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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의 보험맹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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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가 죽어도 알려주지 않는 진실
[시론] 이명박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폐지 강행하면 국민저항 각오해야
 
김미숙
국민건강보험 수호, 국민의 몫!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했다 한다. 다음 수순은 '국민건강보험 민영화'다. 그런데 국민의 마음은 국민건강보험 수호 쪽이다. 이 마음을 뿌리치고 '친기업' 행보를 걷다가는 '대국민저항'에 직면하게 될 듯하다.
 
많은 분들이 민영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보험료는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의무(강제)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연체하면 재산 차압 등의 불이익이 있다. 정부가 보험료를 내 대신 얼마나 내줬는지 생색내지 않으며, 보험금(국민건강보험부담 의료비)이 내 통장에 직접 들어오지도 않는다. 또한 민영보험처럼 고액의 보험금을 약속하지도 않으므로 국민건강보험으로 인해 받는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비영리의료보험)과 민영보험(영리의료보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의료비를 부담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조하는 ‘급여대상 의료비’ 외에 ‘급여대상 의료비 중 본인부담의료비’와 ‘비급여대상 의료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개인부담금은 ‘급여대상 의료비’ 중 개인부담금인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대상 의료비’의 합계액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돈은 돈대로 내고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지출한다고 분통을 터뜨리지만, 기실 국민건강보험은 공적 부조로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 국민 중 국민건강보험 적용인구는 4천741만여 명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으로 보험료(보험금)를 정부가 부담하는 무상의료 대상자들이다. 그런데 실제 직장 및 지역으로 나뉘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은 2천938만 명이다. 나머지 38% 가입자는 피부양자들로서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 일체를 보장받지만, 보험료는 내지 않는다. 피부양자수가 많은 가입자(주로 직장인)일수록 국민건강보험을 옹호해야 하는데 언론매체를 보면 ‘유리지갑’이라며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는 것에 비난을 퍼붓는다.
 
온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암을 예로 들어보자. 전체 암환자 중 최초진단을 받는 연령층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이다. 그러나 정작 60세 이상은 민영보험을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사가 거부하는 계층이다. 이분들은 병에 걸려도 스스로 모아놓은 여유자금이나 자식, 국민건강보험, 그리고 정부 세금이 아니면 기댈 곳이 없다. 암 진단을 받는 인구 중 절반 이상은 의료비 부담과 생활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계층이다.
 
2003년 기준 전체 암 환자는 31만5천여 명으로 300만 명이 넘는 고혈압 환자나 260만 명에 달한다는 간염보균자에 비하면 환자 수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고혈압환자나 간염보균자도 민영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아프면 이유도 나이도 묻지 않고 정해진 보험금을 주는 보험은 국민건강보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필자는 종종 보험을 마트에 빗대 설명한다. 국민건강보험은 할인마트 그 자체다.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가서 할인된 가격으로 가져오면 된다. 그러나 민영보험은 마트에 비치된 카트 1개에 불과하다. 원하는 상품‘만’ 담아야 하고 돈도 내야 하지만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즉 내가 구매한 상품을 써보지는 못하면서 돈만 내고, 혹시 재수가 좋으면 상품 값의 일부만 돌려받는 경우(해약)가 민영보험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내가 담은 물건이 슬며시 바뀌거나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의료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난치병이었지만 지금은 약 처방으로 깨끗이 낫는 질병도 있다. 또 과거에는 수술이라고 하면 무조건 ‘절개법’이었지만, 지금은 내시경 수술 등 새로 도입되는 수술기법도 많다. 그런데 보험사는 내시경 수술 등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과거에 카트에 담은 상품을 버리고 새로운 카트에 새로운 상품을 또 담아야 할까? 그나마 과거의 상품이 요모조모 쓰임새가 더 많다면 버리지 않는 게 나은데 말이다. 이를 모르고 보험사의 강권으로 새계약으로 갈아타기를 했다가 구계약에서 보장되던 조건이 새계약에서는 보장되지 않아 분쟁이 이는 경우가 무척 많다.
 
국민건강보험이 할인마트 그 자체라면 민영보험은 카트 1개
 
그런데 정부는 앞으로 마트(국민건강보험)를 더욱 확장하기보다는 카트(민영보험)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한다. 카트를 아무리 크게 해도 마트만큼 확장할 수 없고 오히려 카트 늘린 비용만 더 늘게 뻔한데도 말이다. 현재 재정경제부는 향후 ‘영리의료법인’의 설립을 허용하고, 영리의료법인과 민영보험사가 직접 계약(후심사제가 더욱 확대됨을 의미함)을 체결하여 환자들이 내는 ‘개인부담금’을 정산토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영리의료법인이 설립되면 의료의 질이 더 좋아질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비싼 보험료 선불로 내게 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크게 낮춰야 이윤이 보장되는 영리법인에겐 기대할 게 못된다. 또한 그만큼 높아진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의료비 가격을 민영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정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민영보험사의 ‘이윤’과 ‘의료기관’의 ‘이윤’을 합법적으로 확대해 줄 보험료를 지금보다도 더 추가해서 내야 할 판이다.
 
