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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스트셀러는 영어책, 재테크, 처세술 순
[책동네] 리더스가이드, 독자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60선’ 공개
 
박철홍   기사입력  2007/12/14 [02:42]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는 베스트셀러에서 외국어 학습서 같은 실용서적이나 재테크, 처세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베스트셀러 시장은 전체적으로 판매되는 절대량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분석. 또 20대로 내려간 처세서가 어린이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은 독서가 실용적인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는 것.  
 
올해의 베스트셀러들 ©리더스가이드
 
처세서에서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것들은 마케팅의 힘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이다. 또 실용, 처세서는 그 만큼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대부분의 책들은 우화를 이용하거나 읽기 편한 내용으로 쓰인 것이 많다는 것.
 
따라서 독자들의 수준에 맞춘다고 하더라도 너무 읽기 편하게 요리된 책들은 그만큼 큰 감동을 주기도 힘들뿐더러 손쉽게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
 
이러한 독서 편중이 우리 독서 문화의 대세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서 리더스가이드는 “책을 항상 끼고 살아가는 마니아들의 의견이 그런 면에서 한번 독서의 흐름을 새롭게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 어떻게 조사했나
 
리더스가이드는 교보문고가 집계한 월간베스트 셀러 목록을 재료로 삼아 올해 베스트셀러를 분석했다.
 
리더스가이드에 의하면 매월 판매량 집계 1위에서 100위까지는 각각 100점~1점이 부여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집계했을 때 1월에서 11월까지 만점은 1100점이 된다는 것. 예를 들어 황석영 작품 <바리데기>의 경우 7월 11위(90점), 8월 4위(97점), 9월 4위(97점), 10월 10위(91점), 11월 16위(85점)을 기록해 1월에서 11월까지 총점 460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간베스트와는 달리 ‘연간베스트’는 시간에 따른 제약이 있고, 기준이 되는 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간순위’는 무의미하다고 리더이스가이드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11월부터 해리포터 7권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 1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위의 조사방법을 적용했을 때 1월에서 11월 총점이 100점이 되는 셈이다. 100점이면 100위권 밖의 순위가 되고, 이를 그대로 연간 순위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1월의 출판구도는 ‘해리포터 대 반 해리포터’ 싸움이 되고 있는 양상을 보았을 때 당분간 출판시장의 해리포터 잠식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 또 반영된 도서 장르는 모두 교보문고의 장르 기준법을 따랐다는 것.
 
올해 대한민국 베스트셀러는 ‘영어책’
 
상위 베스트셀러 100선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책은 ‘영어책’이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밝혔다.
 
해커스어학연구소에서 출판한 <해커스 뉴토익 Reading>이 판매량 맨 선두에 올랐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영어광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그밖에도 100선에 오른 외국어책만 해도 9권에 달한다(영어8, 일본어1). 그 뿐만 아니라 1월에서 11월까지의 집계에서 9권의 외국어 교재가 100위권에서 벗어난 경우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월에서 11월까지 총 9권이기 때문에 99건 중에서 ‘장르 진입률’은 96%로 나타났다.
 
여기서 진입률(순위 진입률)은 해당 장르 또는 해당 종이 총 집계 결과 100위권에 진입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지표를 말한다. 이는 스테디셀러와 롱테일 법칙을 판단하는 참고자료가 되며 ‘장르 진입률’과 ‘종 진입률’로 구분된다. 
 
▲<표2> 2007년 베스트셀러 100선에 오른 장르순위    © 리더스가이드

리더스가이드에 따르면 <표2>와 같이 대중이 선호하는 장르는 ▲경제/경영 ▲소설 ▲비소설 장르이다. 외국어의 경우 진입률 96%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더스가이드는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소설의 경우, 한국소설이 9건으로 일본 외 서양소설과 함께 소설장르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한국 소설가들의 분발이 돋보이는 대목”이라며 “이외에 에세이가 20건으로 강세이며, 재테크와 처세/자기계발, 외국어 등 실용서적이 43%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이 ‘실용’과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양분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4> 2007년 베스트셀러 순위 개별진입 건수(비율)     © 리더스가이드

또 <표4>는 개별 진입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진입률 100%로 즉 11개월 동안 순위에서 빠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책은 11권이었고, 그 중에서 외국어가 6권이었다.
 
