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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1차토론 절대강자는 정동영
[김만흠의 정치시평] 이명박 '이미지·토론' 모두 부적합. 문국현 '미숙'
 
김만흠   기사입력  2007/12/07 [11:15]
때로 그의 달변이 가벼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으나, 이번 토론회에서는 BBK 검찰 발표 이후 비장한 분위기 그대로였다. 지지율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두 요인-노 정권의 후유증과 정 후보 본인에 대한 신뢰 부족-도 대 이명박 전투 모드 속에서 잊게 만드는 것 같았다.
 
물론 권영길 후보 등이 정동영 후보의 그런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 동안의 책임과 주장들은 어디가고 선거 앞두고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근원들을 망각한 채 본다면, 정동영 후보는 국정 경험, 철학, 언변 모두에서 완벽한 것처럼 보였다.

신뢰가 우리 대통령의 핵심 자질이며, 토론의 주제였던 남북·외교관계에서도 절대 요소라는 그의 반복된 주장은 타당했다. 만일 노무현 정부, 또 정 후보 자신이 그동안 이 점에 유념했었다면, 이명박 후보가 선두를 독주하고, 또 그러고서도 빈 공백이 생겨 이회창 후보까지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BBK검찰 정국도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안보 및 외교 분야가 주제였으나, BBK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 정동영 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간의 가시돋힌 설전이 이어졌다.     © CBS노컷뉴스

연합뉴스 기자는 6인 6색이라며 각 후보들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명박 후보는 절대 선두의 여유로움, 이회창, 이인제, 권영길 후보는 재수, 3수생의 경륜이 여유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언어, 이미지 등에서 토론자로서는 가장 부적합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두 지지율과 한나라당의 기세가 토론회의 한계를 막기에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이회창 후보는 2-3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제1당의 후보였던 때와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여유로움보다 소수 세력 후보로서의 왜소함이 느껴졌다. 그 자신스스로 조직도, 세력도, 돈도 없다는 점을 구호처럼 반복해왔고, 이번 토론회에서도 말했다. 만일 그가 내세운 ‘강소국연방제’가 제1야당 후보 상태에서 나왔다면 정말 국가 구조의 개조와 관련된 파격적인 쟁점으로 부각됐을 것이다.

15대 대선에서 19.4%의 지지를 얻었던 이인제 후보 역시 거의 몰락 상태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상황이나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1% 내외에 불과한 현실에서 초라해 보였다. 그가 잘 나가던 때 박정희 흉내를 낸다거나 파시스트적인 태도 등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실 이인제 후보가 가장 늠늠해 보였다.
 
혹시 약자에게 동정표를 보내는 'underdog' 효과인지 모른다. 권력 구조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더불어 가장 진정성 있는 답변이었으나, 이회창 후보의 ‘강소국 연방제’ 와 마찬가지로 큰 쟁점이 되지 못했다. 사실 이인제 후보의 ‘분권형대통령제’는 오래 전부터 내가 민주화 이후 제도개편의 핵심 축이자 방향이라고 주장해 온 바이기도 하다. 정부권력 구조에서 연임제냐 아니냐는, 당면한 과제가 경제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문제나 국가상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4년중임제를 권력구조 개편방향으로 말하는 정동영 후보는 정부권력 구조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부족해 보였다. 당초 4년연임제를 제기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4년연임제가 초점이 아니라, 대통령 결선투표, 나아가 내각제가 핵심이라고 지난 8.15 기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하기야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은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상대에 대한 비방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는 점을 연합뉴스 기자는 높이 샀다. 그러나 약해보였다. 이전의 후보알기 토론회에서도 느꼈지만, 경제 분야와 달리 특히 정치 분야에 대해서는 지식과 개념이 익숙치 않아 보였다. 개념 자체가 익숙치 않으니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이번 토론회에서 즉석 개봉한 첫 번째 질문(중국의 동북공정과 우리의 동북아 전략)이 그에게 던져져 더욱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경제 분야에 대한 토론에서는 유리할지도 모르겠으나, 향후 정국이 그런 정책대결에 주목을 받을 정도로 차분할 것 같지 않다. 정동영 후보와의 단일화에서도 그가 비교 우위를 주장하고 있는 노정권 책임 논란도 BBK검찰 정국에서 뒷전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BBK검찰 정국의 근원 자체도 결국은 노정권과 ...등이 만들어 낸 이명박 독주 환경에 있다.

권영길 후보가 사실은 가장 여유로워 보였다. 미군철수 주장 등은 다른 다섯 후보와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삼수생의 여유로움만큼 참신함은 부족했다. “(노무현의)눈물에 속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이번 토론회에서 그의 말은 16대 대선 때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못지않은 촌철살인의 문구였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전보다 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분위기에다, 6명에 이르는 다수 후보의 토론회라는 점까지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외교·통일·안보를 주제로 했지만, 앞서 말한 정부권력구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북문제가 주제였다. 이미 각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해 별로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향해 근본적으로 자신과 철학이 다르고 시대착오적이라며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키려고 했던 좀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런 차별성이 주목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범여권의 한 그룹에서 ‘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비상시국회의’ 결성까지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김만흠 교수 캐리커춰     ©대자보
* 글쓴이 김만흠 교수는 <한국정치의 재인식>, <전환시대의 국가체제와 정치개혁>, <한국의 언론정치와 지식권력> 등의 기존 저서에도 나타나듯이, 한국정치의 현실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을 주도하는 집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CBS 객원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정치칼럼 및 방송해설을 해왔다. 참여연대 창립과 더불어 실행위원, 이후 자문위원, 그리고 민주개혁국민연합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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