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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웃긴말은 "떡값검사 명단내놔!"
[비나리의 초록공명] 검사들이 지켜야 할 경제는 '경기'아닌 '경제 질서'
 
우석훈   기사입력  2007/11/12 [12:01]
이건희, 인신 구속될까?

개인적으로, 나도 검사 친구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만나본 검사 친구들 중에서 경제 얘기 나한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서 만나본 검사들은 경제 전문가들인가보다. "경제도 어렵고..." 어찌보면 재경부의 경제정책국 담당관이 하는 말 같은데, 언제부터 검찰이 경제부처가 되었는지...

하긴 1998년 재계 순위 계산해보느라고 명의를 바꿔 숨겨진 기업까지 전부 찾아내는 일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가 보았던 DB에서 우리나라 최대 기업소유자는 '지방법원'이었다

화의를 신청하거나 파산한 기업들은 법원 소유로 등록되기 때문에, 지방법원이라는 데가 재벌 중의 재벌처럼 DB에는 나온다. 판사들이 경제 걱정을 너무 하시는 것은, 그들 스스로 가장 큰 기업집단이라서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검사들은, 왜들 그러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5일 제기동 성당에서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삼성그룹의 로비실태를 폭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자보

떡값 검사들 명단을 줘야 수사를 하겠다는 발표는, 아마 올해의 "웃기는 짬뽕" 1번 정도될 것이다. 전혀 인과가 없을뿐더러 조직론적으로, 자기 조직에 누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원론이다. 근데 이걸 줘야 수사를 하겠다니... 이 사람들이 공무원 맞나? 검사는 법조인이기 이전에 국가공무원이다. 정부 부처의 어떤 조직도, 자기 조직의 부패 명단을 공공연히 줘야 업무를 보겠다는, 이런 황당한 조직은 없다.

할 말을 잃은 것은, 그게 창피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하여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은 전형적인 내부 고발자 사건인데, 나는 영화 <인사이더> 이후로 내부 고발자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깊게 지켜보는 편이다.

▲ 초국적 담배기업의 내부비리를 파헤친 영화 <인사이더> 포스터    
현 사건과 영화 <인사이더>는 대부분 일치한다. 물론 '식스티 미닛츠'의 스타 PD가 아직은 없었다는 것이 다르고, 진실이 알려졌을 때에도, "오잉?"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삼성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삼성이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필립모리스를 소유하고 있는 말보로만큼 무섭고, 카멜, 켄트, 이런 걸 전세계에 파는 진짜 담배 다국적기업만큼 무섭겠냐?

문제는, 검사들이 너무 경제전문가이고 싶어한다는 데에 있다.

미국이 돌아가는 것은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기관들 사이의 견제를 통한 균형이라는 것이 나름 작동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CIA와 FBI를 나눈 이유와, 새로운 정보국을 백악관 내에 설치하자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권력이 Intelligence까지 직할하면 견제가 안된다고 반대했던... 그게 미국이 돌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검사들이, 국민경제의 '경기 흐름'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이 재판, 한다고 해도 3년은 간다. 그 3년 후의 경기까지 예측해서 국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검사들의 경제 진단, 차라리 당신들이 재경부까지 맡아라! 그렇게 경제가 중요하다면 말이다.

하여간 삼성의 이번 비자금 문제를 포함한 얘기의 본질은, 분식회계 문제이다. 술을 사주든, 돈을 주든, 밥을 사주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작게 보면, ethiquette에 관한 얘기인데, 이건 윤리규정으로 하든, 법률로 하든, 사회적으로 정해진 규범에 맞추면 된다.

미국처럼 상류층끼리의 파티에서 교제하든, 은밀한 데에서 교제하든, 하여간 이런 일은 벌어진다. 문제는... 분식회계다.

엔론이 이 한 건으로 날아갔고, 아서 앤더슨인가, 하여간 3대 컨설팅 펌에 들어가던 회사 하나가 이 분식회계 건으로 날아갔다. 그건 자본주의를 지키는 데에 있어서도 분식회계나 비자금 문제는 기본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엔론 사태에 관련된 경영진들은 자살하거나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는 형기를 받고 감옥에 가거나, 중간에 충격으로 병사하게 되었다.

미국의 엔론 처리는 충격적이었는데, 하여간 분식회계를 명령한 사람은 죽었거나,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거나 다시는 경제적 활동을 못하도록 하였다. 그게 미국 자본주의의 힘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권능으로 미국 자본주의가 극도의 부패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검사들이 경제 지킨다고 하는 건 좋은데, 검사들이 지켜야 할 경제는 '경기'가 아니라 '경제 질서'이다.

이번 삼성 사건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인신 구속이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문제이다.

경제적인 죄질로 따지면, 한화의 김승연 회장 건보다는 더 악질인 사건이다. 최소한, 그 정도 수준의 구속 수사는 있어야 하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은 아주 높아보인다.

나는 이건희가 과연 단 하루라도 공식적으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는지, 아닌지라는 눈으로 이 사건을 본다.
 
"분식회계는 안된다"

이것이 이 사건을 볼 첫 번째 눈이다. 이건희 회장이 자기 돈을 털어서 1,000만원짜리 포도주를 사줬는지, 1억원짜리 그림을 사줬는지, 그건 다음 문제다.

그 돈이 회사의 분식회계에서 나왔다고 하면, 경제 걱정하는 검사들도 해야할 일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삼성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니냐? 이것이 검사들이 평균적으로 이해하는 삼성에 대한 매우 각별한 시각 정도로 알고 있다.

택도 없는 소리다. 삼성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런 말하기 어렵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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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2 [12: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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