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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압도적’ 승리는 언론이 만든 것
[김만흠의 정치전망대] 압도적인 표차, 실질 지지율 이전 대선보다 못해
 
김만흠
17대 대선은 이른바 민주화 정권 진영의 참패로 끝났다. 이명박 후보는 48.7%의 지지를 받아 26.1%의 지지를 받은 정동영 후보를 22% 이상 따돌린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사실은 16대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득표했던 48.9%보다 낮다. 낮아진 투표율까지 감안한다면 16대 대선에서 46.6%로 2위 득표를 했던 당시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도 낮다.
 
투표율을 감안해 실질 지지율을 본다면 16대의 노무현 34.6%, 이회창 33.0%, 그리고 이번 대선의 이명박은 30.7%인 셈이다. 15대 때 김대중 당선자도 실질 지지율이 이명박보다 높은 32.5%였다. 출구조사 과반수 예측에서부터 시작된 혼돈에다, 2위와의 표차까지 겹쳐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고 또 그렇게 보도까지 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세력의 몰락과 언론의 지원 속에 이명박 당선자의 독점 기세는 그대로이다.
 
비한나라당 세력 모두 추락
 
한나라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진영이 다 추락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3.9%를 얻었던 진보정당 민노당 역시 3.0%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더구나 16대 대선에서는 원내 의석이 하나도 없는 원외정당이었고, 이번에는 원내 3당의 후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민노당 역시 완전한 추락이다. 더구나 2004년 17대 총선의 정당명부비례대표 지지에서 민노당은 13%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56명의 정당명부비례후보에 대한 투표는 정당지지율이라기보다 2차 선택에 가까운 투표이다. 그렇더라도 3.9%에서 13.0%까지 지지를 확대시키며 원내 3당으로 진출했는데, 다시 3.0%가 됐으니 정말 추락한 것이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가 과열을 빚으면서 마치 이명박 후보가 과반수 당선, 압도적인 표차 승리라는 등식을 확산시킨 주범이 됐다. 사진은 MBC와 KBS의 합동출구조사를 보도한 MBC 출구조사 보도     © MBC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몰락하는 수준이 됐다. 후보는 있으나 정당은 소멸해 가는 것처럼 보인 가운데 선거를 치렀다. 통합신당과 몇 번의 통합 시도만 하더니, 선거 막바지에는 그나마 남은 의원 중에서 탈당하는 사람도 있었고, 정책위 의장은 탈당하지 않은 가운데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는 1%에도 못 미치는 0.68%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라 신한국당 분파였던 국민신당으로 그가 출마했던 15대 대선에서 19.2%의 지지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라고 했던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상 꼴찌였다. 유감스럽지만, 소멸 단계로 보인다.
 
누구의 책임이 큰가?
 
하기야 대통합민주신당도 원내 141석의 거대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당과 별 다를 바 없는 대참패이다. 한쪽은 분열 이후 군소화된 후유증속에서, 신생 거대정당이 됐던 다른 한쪽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 결국 모두 실패한 것이다. 분열과 국민신뢰의 상실, 가장 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이다. 물론 민주당과 신당, 당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외부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창당과 정치적 실패에 있다. 그리고 17대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또 잘못된 방향으로 마무리했다.
 
하기야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부쉈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그냥 만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에너지를 이끌어 썼다. 수십년간 그런 에너지의 구심점이자 희망 역할을 했다. 그러더니 노무현 정부를 거치고 17대 대선 정국을 맞는 시점에서는 그런 에너지를 잘못 활용했고, 그 정당성마저도 소진시켰다.
 
신당과 정동영 후보의 예견된 참패
 
승리와 패배, 성공과 실패를 말할 때, 여러 기준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는 수준이 있고, 적정한 실력이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보았을 때 어떨까?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과거의 득표를 그대로 받았다. 결코 더 얻지 않았다. 다만 호남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와 합산해 12% 이상 지지를 받은 점은 새로운 외연확대였다.
 
물론 이들의 외연확대 역시 상대적인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지를 못 받으면 호남에서 지지도 떨어질 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호남을 거점으로 했던 정치세력의 분열하면서 모두 실패한 결과였다. 그 상대적 공간을 이명박 후보가 확장해 들어간 것이다. 그나마도 남아 떠도는 빈 공간이 있어, 이회창 후보까지 갑자기 등장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이회창 후보의 등장 배경은 이명박 후보의 추락 가능성에도 있었지만, 오히려 정동영 후보의 부진에 따라 눈에 보이는 부동표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동영 후보가 경쟁력 있는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면 이회창 후보가 끼어들 여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제1당이자 사실상의 여당이었던 통합신당의 선거 결과 역시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물론 2006년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새로운 출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른바 범여권의 대부분은 인식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분열의 후유증 극복이 과제였다. 이를 위한 후보 전략으로 고건, 정운찬 등이 등장했으나, 중도에 낙마했다. 결국 정계재편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이 범여권의 중심세력으로 정비됐다.
 
