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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것들
[주장] ‘임금이 말라야 백성이 살찐다’는 고사성어를 상기하라
 
김소봉   기사입력  2007/12/20 [06:33]
당선이 행복 시작, 고민 끝은 아니다.
 
국가지도자를 뽑는 유쾌한 선거가 아니라 피로 범벅된 백병전을 지켜보는 것 같은 불쾌한 대선이 끝났다. 승패는 갈렸으나 선거 뒤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임기를 정쟁의 쌈박질로 다 보낼까 싶어서다. 대선후보자검증에서 불거진 막판의 BBK 동영상 등 다발성 루머와 재산형성의 치부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자가 그나마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먹물을 찍은 것은, 그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유창한 논리보다는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강한 통치권자를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합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국가의 대경대법이 힘없는 일반 서민들에겐 맹견처럼 혹독한데 반해 정치인이나 재벌 등 사회 권력층에게는 애견처럼 꼬리를 치는 아이러니를 즉시 시정하고 지역분열을 가중시키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배제, 조폭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도 박탈해주길 국민들은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캐릭터는 경제대통령이다. 경부운하를 건설해 수로를 통한 물류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좁은 국토의 효용성을 높이고 경제를 살려 YS 이후 잃어버린 선진국의 위상을 되찾게 해준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니만큼 정치가 아닌 설치(舌治)로 5년을 허송세월한 전임자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달라.
 
또한 국민들은 BBK와 무관하다는 당선자의 양심고백이 특검에서도 진실로 밝혀져 탄핵되지 않기를 고대하고 은퇴 후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거액의 차명계좌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며, 김해 봉하 마을의 노무현 타운 같은 판타지아가 건설되지 않기를 원한다. 국민과 자신을 기만하는 말의 성찬에만 몰두하는 거짓말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뇌리와 가슴속에 감동 같은 전설과 신화로 영원히 남는 지도자가 돼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명군이었던 태종과 고종 현종 등 세 명의 황제 시대를 당초삼대지치(唐初三代之治)라고 일컫는다. 이들 시대에는 제왕 스스로 사치를 삼가고 중신들의 간언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당태종의 정사를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지금까지도 정치인들의 필독서 역할을 해준다. 태종이 창업의 기반을 공고히 다진 것은 올곧은 측근의 등용이었다. 결단력이 있는 ‘두여희’와 천재적 재능을 갖춘 ‘방현령’ 강직한 책사 ‘위징’ 청렴한 신하 ‘왕규’가 사천왕처럼 태종을 보필했기 때문이다.
 
후일 고구려 침략에 실패한 태종이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이 전쟁을 말렸을 것을?’ 이란 탄식을 흘린 것만 봐도 제대로 된 측근 한 사람에 의해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입정안국(立正安國)은커녕 국가정체성을 애매모호하게 만든 전임 정권의 일명 386보좌진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고종은 신라와 합종연횡 해 부친이 못다 이룬 고구려 정벌의 대업을 이룩했고 현종은 측근 한휴의 충간을 행동으로 옮겨 아척비천(我瘠肥天) 즉, 임금이 말라야 백성이 살찐다며 검소 질박함을 몸소 실천했다. 그러나 위징과 한휴가 죽고 난 뒤 당나라는 환란에 빠진다. 태종은 고구려 정벌 중 안시성 전투에서 한 눈을 잃고 퇴각했으며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 나라를 망쳐버렸다.
 
선거라는 전쟁이 끝나면 곧 조각 인선이 뒤따르고 창업의 기틀이 이뤄진다. 인재란 자신을 지지한 쪽에만 있는 게 아니듯 새로운 정부조직이 논공행상 식으로 당선자의 사람들로만 개편된다면 실정(失政)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이치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한다. 불후의 명작처럼 그런 지도자가 되는 것은 탕평과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고른 인재의 기용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두문동에 불을 지르는 것 같은 정적타도에만 열중하지 말 것도 부탁드린다.
 
구태여 정관정요를 들쳐보지 않아도 수천 번의 협상을 통해 청계천 고가도로를 허물어 친환경의 수도서울을 만든 결단처럼, 그런 각오라면 불후의 업적을 후세에 남기는 국가원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예와 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다 두 가지를 모두 잃는 대통령은 되지 말아야겠지. 아내와 함께하는 집 한 채면 족하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니까.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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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20 [06: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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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수진 2007/12/20 [15:49] 수정 | 삭제
  • 오늘 경남연합일보 칼럼도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을 때 행복해요.
  • 멋장이 2007/12/20 [15:47] 수정 | 삭제
  • 당선이 고민 끝, 행복 시작은 아니죠. 이 길고 긴 검증이란 전쟁 그 끝을 빨리 보고 싶나이다. 늑대가 거짓 말을 하는지 양치기 목동이 거짓말을 하는지를...김 선생님 건필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