 웹사이트의 링크 순위를, 블로그를 링크해놓은 다른 블로그들의 숫자를 기초로 일주일마다 업데이트해서 올려놓고 있다.  여태까지 1위에 올라있는 <Wikipedia> (위키백과사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통적인 종이신문과 방송에 기반을 둔 웹사이트가 링크 순위 10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로, 인터넷 매체가 기존 전통 미디어와는 다른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시민운동 영역이 강하지 않았다. 물론, 시민운동단체, 노조, 종교단체 등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메일링 리스트나 웹블로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활성화해서 의제를 설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예외적으로, 2007년 6월 초에 G8정상회담이 독일의 하일리겐담 (Heligendamm)에서 열렸을 때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을 활발히 이용했다.
 
그 이유는 독일 정부가 G8정상회담을 전후해서 상당히 강압적이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위금지, 복면금지, 운동세력 사무실의 사전수색, 그리고 온라인 수색에 이르기까지, 사전예방적이고 억압적인 보안 및 경찰 정책이 집행되자, 이를 피해서 사회운동세력은 온라인을 자신들의 사전연락 및 동원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게 되었다. ATTAC 등의 단체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YouTube 등의 비디오 포털에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영상을 올렸다. 국내외에서 모여들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시각각 정보를 올리는 신속함을 보였다. 
 
또한 이메일과 핸드폰을 통해서 시위를 준비하고 동원했다. 시위현장은 텍스트나 오디오 및 비디오 클립으로 시시각각 웹블로그에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너를 단다든지, 해킹을 해서 G8정상회담 공식 웹사이트를 차단한다든지 하는 사이버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것은 인터넷 활용이 초국적 사회운동을 조직하기 위해서 채택된 한시적인 동원방식이었을 뿐,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사이버 사회운동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다섯째로, 독일의 인터넷 매체에 대한 법률적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독일은 미국에 비하면 기본적으로 시장의 규제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새로운 매체가 뻗어나가는 데에 장애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독일의 온라인 언론은 전통적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일반 형법과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 행위와 관련된 법 조항들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연히 반론보도 청구권, 청소년 보호규정, 개인의 신상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 게다가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언론사업의 자유를 국가 기본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정작 언론정책은 주정부의 고유권한이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은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독일 전국에서 볼 수 있지만, 각 인터넷 언론 정책은 연방정부가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인터넷 정책을 단일화하거나 신속하게 수립하기에는 행정적으로 무리가 많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불거지고 있는 온라인 비밀 추적 (Online Untersuchung)의 집행 여부, 위헌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은 인터넷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머뭇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섯째로, 독일의 인터넷 이용 비용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독일의 전화선 보급은 <텔레콤>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요금이 비쌌거니와, 오랫동안 광역선의 보급이 늦어졌다. 애초에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적은 상태에서, 공급조차 미미했던 만큼 인터넷 이용이 더뎌진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을 경우에 라디오 수신료를 받는다는 등의 부가적인 논의는 인터넷을 이용자고자 하는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도처에 잠복해있다. 인터넷 기술은 완만하게 보급, 확대되어 가고 있는 반면에, 인터넷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의 부담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3. 인터넷이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
3.1. 독일 정당의 인터넷 활용
 