그러나 통합신당은 노무현 정부의 극복과 통합이라는 두 과제의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기득권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고, “실제로는 대통령 후보이든 차기 국회의원이든 자리를 걸고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창조한국당의 비판이 틀린 바 없었다. 기득권의 포기가 아니라 ‘최대 다수의 기득권 보장을 위한 무책임의 이벤트’였다. 이벤트를 통한 기만적인 이미지 변신책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니 ‘진실 대 거짓의 대결’이라는 선거캠페인이 먹혀들 리 없었다.
 
과거와는 다른, 또 사상 최악의 호남 고립 구도
 
언론과 분석가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세대, 계층 균열이 약화된 선거라고 평가한다. 한쪽이 궤멸했으니, 외형상 정치균열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양쪽이 팽팽했을 때 정치균열이 더 뚜렷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쪽 세력이 약화된 것과 균열의 해소는 다른 문제이다. 대표적인 정치균열인 지역균열의 경우도 한쪽의 힘은 약화됐으나, 호남 고립의 지역균열의 모습은 더 돌출돼 보인다.

▲이번 2007대선의 특징은 비한나라당 세력 추락, 사상 최악의 호남고립 구도의 고착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진은 MBC 출구조사에서 보여준 후보별 지지지역 구도. 호남고립이 극명하게 보인다.     © MBC
 
지역균열 구조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그 동안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했던 정치세력이 추락한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분열의 후유증과 참여정부의 실패, 그리고 이후 재정비 과정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이번 대선 경쟁 구도에서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 된 가운데, 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호남 기반의 정치세력을 대변했다.
 
그러나 신당과 정 후보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현실에서 정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 역시과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특히 호남지역에서 특히 13% 이상 떨어졌다. 지지율도 과거의 90% 대가 아니라 80% 내외였다. 대신에 과거 1-2%의 지지에 불과했던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회창 후보까지 합했을 때 12%를 넘는 지역적 외연확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호남의 지역적 집중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다른 지역의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가 잘해야 20%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80%의 지지는 정말 돌출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지역균열 구도는 대체로 ‘호남 대 영남’과 ‘호남 대 비호남’ 균열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가 강하게 나타날 경우 ‘소수 대 다수’의 구도가 돼 가장 큰 문제가 되고 호남 고립이 구도가 된다. 그런데 1971년의 7대 대선, 3당합당 이후의 14대 대선 등 호남 고립구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을 때도 사실 이같은 완전한 호남고립의 지역균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적어도 서울과 호남의 지지 패턴은 유사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다수의 호남인들의 지지에 민주개혁세력들의 지지가 더해진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의 지지와 호남의 지지는 완전히 달랐다. 서울에서 지지가 25%를 넘지 못했다. 그 동안 정치적 성향이나 투표에서 호남의 지역적 특성이 있었지만, 항상 서울 또는 개혁세력의 지지 경향과 같은 패턴을 보이며 선진적인 정치의식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리된 최근의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이런 모습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져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을 우려하는 칼럼을 쓴 바도 있다(2004년 12월 5일 노무현 정부와 호남정치의 혼돈, 광주일보). 그래도 민주개혁세력의 버팀목이라고 해야 할지, 부질없는지 알면서도 보내는 마지막 애정이라고 해야 할지, <빅뉴스>의 변희재가 그렇듯이 창피한 현실로 보고 이렇게 만든 세력을 성토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투표 양상의 등장은 각 지역 또는 집단별 투표를 평가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적정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한다. 정동영 후보에 대한 20%의 지지를 온당하게 볼 것인지, 이명박에게 대한 60%의 지지를 민심의 반영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또 1971년 호남의 김대중에 대한 64%의 지지를 지역주의적 투표라고 해야 할지 3선개헌의 박정희 독재에 대한 국민의 상식적 심판이라고 해야 할지 말이다. 물론 정치가나 분석가들은 때로는 ‘민심은 정확하다’ ‘민심은 무섭다’라고도 하고, 때로는 민심을 분석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계속 이어집니다)

▲김만흠 교수 캐리커춰     ©대자보
* 글쓴이 김만흠 교수는 <한국정치의 재인식>, <전환시대의 국가체제와 정치개혁>, <한국의 언론정치와 지식권력> 등의 기존 저서에도 나타나듯이, 한국정치의 현실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을 주도하는 집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노무현 정권 시기에 대한 분석과 대안적 리더십에 관한 내용으로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와 노무현 정권> <새로운 리더십, 분열에서 소통으로>를 발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CBS 객원해설위원과 국회방송의 [좋은세상 열린토론]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 창립과 더불어 실행위원, 이후 자문위원, 그리고 민주개혁국민연합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기사입력: 2007/12/21 [19:4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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