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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검열' 인터넷 실명제 반대운동 본격화
한나라 토론회 불참 등 후보검증 기회 부재…정책선거 목소리 높아져
 
이석주   기사입력  2007/11/27 [18:39]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된 제17대 대선이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전개되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운동이 시작된 27일에 맞춰 모든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과 방명록, 댓글란 등에 실명제 방침이 적용됐기 때문.
 
이는 공직선거법 제82조 6항에 따른 것으로 대선 하루 전인 오는 18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실명제 시행 이전부터 시민단체와 인터넷언론사 등을 통해 제기됐던 문제, 즉 다양한 의사소통으로 정책선거를 이끌어 내겠다는 목소리 또한 거듭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실명제 방침을 반대하는 인터넷 언론사와 인권, 언론시민단체는 선거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26일 자정 부터 12월18일 자정 까지 '게시판 폐쇄'와 '실명제 폐지 서명운동' 등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실명제'를 강요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 단지 이번 대선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위해 인터넷 실명제의 폐해를 국민들과 네티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주적 의사표현, 권력에 의해 재단 당하는 셈"
 
지난 19일과 22일 각각 정부종합청사와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 반대입장을 밝힌 본보는 이기간 동안 쟁점토론방과 댓글쓰기란, 네티즌에게 고함 등 모든 게시판과 방명록을 폐쇄,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미 '대자보'를 비롯한 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는 지난 두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실명제 방침을 강하게 성토, 공동대응 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 대자보

'노동넷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경우, 대선 운동 기간 중 홈페이지 내의 모든 게시판을 중단키로 했다. 특히 대부분의 홈페이지 가입자들이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이 방송국은 방송국 개국 초기 부터 회원가입규정을 최소로 운영해왔다.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
 
이에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실시로 방송국의 운영방침이 손상을 입게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실명제 운영을 강요하는 현행 선거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성주의저널 <일다>도 "실명제 방침은 헌법 제21조인 표현의 자유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이럴 경우,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도 언론사와 독자들은 올 대선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권리를 침해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특정 권력에 의해 재단 당하는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일다>는 "12월18일 까지 모든 게시판과 댓글란을 닫고, 독자들에게 선거실명제의 폐해를 알리겠다"며 "이와 함께, 실명제 반대운동의 국민적 지지를 모으기 위해 (이 기간동안) 서명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성주의저널 '일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실명제 반대 거부운동 관련 배너.     © 대자보

미디어비평 인터넷신문 <미디어스> 역시 다른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선거기간 중 게시판과 댓글란을 폐쇄키로 방침을 정하고 이날 0시를 기해 기술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디어스>는 각 기사에 따른 별도의 게시판을 유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기자와 편집자 만이 볼 수 있는 '의견쓰기'란을 남겨뒀다.
 
<미디어스>는 사고(社告)를 통해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누구나 익명으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열린공간'임에도, 선거실명제로 인하여 토론문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정당한 표현 자유와 유권자로서의 권리마저 침해하는 명백한 사전검열"이라고 개탄했다.
 
이밖에 정보인권단체 '진보넷'도 "행정 편의적인 정책으로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술수에 결연히 맞설 것"이라며 대선기간 게시판 폐쇄와 국민적 서명운동을 통해 공직선거법의 패혜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나라 토론회 불참 선언…멀어져가는 유권자들의 후보검증 기회
 
이렇듯,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와 다수의 언론 인권단체 등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정책 선거 부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선관위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의 입을 막고 있다'는 시민단체와 언론사의 성토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실명제 반대 공대위' 측에 따르면, 올 10월 30일을 기준으로 선관위가 선거법을 근거로 인터넷의 글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6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사 대상에 오른 경우는 561건(618명)으로 전체 선거법 위반 사례(827건)의 68%에 해당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BBK'와 관련한 공중파 방송의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유권자들의 정책검증 기회는 인터넷실명제와 더불어 더욱 멀어지고 있는 셈.     © 이명박후보 홈페이지

여기에 한나라당이 "BBK를 중심으로 한 토론회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며 각 공중파 방송사가 준비 중인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불참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이른바 '정책 검증을 통해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38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007 대선시민연대'는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의원, 네티즌들과 함께 지난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제한하는 현행 선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선시민연대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유권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며 현행 선거법의 패혜를 꼬집었다.     ©2007대선시민연대

이에 따라, '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와 '2007 대선시민연대'는 이번 대선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대비, 선거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인 범국민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실명제반대 공대위'는 별도의 홈페이지(http://www.freeinternet.or.kr)를 통해 '반대 배너 달기'와 선거법 개정 이유 등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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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27 [18: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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