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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큰 싸움, 검사들과의 싸움이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반전의 계기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7/12/04 [17:14]
1. 흐름, 반전, 깊이
 
도대체 강금실은 법무장관 시절에 뭘 했을까? 이게 요즘 내 질문 중의 하나이다. 검사들은 왜 저래? 이 질문에 답하기 보다는 강금실은 장관시절 뭣 했나하는 질문이 더 답하기 쉽다. 강금실은 아마도 검사 개혁에 한 것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닿으면, 경찰 밑에 검사를 복속시키고, 기소권도 경찰에게 주는 나라가 없나, 약간 케이스 조사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검찰청을 없앨 수는 없는데, 이들을 독립시킬 수는 없을 것 같고, 경찰 밑에 넣거나, 최소한 기소독점권이라도 없애서, 구조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방법 그리고 일종의 조직론의 관점으로, 이런 황당한 조직을 멀쩡한 인간들의 조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볼 생각이다.
 
2.

▲ 초국적담배기업의 횡포에 맞선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인사이더> 포스터 
<인사이더>라는 영화를 새로 두 번을 더 봤다. 신문 보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런 영화를 꼼꼼히 보는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부 고발자라는 표현이 <인사이더>의 적합한 번역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면으로 본다면 나는 오랫동안 '인사이더'였던 셈인데, 현대에 있을 때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 기획위원이었고, 공직생활하던 시절에 지금의 환경단체들 틀을 잡는데 같이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검사 내부에도 이런 '인사이더'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검찰청 내부의 꽤 높은 직급에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정말 오래된 친구가 있다. 너무 자주 만나서 너무 깊은 정보들을 들으면 오히려 서로 불편할 것 같아서 잘 만나지는 않는데, 대통령 선거 끝나고 좀 조용해지면 만나서 고민을 좀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근에 검사들을 많이 만났다. 우연하게 CBS 라디오에 나갔었는데, 진행자가 검사라고 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 그 유명한 금태섭 변호사였다. 한겨레에 돈 없는 사람들이 검사 수사에 임하는 법 연재했다가, 바로 짤린 내가 무식하게도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인사이더의 전략이 꼭 내부고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에서 돕거나, 정보를 흘리거나, 가끔은 역정보도... 이런 인사이더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내부고발자들이 등장하고, 이런 것이 결국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해보고 싶어졌다. 내년 여름 이후로는, 출간 계획도 없고, 또 실제로 지금 준비하던 소위 '열 권 시리즈' 외에 더 쓸 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공부도 훨씬 더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인사이더>에 대한 것이 은퇴 이후 처음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해당하는 셈이다.
 
파토스라고 하나? 아니면 땡긴다고 해야하나? 기업 안에 있을 때, 이거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때 가졌던 마음의 고민들, 그리고 총리실에 있을 때, 이거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때의 무기력감... 사실, 그 시절 생각만 하면 정말 땡긴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날 위해서, 꼭 한 번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이다.
 
검사들이, 결국 은퇴를 결심한 내가 살아야 할 이유와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준다.
 
2007년 겨울의 검사, 당신들이 죽나, 내가 죽나, 10년 정도 목표를 삼고, 하여간 검사들의 기소독점권은 없애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세상에 검사들만 있는게 아니라 경찰도 있고, 나처럼 심심해서 시간 아주 많고, 일단 땡기면 아주 공들여서 꼼꼼하게 고민하는, 한가한 학자들도 많다.
 
바로 이기기는 어렵지만, 시간을 아주 오래 들이면, 결국 이길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는 것이, 내가 가진 경험이다.
 
영화 <인사이더>는 말보로와 켄트 그런 정말 무시무시한 다국적 기업과 싸웠던 어느 한 PD와 과학자의 얘기이다.
 
우리 시대의 큰 싸움은, 이제 이 검사들과의 싸움인 것 같다. 별로 피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이들을 잡아넣어야, 국민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고, 이들의 장난질을 없애야, 나라가 안 망할 것 같다. 내가 이 나라의 부국강병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망하는 것은 너무 슬프기 때문에 나 눈감기 전에 나라가 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반전의 계기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3.

분노... 나의 감정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한데, 슬픔이라는 감정을 지웠고, 분노라는 감정은 예전에 사라진 것 같다.
 
'짜증'이라는 감정은 지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분노하는 순간에, 보통 나는 결심을 한다. 분노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결심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4.

책으로는 <88만원 세대> 보다는 <샌드위치>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도 그렇다. 사회적인 변화도, 실제로 샌드위치 쪽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꽤 높은 사람들이, 이 책 얘기를 조금 더 해달라고 해서 조금 더 해줄 생각인데, 실제 책 출간 이후에 생겨난 변화의 일부를 4권에 넣을 계획에 있는 이 대안시리즈 전체의 뒷얘기에 해당하는, 그런 별첨에 넣을 생각이다.
 
5.

<88만원 세대>는 내년 연초에 토론회를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와, 어떤 식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와 생각해 본 바는 없다. 누군가 조언을 하기를 전경련과 하란다. 예를 들면, KDI에서 주관을 하고, 실제로 전경련 연구진들과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면 어떠냐고...  딴은, 해볼만한 일이기는 한 것 같다.
 
조세연구원에서 실제 재정계획과 연결해서 해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기도 한데, 그건 안될 말이다. 거기에서 이런 일 담당하는 사람이... 막내동생이다.

좌파와 우파로 갈린 형제들의 이야기, 이런 소설 쓸 일 있냐? 안 그래도 이렇게 논쟁을 붙이고 싶어하는, 택도 없이 음흉한 생각을 하는 할아버지들이 종종 있어서...
 
이미 집안에서 좌우의 비극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집에서 보이던 모습을 밖에 보여줄 수는 없다.
 
6.

질문의 힘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 질문으로 인하여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내 기본가설이다.
 
어차피 답 없는데, 뭐하러 질문 하냐... 이런 말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속으로 '원숭이' 생각하면서 웃는다.
 
예전에 어느 큰 토론회에서 누군가 이런 택도 없는 말을 해서, "모든 존재는 원래 돌아온 곳으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마디 하고 속으로 키득키득... (원숭이! 집에 돌아와서 문 닫아놓고, 혼자 신나게 웃었다. 아마 못 알아들었을 것 같다.)
 
질문을 멈추면, 사람에서 원숭이로 퇴보하게 된다. 퇴행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원숭이의 기억력이 사람보다 좋다는, 일본 생물학계의 연구에 대한 얘기를 건네들으면, 사실 질문을 멈춘 인간은, 원숭이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7.

질문을 멈추는 것... 이게 악마의 속성이라는 가설을 세우면 얘기는 재밌어질 것 같다.
 
악마라는게 별 거 아니다.
 
이명박과 노무현은, 참 비슷한 속성이 많아 보이는데, 'mutant'라는 말을 붙이면 좀 설명이 쉬워진다.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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