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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보다 지지하는 구조 더 무섭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괴물의 시대, '이명박 시대'를 버티고 사는 방법
 
우석훈   기사입력  2007/12/17 [11:58]
괴물의 탄생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4권은 제목이 마땅치 않아서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는데, 결국 <괴물의 탄생>이라는, 홉스틱하고 니체틱한 제목으로 결정할까 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출발한 곳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스물 두 살 때 대학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생각해도 되는 순간에, 나는 니체에서 출발했고, 홉스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4권은 구약, 켈트의 이교도적 요소, 성배, 그리고 레비아탄, 이런 요소들을 뒷배경으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1, 2, 3권은 19세기 영국이라는 공간의 배경을 짙게 가지고 있다. 1권에서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사용한 것이나, 2권에서 일본 에니메이션인 스팀 보이를 뒷배경으로 사용한 것이, 전부 19세기 영국을 공간으로 내가 생각을 정리했기 때문에 그렇다.
 
3권에서는 '젠틀맨스 리그'가 뒷공간으로 사용될 것인데, 일부는 무대를 옮겨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풍경들을 사용할 생각이다.
 
4권은 이제 이런 19세기 자본주의가 출발한 지점, 즉 홉스로 훨씬 더 이동할 생각이다.
 
19세기, 당시 조선에서도 어떻게 해야 조선이 망하지 않는가라는 고민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북학파와 서학파 사이의 논쟁이, 요즘 나와 아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논쟁인데, 둘이서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그 때 서학파가 '천주실의'를 집어들었던 것이, 결국 조선이 망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이런 포괄적 가설이다.
 
맛테오 리치의 천주실의 대신에 19세기 조선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집어들었거나, 홉스의 레비아탄을 집어들었어야... 서학파의 고민이 결국 대원군을 만나, 목이 댕강댕강하는 황당한 카톨릭 흐름으로 가지 않고, 조금 더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아내었을 것... 이라는.
 
효명세자가 죽었던 것은 1830년의 일인데, 아마 독살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스물한살에 효명세자가 죽던 순간이 조선이 망하기로 결정된 순간일까? 좀 애매하기는 하다.
 
<국부론>이 등장한 것은 1776년이고, 홉스의 <레비아탄>이 등장한 것은, 1651년의 일이다. 효명세자의 주위의 사람들이나, 19세기 조선을 살리려고 노력했던 마지막 학자들은 천주실의 대신에 이 책들을 집어들었어야 할 것 같다는...
 
1, 2, 3권은 약간의 패러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21세기 한국과 19세기 런던을 서로 다른 두 개의 그림처럼 유추 형식이지만, 서로 만나지는 않는다.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할까?
 
결론에 해당하는 4권에서, 드디어 두 개의 만나지 않던 선이 만난다. 21세기 한국 자본주의, 이제 어떤 선택들이 남아있을까?
 
'괴물의 탄생'에서 당연히 괴물은 이명박은 아니고,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이 하나의 실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얘기들과 예측들이다.
 
사실 한국에서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서 한국 자본주의에 변화가 올까? 오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노회찬이나 심상정 같은 corner solution이 등장하면 변화가 올 수도 있지만, 확률 0%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국 자본주의, '양아치' 시대에서 '괴물'의 시대로
 
정말로 무서운 것은, 이명박이 아니라,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 개개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게 되는 세상의 몽환적 구조이다.
 
이 4권은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서 3~4월경에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다. 실제로 부제를 그렇게 달지는 않을 것인데, 마음 속에 있는 부제는 "이명박 시대를 버티고 사는 법",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1년 넘게 끌어온 이 시리즈가 드디어 손에서 떠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막상 종료점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끝나지 않은 다른 레이스의 시작처럼, 그야말로 아쉽고, 섭섭하기도 하고...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가 끝나면 생태경제학 시리즈가 시작된다. 이건 4월 정도에 내 손을 떠나지 않을까...
 
이 두 개의 큰 시리즈를 끝내면, 당분간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너무, 힘들다. 가끔은 시대의 무게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묵직하게 사유하는 건, 내 취향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는 걸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게 '양아치'라는 단어였는데, 실제로 참여정부는 완전히 양아치 정부였다.
 
이대로 대선이 끝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이명박은 어떻게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을까? 습관성 거짓말쟁이에 가깝지만, 본질적으로는 강박증에 가깝지 않을까...
 
하여간 바야흐로, 한국 자본주의는 양아치 시대를 접고, 본격적으로 괴물 시대로 들어가는 것 같다.
 
[참고] 효명세자 (네이버 백과사전)
 
조선 제23대 왕 순조의 세자. 1812년 왕세자에 책봉되었으며, 조만영의 딸을 맞아 혼인을 하고 헌종을 낳았다. 현재를 등용하고 형옥을 신중하게 하는 등 치적에 힘썼다.
 
자 덕인(德寅). 호 경헌(敬軒). 휘(諱) 대(?  ). 시호 효명(孝明). 묘호 문호(文祜). 어머니는 순원왕후(純元王后) 김씨이다. 1812년(순조 12) 왕세자에 책봉되었으며, 1819년 조만영(趙萬永)의 딸을 맞아 가례를 올리고 헌종을 낳았다. 1827년 대리청정(代理聽政)을 하여, 현재(賢材)를 등용하고 형옥(刑獄)을 신중하게 하는 등 치적에 힘썼으나 대리청정 4년 만에 죽었다. 헌종이 즉위한 뒤에 익종(翼宗)으로 추존되었고, 대한제국이 출범한 뒤에 고종에 의하여 다시 문조익황제(文祖翼皇帝)로 추존되었다. 능은 수릉(綬陵)이다.

효명세자의 죽음으로 안동김씨 60년 세도정치가 활짝 피웠다는 것이 정설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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