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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발 못붙인 대선과 참여민주주의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7.참여민주주의 위해서는 네티즌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야
 
김영호

 200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UCC가 판도를 갈라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선거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쳐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일반시민이 단순한 뉴스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주류언론이 지배하는 여론시장을 주도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확장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2007년 한국대선에서는 예상과 달리 UCC가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노무현 심판론'이다. 그 다음은 UCC가 지닌 본래의 기능이 많이 변질된 데 있다.
 
 동영상 UCC는 미국 중간선거 본선에 앞서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도 이미 영향력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네티컷 주에서 정치신인 네트 래몬드가 예상을 깨고 3선을 노리는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은 동영상 UCC 덕분이었다. 이 동영상은 리버맨 의원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해온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의원들의 반전정서를 자극했던 것이다. 보수파들이 리버맨 의원을 칭찬하는 장면들을 한꺼번에 모음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증폭시켰던 것이다.
 
 본선 과정에서는 버지니아주 출신 조지 앨런 공화당 상원 의원이 인종차별의 뜻을 지닌 말 한 마디를 잘못 던져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를 귀찮게 쫓아다니던 인도계 파파라치에게 원숭이에 빗대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동영상에 포착됐고, 그것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바람에 패배의 쓴잔을 마신 것이다. 몬테나 주에서는 콘래드 번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육류가공단체가 주최한 농장법안 공청회에서 잠깐 졸았다가 의사당으로 가는 길이 막히고 말았다. UCC 동영상이 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조는 장면인데도 다른 반응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2007년 1월 23일 <유튜브> 사이트에는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눈감은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도중에 맥케인 의원이 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티즌들이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부시의 지루한 연설을 듣느니 차라리 조는 게 낫다는 반응이었다. 부시의 연설을 멈추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모습 같다며 오히려 부시를 조롱하는 댓글이 잇달았다. 
 
 한국언론은 미국의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UCC가 17대 대선을 달굴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2002년 대선에서 '노사모'가 인터넷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2004년 탄핵국면에서도 그것이 재연됐으니 가능한 예측이었다. 그런데 그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한 측면이 있고 엉뚱하게 해석하기도 했다. UCC를 단순한 동영상으로 의미를 짓는가 하면 대선 주자들이 잘만 활용하면 선거전략으로 아주 주효할 것이란 따위가 그것이다. 과거 선거에서도 넘쳐났던 영상홍보물 쯤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이용자생산정보라는 본래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단지 동영상으로 협소하게 해석했던 느낌이었다. 정치권 또한 언론과 마찬가지로 잘못 이해했고 실제 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대선주자 캠프에서 인기를 끌만한 동영상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UCC를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했을 뿐이다. 거기에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생산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따라서 네티즌이 참여하는 사회적-정치적 공론장으로서의 UCC 기능이 배제되었던 것이다. UCC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이해와 정치권의 왜곡된 인식이 합작해 낸 결과라고 하겠다. UCC를 동영상 콘텐츠로만 이해되고 인식됐던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UCC 활동이 부진한 이유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20대가 인터넷과 이동전화를 통해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통령 노무현'을 태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007년 대선에서는 아주 대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법개정에 따라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19세 유권자가 62만여명으로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 여기에다 20대 유권자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793만여명으로 전체유권자의 21.0%에 달한다. 이들이 인터넷과 UCC와 가장 친밀한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의 대선 섹션을 찾는 비율이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대학가에서 대선과 관련한 플래카드나 대자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니 알만하다.  
 
 지금 20대는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취업에 대비해 1년 동안 휴학하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오지만 일자리는 그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열렬하게 지지했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말장난뿐이다. 현실정치에 혐오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선거가 희망을 주지 못하니 참여의식이 결여되어 사이버공간에서도 정치적 의사를 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또 노무현 심판론에 밀려 선거가 일방적으로 치러졌으니 참여할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선거법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선거법 93조(사전선거운동 금지), 250조(허위사실 공표), 251조(후보자 비방)가 사실상 네티즌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다. 12월 2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대선과 관련해 인터넷 상에서 삭제된 글이나 UCC가 무려 6만5,108건에 이른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입건된 이른바 사이버 사범이 모두 1,312명(1,236건)이나 된다. 2002년 입건건수가 57건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과도한 단속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93조 1항이 인터넷에 대해 불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후보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 등을 배부, 살포, 상영,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문의 경우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만 사실상 단속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같은 표현도 인터넷에서는 단속의 대상이었다. 이것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명백하게 제한-통제하는 행위다.  
 
 여기에다 선거법 82조에 따라 11월 27일부터 개시된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모든 인터넷언론 게시판을 실명으로 운영해야 했다.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인터넷 실명제가 기존의 35개에서 1450개 사이트로 확대, 적용됨에 따라 사이버 언로가 사실상 차단된 실정이었다. 가령 이명박 후보의 자녀 취업과 관련하여 오프라인에서는 '위장전입'이란 단어를 예사로 쓰나 온라인에서는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한다며 단속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진보성향의 인터넷매체들은 12월18일까지 사이트를 폐쇄하는 파업에 돌입했고 네티즌들도 불복종 운동에 가세했다.
 
 동영상 UCC의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체보다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치인의 순간적 실수나 실언을 자극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건전한 토론공간보다는 폭로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치권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정책대결보다는 음해적인 공격소재를 발굴하는데 주력한다면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하지만 네티즌이 자정능력과 감시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런 부정적 측면은 극복이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참여정치다. 정치적 의사소통을 봉쇄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주류언론이 권력화한 현실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형성된 여론은 사회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 의제여론(pseudo-opinion)에 불과하다.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이 대안매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네티즌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통제하는 선거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공론장이 주류언론과 기성정당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네티즌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라.    
 



*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UCC와 인터넷선거>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기획취재는 누리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선거운동으로 몰아 탄압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남용과 선거시기 실명제의 강행이 초래할 사이버 민주주의 위험성을 분석한 것으로서 향후 인터넷 선거(운동)의 방향성을 가늠하고자 한 것입니다. 
 
기획취재는 올 12월 한국 대선, 나아가 총선 등 선거에서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획취재에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08/01/25 [19:3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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