독일에서 인터넷의 도입 및 이용이 늦어진 것, 그리고 이용하더라도 전통 미디어에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독일 정당의 인터넷 활용도를 진단해보라면 그 대답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짐작대로, 인터넷을 통해서 독일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고 동원하려는 관심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서 시기적으로 늦었다.  독일 정당들은 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을 필두로 1995년부터 온라인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1998년 선거 이후에는 인터넷 선거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당의 홈페이지 이용, 전자정부 순위도, 온라인 선거 캠페인에서도 별다른 효과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2001년 5월에 독일 연방하원 (Bundestag)에서는 이른바 전자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사회민주당 (SPD)과 녹색당 (Bündnis90/Die Grünen)의 연립정권의 주도로 <Projekt Elektronische Demokratie> (전자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도 개인 블로그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한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정치인 블로그를 제공한 쪽에서는 다른 문제를 안게 되었다. 웹블로그의 내용을 수시로 신속하게 업데이트해야 하는 시간적 압력, 다른 정치 블로그 공동체와의 관계설정 그리고 오프라인에 엄연히 존재하는 위계관계를 조정하는 문제 등이다. 잠정적으로, 정당이나 정치인 쪽에서는 시민들이 온라인 포럼에 참여하고, 채팅하고, 방문록에 기록을 남기고 하는 것이 사실상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2002년 연방하원 선거에서는 인터넷이 활용되기는 했지만, 그 비중은 텔레비전에 훨씬 못 미쳤다. 그리고, 이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인터넷을 텔레비전에 보완적인 매체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민주당 (SPD)이나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 (CDU/CSU)은 모두 텔레비전 토론 이후 구체적인 반박과 정책 등을 선전하는 데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은 게시판이나 방명록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정치인들은 익명의 인신공격, 악성 루머 등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의 장점인 쌍방향성을 활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시, 독일의 정치인들이 선거운동 수단으로서 웹블로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독일 연방하원 선거를 준비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은 현대사회에서는 선거인들이 점점 더 분화되어 가기 때문에 강한 지지층을 모으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포스트모던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2005년 10월에 실시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20만개로 추정되는 독일어권의 블로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40%가 자신들의 사이트에 그 당시의 정치적 주제에 대한 논평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독일의 수상이었던 슈뢰더 (Gerhard Schröder)가 재선거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아서, 초정당적인 성격을 보이며 다가온 선거에 관여하려는 목적을 가진 웹블로그들이 대거 등장했다. <wahlblog.de>, <wahlblog05.de>, <merkel-darf-nicht-kanzler-werden.de> 등 수많은 독립적인 블로거들이 정치적인 선거캠페인 토론에 참여하였다.
 
사회민주당 (SPD)에서는 이른바 웹마스터로 활동하는 “Websozis” (웹사회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비공식적인 모임을 갖고, 사회민주당의 하위조직으로서 사회민주당원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웹블로그들을 만들어 중앙 인터넷 플랫폼 <roteblogs.de>을 통해서 연결시켰다. <Wir-sind-Kanzler.de>와 같은 사회민주당 선거 블로그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류의 선거 블로그들이 중립적이고 균형 있는 보도를 하리라고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결국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서 정치적 입장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블로그 참여자의 60%가 웹블로그들이 정당정치에서 중립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실제로, 원래 정책적인 토론을 하려던 인터넷 공간은, 다른 정당과 후보를 헐뜯는 부정적 캠페인을 하거나, 다른 정당의 후보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종의 감시 블로그 (Watchblogs)로 변해갔다.
 
2005년의 온라인 선거운동을 지켜본 언론인들은 30년 전의 선거운동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혹평을 남겼다.  정당들은 힘이 빠져있었으며, 인터넷에서의 의사소통은 과장되고, 진부하고, 때로는 논쟁적이었으나,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었으며, 고리타분한 선거운동의 연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호작용도 없었고, 메타 커뮤니케이션도 없었고, 인터넷 담론에서 나온 독창적 사고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정치 참여의 잠재적 가능성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비전을 가진 일군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이로써 2005년의 온라인 선거운동은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으며, 독일이 디지털 발전도상국이라는 비판을 재확인시켜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2005년 독일의 연방하원 선거에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보여준 결과는 독일의 정당구조와 기존 언론구조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정당은 탄탄한 조직기반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연방제여서 권력은 지역에 나뉘어져 있고, 또 정당도 지역까지 촘촘히 조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선거인들은 크게 노력을 하지 않고도 지역에 있는 지구당과 접촉하여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직 정당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능동적인 정치 무관심층이거나 무정부주의자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애초부터 소견을 가지고 정치적 토론이나 선거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하면 선뜻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무리수였을 수 있다.
 
