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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망명정부 티베트 정통성 이어갑니다"
[오로빌의 사람들] 오로빌 공동체 거주 티베트 3세대 텐진의 삶의 역경
 
김철관   기사입력  2008/01/17 [13:46]
“티베트 망명정부의 국적은 나의 정체성이고 앞으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현재도 인도, 네팔 등 여러 나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네요.”
 
지난해 티베트 3세대로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 이상 실험도시 오로빌 공동체 살고 있는 텐진(27). 그는 지난 2007년 중순 오로빌리안이 됐다. 현재 오로빌에서 티베트 전통 음식점을 운영 중에 있고, 망명정부 티베트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망명정부가 시작된 1세대 할아버지에 이어 2세대 아버지 세대인 80년에 네팔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망명정부 국민의 설움을 목격하면서 자랐다. 그리고 네팔, 인도 등을 전전하면서 역경을 겪어야 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 오로빌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텐진은 티베트 3세대로서 티베트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 김철관
 
“네팔에서 출생해 5살(85년)때 아버지를 따라 인도에 와 서인도 뱅골에서 87년까지 유치원 기숙학교를 다녔습니다. 그후 기숙사, 할머니집 등을 짐짝처럼 옮겨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이후 95년 양아버지를 따라 처음 인류 실험공동체 오로빌을 접하게 된 것이지요.”
 
망명정부 1세대인 할아버지는 티베트 군인으로 달라이나마를 측근에서 모시는 꾀 유명한 사람이었다. 달라이나마를 인도로 망명시켰고 다시 티베트로 들어가 할머니를 인도로 구출한 다음, 다시 중국군과 싸우기 위해 티베트로 들어갈 만큼 용감한 군관이었다. 인도로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고국산천을 잃은 되다가 할머니(부인)까지 인도 사람과 결혼을 한 것. 이를 눈치 챈 할아버지는 텐진이 8살이 되던 지난 88년 네팔로 떠나 스님이 됐다는 것이다.
 
“93년 모친이 돌아가셨고, 부친도 2003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법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내가 양 아버지처럼 불렀던 아버지 친구 이탈리안이 저를 딸처럼 여기면서 잘 키워줬습니다. 97년 오로빌을 잠시 떠났다가 2001년 돌아와 오로빌에 정착해 지난 2007년 중순에 오로빌리안이 됐습니다. 오로빌에 와 같은 처지에 있는 티베트 3세대인 남편 상왕을 만나 결혼하게 됐지요.”
 
텐진이 티베트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도 어릴 적 자주 먹었던 전통음식의 맥을 잇고 싶어서였다. 그는 국적을 버리지 않는 이유를 정체성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제든지 다른 나라 국적 취득이 가능합니다. 망명해온 많은 사람들이 오랜 망명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국적을 바꾸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제 정통 티베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기정체성이고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로빌에서 텐진이 운영하는 티베트 전통식당 주방의 모습이다.     © 김철관


그는 티베트 민족의 영혼 달라이나마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달라이나마는 우리의 영혼입니다. 그 옆에 가까이가면 울거나 무서워할 정도의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지요. 티베트인에 있어 살아있는 생불입니다.”
 
티베트 영혼의 지도자 달라이나마는 1대부터 13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대부터는 12대까지는 모두 암살됐다. 유일하게 암살되지 않고 건재를 과시한 생불이 현재 13대 달라이나마라고 강조했다. 
 
“달라이나마가 죽으면 모시던 분들이 티베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어린 생불(달라이나마)을 찾게 됩니다. 죽은 달라이나마의 영혼은 누구에겐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생불이 결정되면 그분이 달라이나마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전생의 일들을 기억해 냅니다.”
 
현재 남편 상왕의 외할머니와 달라이나마의 어머니가 친 자매라면서 뿌듯해했다. 한마디로 생불에 가까운 친족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달라이나마와 함께 오로빌의 영적지도자 오로빈도와 마더, 그리고 신성을 다시 일깨워준 정신적 스승인 한 한국인 친구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텐진은 오로빌의 정체성에 대해 오로빌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 고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마더가 제시한 이상사회로의 오로빌과 현재의 오로빌이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더가 얘기한 이상사회와 동떨어진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오로빌을 떠나 다시 찾았을 때는 오로빌에 대한 긍정적 잠재적 의식
들이 분출된 것이 아니겠냐면서 이상도시로서 잠재력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지나온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때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점이 후회가 된다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티베트 전통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 김철관

“현재 달라이나마는 '인생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깨닫지 못하고 흘러 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 배우고 탐구하는 학문적 열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취할 수 있었지만 선택할 수 없었던 지난 시절에 삶을 낭비한 것 같은데, 현재 바꿀 수 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삶을 다시 바꾸고 싶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요가로 시작해 내적 신성을 키우고 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로 남편과 자식을 위한 주부로서, 또한 티베트 식당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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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17 [13: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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