6개월 이상 순위에 오른 비율은 48%였으며 나머지는 6개월 미만의 작품이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로 봤을 때 베스트셀러의 목록은 고른 분포도를 보이는 추세에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분석했다.
 
“도서키워드에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 없다”
 
리더스가이드는 “출판시장에 신자유주의가 거세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30대로부터 아동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의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해졌다는 사실이고, 도서키워드에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는 없다”며 “신자유주의를 도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자유주의 기준에 따르면 ▲가치보다는 효율성을 ▲집단해법보다는 개별해법을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비판주의보다는 실용주의를 ▲진보보다는 보수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또 도서 장르 중에서 외국어, 처세, 재테크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영역이고, 그 외에는 대부분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신자유주의를 비판과 성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저항하는 장르는 인문/사회가 유일하다는 것.
 
하지만 전체 베스트셀러 중에서 인문/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할 정도(장르 기준)로 몰락한 상황이고, 2007년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은 신자유주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지적.
 
특히 리더스가이드는 “개별 영역으로 살펴보면 아동 영역(세부 장르 기준)에서 <마법 천자문 시리즈>의 경우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동일하게 아동 장르인 <어린이를 위한 끈기>는 점차 단련되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인성’이라는 가치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한국소설의 경우, <바리데기>와 <남한산성>은 동일한 장르 내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는 것. <바리데기>는 ‘지구촌 공동체’라는 가치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반면, <남한산성>은 결론적으로 임금이 강자에게 쓸데없이 저항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치를 수 없었다는 결론을 은연중에 비치고 있다는 것.
 
이어 리더스가이드는 “신자유주의를 장르와 개별 도서에 적용해볼 수 있는데 요컨대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는 한국 출판계를 전반적으로 잠식하고 있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다”며 “이와 같은 판단기준을 적용했을 때 2007년도 베스트셀러 중 45%가 신자유주의의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신자유주의 키워드 잠식 현황     ©리더스가이드

또한 신자유주의가 출판문화를 잠식해 가는 현재의 상황은 하루 이틀 동안 벌어진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찰이 매우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강조했다.
 
열혈독자들, 베스트셀러에 대한 판단기준은?
 
리더스가이드는 자사 회원 중에서도 열혈 회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달간 다음과 같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도서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관련, ▲베스트셀러는 꼭 사본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사본다 ▲베스트셀러도 다른 책과 다르게 보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안 본다 ▲베스트셀러는 전혀 안 본다는 다섯 가지 문항을 제시해 그 결과를 분석했다.
 
리더스가이드는 65명 회원들에게 베스트셀러 100선을 모두 제시하지는 않았고, 영어책은 제외했으며 판단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사랑받은 55권을 장르 안배에 맞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기준은 1월~9월이고, 지난 11월 1일부터 한 달간 조사가 이뤄졌다.
 
▲<표7> 리더스가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한 베스트셀러 선호도 조사결과     © 박철홍

리더스가이드의 이번 조사 결과, 꼭 사 본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절대 사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사본다’의 이유와 관련, 출판사들의 언론플레이와 홍보효과가 있지만 서점 진열대에 화려하게 노출되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베스트셀러도 다른 책과 다르게 보지 않는다’를 선택한 회원들은 대체로 베스트셀러보다 자신의 판단과 검증기준에 따라 책을 선별하거나 구매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꾸준히 읽어왔던 독자들은 눈높이가 높아졌고 욕구가 다양해져서 베스트셀러라는 획일적인 기준이 이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분석했다.
 