게다가 독일의 정당구조가 분권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이슈들은 지역적인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이슈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서로 토론할 수 있다. 맞대면을 하거나 전화로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지역의 포럼이나 토론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으며, 지역방송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중앙에서 이슈화되어 전국을 통괄하는 이슈라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하지 않아도 선거인들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은 선거기간에 활발하게 정치인들 사이의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공영방송 텔레비전 정보 프로그램은 독일에서 시청률이 높다. 특히, ZDF는 선거 기간에 일주일에 한번씩 금요일마다 <Politbarometer>를 발표한다.  이 조사는 정당 선호도, 정치인 선호도, 특정 주제에 대한 찬반 등을 전화로 묻어 발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 미디어의 여론조사는 정기적으로 여론의 장기적 동향을 알려주는 것으로, 거꾸로 선거인들의 입장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을 거치면서, 정치적 웹블로그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의 역할은 전통적인 대중매체가 흘린 정보의 신빙성에 의심이 갈 때 이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정치적인 담론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참여 정도를 “부가적으로” 더욱더 증가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강화설 (Verstärkungsthese)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정치적인 주제가 웹블로그에서 먼저 제기되어 대중매체에서 다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서, 선거 중에나 선거 이후에나 인터넷은 기존의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에 보완적인 매체로 인식되었을 따름이다. 웹블로그가 공론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전통적 미디어의 언론인이 블로그의 내용과 의견을 가져가서 대중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만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황을 염두에 두고, 뮌스터 대학 (Westfälische Wilhelms-Universität Münster)의 노이베르거 (Christoph Neuberger) 교수는 전문 저널리즘과 P2P (Peer-to-Peer) 저널리즘이 서로 보완하는 공론 체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 저널리즘의 장점은 언론과 라디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과 편집위원회가 철저하게 기사와 보도 내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P2P 저널리즘의 강점은, 정보의 다양성, 집중적인 의사교환, 그리고 신속성이다. 전문 저널리스트는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정보의 공급원으로 이용한다. 여기서 주제선정, 논쟁점, 정보를 직접 수집해서, 자신들이 더 깊게 다룰 수 있다. 이로써 참여적인 웹사이트에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쪽에서는 자신들이 선택한 전통적 미디어의 보도 행태를 분석하면서, 미디어 감시인 (Media watchdog)으로서 전문 저널리즘과 함께 발전할 수도 있다.
 
3.2. 온라인 저널리즘의 몇 가지 사례들
 
독일 사회에서 인터넷 미디어의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서 정치적 참여와 토론, 그리고 선거운동을 시도한 정당들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거두었다. 온라인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를 자처하며 시작한 웹사이트들은 전통 미디어뿐만 아니라, 이미 기존의 미디어에서 만든 전문적인 온라인 신문, 방송이나 잡지와 힘겨운 겨루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독일의 인터넷 이용은 조금씩 대중적 기반을 확충해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 미디어가 지닌 역할은 점점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온라인 저널리즘과 관련해서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지난 몇 년 동안 등장한 웹블로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형태는 감시 블로그 (watchblog)이다. 감시 블로그는 특정한 매체의 보도를 감시하고 논평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4년에 등장한 <BILDblog>는 독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감시 블로그이다.  <BILDblog>가 감시하겠다고 나선 언론은 독일에서 발행부수 1위를 자랑하는 대중 일간지 <BILD> (빌트)이다. <BILD>는 1952년에 황색 저널리즘 (Boulevard journalism)으로 출발하였다. 2007년 현재 14살 이상 독일 인구의 18.8%가 구독하고 있다.  <BILD>는 명예훼손 등으로 가장 많이 소송 당한 언론사에 속하기도 한다. 물론 <BILD>를 감시하고 고발하고 공격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독일의 탐사보도 언론인 (Investigativ-Journalist), 발라프 (Hans-Günther Wallraff)는 1977년 하노바에 있는 <BILD>의 편집부에 위장취업해서 4개월 동안 일하면서, <BILD>가 어떻게 편집방침에 따라 체계적으로 선정적인 기사를 쓰고, 거짓 기사를 쓰는지를 관찰하고 책으로 출판하여 폭로하였다.
 