민영보험사는 보험금을 적게 지급할수록 이익이므로 의료비(보험금) 지급액을 줄이려 할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정산되는 국민건강보험과는 달리, 개인부담 의료비는 치료 이전에 민영보험사가 의료비를 지급하겠다고 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 직접계약은 아니지만 손보사와 의료기관이 의료비 정산을 직접 하면서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홀대 받고 있는 자동차보험이 이를 입증한다. MRI 진단이나 CT 진단, 초음파 등은 교통사고 피해자라면 응당 받아야 할 진단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손보사의 치료비 지불보증 확답이 없이는 어떤 의료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우리가 병원에 갈 때, 검사·입원·수술할 때, 약을 먹을 때 진료비와 약제비 등을 무조건 지급한다. 의료비에 대한 사전심사(가격 책정)가 되어 있는 까닭이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술한 것은 건강보험료를 노린 사기가 아니냐?”라고 절대 묻지 않는다. 통원 치료해도 되는데 입원치료를 했다며 감옥살이를 시키지도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의료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의료기관과 해당 의사를 제재하지, 환자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민영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령층, 이미 병에 걸린 환자, 심지어 민영보험이 ‘가짜 환자’로 의심하여 형사 처벌한 사람들의 의료비조차 묻지 않고 따지지도 않고 법에서 정한 금액은 무조건 지급한다.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어떤 백혈병 환자가 병원에서 최초 진단을 받을 때 MRI 촬영비용으로 65만원, 초음파 진단비로 18만5천원을 개인부담으로 냈다. 반면 CT 진단료 59만여 원은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보장제도는 ‘급여대상국민건강보험 부담금’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납입하도록 되어 있고, 나머지 의료비에 해당되는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료로 내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필자의 주장은 이 개인부담금만큼을 국민건강보험료로 미리 나눠서 납부하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선부담 100% 후부담 0%’이다. 그러면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부담할 의료비를 0원으로 만들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통원비와 약제비 모두를 보장하지만 민영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는 고작 입원치료비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통원비와 약제비’를 보장해주기도 하지만, ‘한 사고당 30일 한도/1회당 10만원 한도’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민영보험료는 연 100조원이 넘게 거둬가는 반면 국민건강보험은 고작 10조 원대(직장인 본인부담과 지역부담 보험료)의 보험료를 내게 하여 고스란히 위험보험료(의료비)로 지출한다. 그런데 민영 보험사의 보험료 중 사업비 22조 원만 보자.

전체 국민건강보험료 10조 원의 2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보험료이다. 만일 이 돈을 국민건강보험에 냈다면 전 국민의 의료비는 ‘선부담 100%, 후부담 0%가 가능해 진다. 민영보험사에 바칠 보험료의 30%만 국민건강보험에 납부하겠다고 국민이 먼저 제안한다면, 정부당국과 고자세의 민영보험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필자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만이 국민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다고 본다. 
 
▲국민건강보험엔 분노하고 민영보험에 관대한 메카니즘과 우리가 알아야 할 보험의 상식을 모은 김미숙 씨의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 웅진윙스, 2007
민영보험사는 2007년 6월말 기준 314조 원의 대차대조표 상 '부채‘를 안고 있다. 이 부채는 현재의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할 민영보험사의 빚이다. 이 빚을 갚아주기 위해 민영보험사의 가입자는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듯이 매달 보험료 납부를 독촉 받고 있다. 민영보험사의 ’자산규모(부채가 보험사의 자산으로 탈바꿈되어 운영됨)‘가 커질수록 가입자가 떠안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 그것이 필자가 민영보험사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이유다.
 
필자가 차라리 국민건강보험에 보험료를 더 내자고 주장하는 의미에 독자는 공감하시는가?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100% 민영보험화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등 거짓을 늘어놓으며 법 개정을 시도하는, 거대 민영보험사의 논리에 더 이상은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 본문은 글쓴이의 새책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 실린 에필로그입니다.


* 글쓴이는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http://cafe.daum.net/bosohub 운영자이며,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07/12/29 [19:2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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