이중에 한 회원은 55권의 23.6%에 해당하는 13권을 읽었지만 감명을 받은 책은 단 2권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도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안 본다’를 선택한 독자들은 7명(10.8%)이었다. 그 이유로는 베스트셀러 분양의 책들이 주로 처세나 재테크 관련된 실용서 위주이기 때문이라는 것.
 
리더스가이드는 지난 11월 한달동안 베스트셀러에 대한 검증청문회를 열었다. ▲과연 베스트셀러인가 ▲이게 어떻게 베스트셀러인가 ▲베스트셀러 주고 싶은 책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질문을 했다.
 
중복표를 허용했고 ‘확신베스트’는 60작품, 실망베스트‘는 49작품, 대안베스트에는 60작품이 추천이나 비추를 받았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리더스가이드 회원들이 뽑은 대표적인 논쟁작품은 <마시멜로 이야기>로 전체 13표 가운데 반대가 9표로 나타나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독자들이 많았지만 찬성은 4표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어른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눈높이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감명깊은 책이라는 것이 찬성쪽의 의견이다.
뒤를 이어 <바리데기>는 작품의 실험정신과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가 호평을 받았으나 이것이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
 
열혈 북마니아들이 추천하는 ‘대안베스트 60선’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에는 추리소설 마니아도 있고 판타지 마니아도 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동도서 마니아가 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리더스가이드의 대안베스트에는 ‘다양성’이 있으며 실제로 목록의 장르를 보면 청소년, 아동, 역사, 만화, 판타지, 인문사회 등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리더스가이드가 회원들의 추천 목록을 소개하는 이유는 베스트셀러의 한계를 극복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
 
특히 리더스가이드에 의하면 베스트셀러는 마케팅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고 나서 후회하는 ‘실패율’이 높지만 대안베스트는 독자가 충분히 읽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추천했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율’이 적다는 것. 베스트셀러는 실용서와 문학서와 같은 ‘돈 되는 책’ 위주로 소개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반면 대안베스트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라는 것.
 
또 베스트셀러는 출판사나 평론가, 언론사가 대중에게 소개하거나 또는 강요를 하는 수직적인 방향인 반면, 대안베스트는 일반 독자가 같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는 의미에서 수평적이며 쌍방향적이라는 것.
 
이 때문에 리더스가이드는 독자들이 아래의 목록에 있는 책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거나 흥미를 끄는 어떤 책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처럼 좋은 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더스가이드의 독서마니아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60선(가나다 순)은 다음과 같다.
 
▲리더스가이드의 독서마니아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가나다 순)     © 리더스가이드

한편, 도서정보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는 2000년 설립된 (주)하다C&C의 사이트이고, 좋은 책정보를 널리 알리는 취지로 설립된 회사다.  ‘책들이 가장 어울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리더스가이드는 만들어졌다.
 
몇몇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의한 일방향적인 책선정과 소개를 넘어 일반 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여 판매도에 상관없이 숨어있는 책들,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가려서 알리는 이른바 ‘출판민주화’를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밝혔다.
 
일명 ‘알지(RG)회원’이라고 불리는 리더스가이드의 회원들은 최소 5년에서 수십 년 동안 책을 좋아하는 생활인이자 북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직장생활이나 가사노동 등 생활인과 다름없이 바쁘게 살면서 ‘책’을 놓지 않는 사람들.
 
이 때문에 알지 회원들의 판단기준은 일반 대중들의 판단기준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베스트셀러는 일반 대중들의 선호를 나타낸 결과라면 알지 회원들이 선호하는 것은 ‘좋은 책’일 뿐이라는 것. 
 
리더스가이드는 ‘쌍방향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 몇몇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의한 일방향적인 책선정과 소개를 넘어 서로의 눈높이에서 자유로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리더스가이드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혹은 광고/홍보에 의해 널리 알려진 책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 처해있는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하고 읽을 수 있게 한다”며 “판매도에 상관없이 숨어있는 책들,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가려서 알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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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14 [02: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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