<BILDblog>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언론인 슐트하이스 (Christoph Schultheis)는 10년 전 좌파지향적인 전국 일간지 <taz>에서 연수를 받고, 미디어 저널리스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04년에 <BILDblog.de>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2007년 다른 웹진과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정상적인 언론인으로서 항상 <BILD>가 저널리즘의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 데에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값도 싸고 기술적으로도 간편한 웹블로그를 만들기로 했다. 이 웹블로그의 편집진은 “사실에 충실한 참고사항”을 보내주는 독자 네트워크의 도움과 지지를 받으면서 활동한다.  <BILDblog>는 만든 지 불과 1년 뒤에 <Grimme Online Award Information>을 받을 만큼 급성장했다.  심사위원단은 시상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BILDblogger>는 <BILD> 편집국이 거짓보도를 보내거나, 추정기사를 사실로 내보내거나,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보복기사를 보내거나, 위선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우할 때마다 이를 파헤친다. 이 발라프의 후손은 <BILD> 편집국의 목에 걸려있는 가시와도 같다. 하루에 <BILD>를 읽는 12백만명의 독자에 비하면, <BILDblog>의 방문자 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 하지만 계몽적인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투덜거리며 잘난 체 하는 자들이 아니라, 탐색하고 논쟁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저널리스트들이 그들의 주장을 섬세하게 검토하고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BILDblog>는 가장 성공적인 웹블로그로서, 2007년 현재 하루 5만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3명의 상근 미디어 저널리스트가 일하고 있다. 현재 <BILDblog>는 광고를 받지 않고, 후원금과 자체개발 상품 (BILDblog 셔츠 등)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감시 블로그는 전통적 미디어와 경쟁을 하거나 대체하지는 못해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여 건전하고 올바른 미디어 환경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감시 블로그는 전통 미디어와 공존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보완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독일의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대표적인 웹사이트의 하나인 <SPIEGEL ONLINE> (슈피겔 온라인)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SPIEGEL ONLINE> 은 오프라인 주간지인 <SPIEGEL> (슈피겔)을 모회사로 하여 1994년 10월 25일에 등장하였으며, 이것이 독일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시초로 기록되고 있다.  <SPIEGEL ONLINE>은 전통적인 미디어가 새로운 온라인 매체에 진출하여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SPIEGEL ONLINE>은 <Grimme Online Award Spezial>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시상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특히 많은 필자들의 글을 실음으로써, 전통적인 미디어의 수준에 도달한 언론의 노력의 산물이다. 게다가 폭넓고 심층적인 내용에 일관성이 있고, 끊임없이 신속한 보도를 전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SPIEGEL ONLINE>은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는 적절한 형식을 발견했으며, 동시에 모회사인 <SPIEGEL>과 연계성을 지니고 생산적으로 발전해가며, 이러한 장점이 글을 쓰는 스타일에까지도 속속들이 스며들어있다.”
 
마지막 보기는 온라인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웹진이다. <politik-digital.de>은 유럽 정보사회의 민주주의와 디지털의 발전을 위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1998년에 만들어졌다. 편집진이 글을 쓰거나 지정된 자유기고가들이 글을 올리고, 독자는 논평을 올리거나, 다른 포럼과 연결되어 토론을 하거나, 웹블로그를 통해서 링크를 하여 참여할 수 있다. 이 웹사이트는 2001년에 <Grimme Online Award Medienkompetenz>를 수상하고, 2003년에는 <Alternativer Medienpreis 2003>를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2001년과 2003년에 정치 온라인에서는 <politik-digital.de>을 인터넷과 정치의 세계를 움직이는 25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였다. 게다가, <politik-digital.de>의 웹블로그인 <Metablocker>는 2004년에 방송매체인 <Deutsche Welle>의 <Best Journalistic German Blog>에서 <Best of the Blogs Awards>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동안 <politik-digital.de>은 <europa-digital.de> 그리고 <politiek-digitaal.nl> (네덜란드 소재)와도 함께 일하고 있다.
 
