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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분석과 전망] 50% 대통령 꿈 날린 이명박과 그래도 지는 후보들은?
 
취재부
"BBK 동영상은 화끈했다"

정말 '개판'이었던 대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리 백화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외신의 이같은 조롱에 참 할 말 없게 될 판이다.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해진다. 그런 후보 하나 못 이기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하는 국민들만 구차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BBK 동영상은 지난 1년이 넘도록 여론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드디어' 꺽일 수 있는 '한방'이 되고 있다.

김경준의 내부고발보다,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이명박의 '육성 고백'은 그 파괴력이나 성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동안 설사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 해도, 경제 살리기 능력 하나만 믿고 밀어주겠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BBK 동영상은 사안의 성격을 '비리'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점에서 꺽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누려온 '묻지마 지지' 호강은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집권 5년 내내 '좌충우돌'과 '말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를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숱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덕않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BBK 동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사안의 성격이 바뀌면서 여론 지지도에서도 의미 있는 하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현재 각 언론사와 후보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내일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는 아직까진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50% 달성 실패땐 '정통성' 논란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비록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낙폭의 수준과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며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일 투표 결과마저 '50% 득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수나 득표율에도 못 미칠 경우 '노무현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돼,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죽고 살고는 이미 당선 그 자체가 아니다. 내일 대선 투표율과 이 후보의 득표수, 득표율 여하에 달려 있다. 그에 따라 이명박 특검의 강도와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스페어 타이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소 15% 이상을 득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보수의 한 축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정동영과 범여권의 운명, "그러게 진작 좀 정신차리지"

사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의 최근 정치적 행보만 보면, 지난 4년 10개월 동안 개판(?)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꽤나 화끈했다. 삼성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과거 지지자들에게 "진작 좀 그렇게 하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친노 세력과 범여권 실용주의파가 자행한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 번복,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 등 재벌정책 후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사학법 개정안 후퇴, 한미FTA 밀어붙이기 등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충격'에 빠뜨렸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신' BBK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미치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지더라도 10% 이내의 격차로 지거나, 후보 지지율이 30%가 넘는 선에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문국현도 지면 '대선 책임론' 피해갈 수 없다

사실 문국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의 제3지대로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스스로 "나와 범여권과 단일화 가능성은 99%다."에서 출발해 '한다-안한다'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본인은 일관되게 '나로 단일화할 때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나는 범여권과 단절하겠으며, 단일화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서 조금 상승한듯 하면 단일화 카드를 집어넣었다가, 하락하면 분위기 반전용으로 한번 휘둘러보는 '저질스런' 정치 공학적 행보는 그의 참신함과 정체성까지 앗아갔다.

문 후보는 내일 대선 투표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20~30%'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 1호'를 반드시 증명해보여야 한다.

특히 만일의 하나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표 차이'가 문 후보가 얻은 표(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국현은 향후 개혁·진보 세력으로부터 '제2의 이인제'라는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건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진영은 더이상 개혁·진보 진영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부담은 문 후보가 초장부터 범여권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끝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핵심 참모로 있는 문국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국현의 완주는 내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의 결과라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해서 그 정도면 어디냐' 모드로 대선 책임론을 피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다른 후보와 동등한 자격으로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정권과 범여권이 몰락한 핵심 요인이 바로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로 자신들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었다. 노 정권과 범여권 몰락의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문국현 진영의 미래는 '제2의 노무현'밖에 없다.

민노당과 권영길, "이번엔 용서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난 이번 대선은 그 흐름이 꺽일 소지가 다분하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이 가장 격렬하게 논의되어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범여권 책임론을 메기 등 삼아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면 민노당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확실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들은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눈감아 줬다.

문제는 이번에는 용서가 안 된다는 것. 범여권이 자멸해 준, 이 좋은 기회를 고질적인 정파 싸움과 주류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루한 후보를 또다시 내세움으로써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목표인 300만표 득표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크게 낮은 성적표를 받아쥘 경우 기성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 할 대상은 두 말 없이 민주노동당이어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회피하려 하면 할 수록 '진짜 싸가지 없는 진보'로 영영 낙인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사리지는 것' 외엔 길이 없게 된다.

'백만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이런 뼈아픈 지적들이 내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기사입력: 2007/12/18 [10:2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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