4. 맺음말
 
인터넷 기술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이 기술을 사용하고 확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행위자와 조직,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인 과정인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 인터넷의 10여년 역사도 이러한 사회적 특수성의 중요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독일에서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형성되는 의제에 힘을 주는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여전히 주도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조차 기존 매체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인가? 이 글의 첫머리에 언급한 하버마스의 기고문은 이미 이른바 ‘공정 언론’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인 온라인 언론들 사이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 이러한 변화를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번째는, 사이클 선수들의 약물복용 사건을 계기로 빚어진 ‘공정 언론’의 권위 실추이다. <Tour de France>와 같은 자전거 도로일주 경기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종목이다. 특히 독일의 <Telekom>은 자회사 팀을 가지고 각종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공영방송들은 이를 여과 없이 중계해왔다. 2007년 5월 한 자전거 선수의 양심고백을 필두로 자전거 선수들이 코치와 주치의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입 받아왔음이 밝혀지면서 불씨는 공영 방송의 사회적 역할에 옮아갔다. 그리고, 사이클 경기를 무비판적으로 중계해온 스포츠 저널리스트, 공영 방송 담당자, 광고주 등, 스포츠 저널리즘 전반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약물복용 사건을 폭로하는 데에 온라인 언론이나 웹블로그가 특히 기여한 바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공영방송이 시청률과 광고주 등 미디어 산업의 와중에서 ‘중심’을 잃어가면서, 인터넷 언론이 부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최근에 온라인을 통해서 밝혀진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기극을 들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 우연히, 상업방송 <9Live>의 “Hot button”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증거가 잡혔다. “Hot button”은 시청자가 유료전화를 걸고 끊지 않고 있으면, 진행자가 아무 때에나 임의적으로 버턴을 눌러서 그 버턴이 보여주는 시청자의 전화번호가 상금을 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진행자가 임의적으로 버턴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전화가 걸려온 횟수에 따라서 수익을 조정해가면서 버턴을 눌러왔음이, 우연히 온라인으로 전송된 진행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탄로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하게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각을 고발하는 웹사이트가 생겼다. <call-in-tv.de>는 시청자가 유료전화를 걸어서 추첨해서 상금이나 상품을 준다고 꼬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소비자 보호의 차원에서 고발하는 사이트이다.  <BILDblog>와도 같이 일종의 감시 블로그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웹블로그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존의 방송 신문 매체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개인적 자유의 침해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대항행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온라인 비밀 추적>에서 보여주듯이, 사회의 안전을 이유로 개인적 영역까지 규제가 들어온다면, 사회운동은 여태까지의 잘 조직화된 오프라인 동원에서, 온라인을 통한 온라인 언론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옮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독일의 전통적인 미디어가 중립과 균형을 잃고 우익 보수 쪽으로 기울어지면 인터넷 공간은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모아내는 대안적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번째로, 독일사회의 인구 분포가 변하면 인터넷 미디어의 역할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터넷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세대는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이다. 자라나는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연스런 생활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20-30년 뒤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초기 사회화 과정에서 이미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인터넷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현재 독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인터넷 미디어의 발전 과정은, 아무리 인터넷 기술이 점점 발전하여 널리 보급되고, 이를 이용할 능력을 지닌 인구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인터넷 미디어의 활용과 사회적 역할은 그 사회의 역사적, 정치적 특수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 미디어의 발전에서 비롯되는 변화의 행태들을 기술 결정론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함을 뜻한다.


* 글쓴이 남상희 박사는 한국과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현재 독일에서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연구를 주로 하고 있는 "세계-지역 연구소" (GIGA) 산하 "아시아 연구소" (IAS)에서 프로젝트 연구원 (Research Fellow)으로 일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사회학회 (ESA)와 유럽한국학회 (AKSE)의 회원으로도 활동중이다. 2006년 중순부터 한국의 사회운동이 지난 20여년 동안 이루어낸 혁신과 논쟁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동아시아에서의 초국적 연대운동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 본 기획취재는 언론재단 지원하에 이뤄진 것입니다.
기사입력: 2008/02/19 [19:1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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