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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한국현대사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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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 총선 후 해체되어야
[김수민의 호모 폴리티쿠스] 당이 싫으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숨인씨
탈당이나 분당 또는 해산... 원하지 않는 일이었고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오로지 강도 높은 이념적 혁신만을 대안으로 여겼다. 노회찬을 지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단심으로 분당을 희망했다면 그의 지지운동에 내 이름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과 고뇌가 없지 않았다. 내용은 명료하다.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을 가진 이들과 같은 정당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나는 소위 자주파가 진화하기를 바랐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균열을 일으켜 생산적 분파라도 나오기를 희망했다. 그마저 힘들다면 개별적으로라도 이탈자들이 속출하기를 원했다. 이것까지 가망 없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내다보기 어렵다.
 
“선배는 왜 그때 그 사람들이랑 당을 함께 했나요?”
“······.”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다. 변명할 말이야 있다. “내가 거기 있는데, 그들도 거기 있었어.” 정말이지 수세적인 해명일 뿐이다. 나는 그 현실로부터, 어떠한 현실적 제약이 있더라도 벗어나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북핵실험 당시 유감을 표명하는 일조차 버거워했던 당의 수준에 절망하였고, 내가 당을 더 사랑하게 된 계기인 황우석사태 당시 당 지도부가 저지른 착오에 억장이 무너졌던 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혁신이냐 결별이냐의 기로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의 득표 결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득표 결과로만 놓고 보면 1차에서 심상정, 노회찬의 합이 과반이었고, 결선에서도 47대53이 나왔다. 권영길 후보는 자주파가 아니다. 그렇게 보면 자주파는 과반을 너끈히 넘을 힘을 가지지는 않았다. 국민파의 지분을 상기하면 자주파의 세는 그보다 더 떨어진다.
 
그러나 자주파가 당내 소수파였더라도 나는 지금의 정파연합 상태를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들이 당의 노선과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원칙적 행보를 저해한다면 당 지도부를 모조리 평등파가 장악하였다고 해도 환영할 수 없다. 더구나 그들의 세가 쇠퇴할 기미가 없음은 물론이고, 그들이 진정 당내에서 만이라도 당을 중심으로 사고할 희망은 바닥이 났다.
 
끝난 경선이 내게 남긴 교훈이 있다면, 더 이상은 소위 자주파를 정파연합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먼저 정파연합의 파트너를 부인했다. 그들은 홍보를 위해 그간 내세웠던 두 의원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침을 뱉었다. 특히 심상정보다 더 위협적이리라 느껴졌던 노회찬을 짓밟았다. 그가 TV토론에서 스타가 됐을 때와 서울시장 선거에 그를 내보내려고 했을 때는 입 밖에 내지도 않던 과거 전력을 끄집어내며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동안 노회찬과 당을 함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자주파는 ‘당내 최대 정파’잖아? 그런데도 자신들끼리 똘똘 뭉치는 일만으로도 능히 승산이 있던 경기에서 그들은 야유를 일삼고 백태클을 걸었다. 이는 2006년 당대표선거 당시 조승수에게 자행된 흑색선전과 더불어, 비록 ‘파레토 최적’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내쉬 균형’은 그럭저럭 유지했던 민주노동당에서, 더 는 정파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마음에 안 드는 놈, 평시에는 놔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밟아버린다.’ 이게 탄로나버린 속내다.
 
노회찬은 자주파를 어떻게 할까? 알 수 없는 대목이고, 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가 당의 변질에 맞서 지도부나 의원단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또라이’가 되었다면, 그러다 끝내 자주파의 미움을 받았다면 대선 후보직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을지라도 ‘조봉암 이후 최고의 대중정치인’ 노회찬은 한층 더 성장했을 것이다. 노회찬 그는 이 문제에서부터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과감하게 싸우건 절묘하게 우회적 돌파를 해내건, 풀건 못 풀건, 필사즉생의 각오가 없다면 노회찬은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지지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 경선기간 내내 구역질나는 글로 노회찬을 밟았던 어느 인간은 노회찬이 탈당할 거라는 말을 흘리지만, 노회찬이 정파연합당 질서를 깨트리리는 결단을 내리리라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렇다. 냉정하게 말해서, 노회찬의 선택은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젊고, 당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정치를 할 의사도 없다(한마디로 노회찬이나 심상정과는 공유하고 있는 조건이 별로 없다). 이런 내 눈에 비친 민주노동당은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배우자와 틀어져도 자녀가 고3이라 이혼하지 못하는 집안 꼴이다. 말이 정파연합이지 엄밀하게는 실상 선거연합에 가깝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나로서는 윤리적이고 이념적인 원칙에 의거하여 마땅히 당의 해산을 기원할 수밖에 없다. 기왕지사 헤어질 거, 산뜻하게 갈라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무슨 마음을 먹는지, 억지로 손잡고 어찌하려는지 도무지 헤아릴 방도가 없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의회 진출을 위한 선거연합당이었음을 인정하자. 그것이 정녕 창당정신은 아니었겠지만 동상이몽의 귀결점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당의 꼴을 보건대 2004년에서 10석을 건진 건 남는 장사였고 선거연합의 성공이었다. 더 나아가 민중에게 사기친 건 아닌지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오래 유지해서 도움 될 것이 없다. 당내 각 경향에도 해롭다. 당의 주도권을 사이에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일 바에야, 각자의 노선과 방식을 가지고 인민의 마음을 얻어 유능함을 겨루는 것이 낫다.
 
조직은? 자금은? 결별을 기피하는 이유가 고작 그런 것이라면 지금의 연합은 잘못된 것이다. 손바닥 위에서의 암투는 끝나지 않는다. 결별 후 대안을 캐묻는 것은 비겁하다. 왜 기존의 정파연합을 유지하는지를 명쾌하고 거리낌없는 명분을 들어 설명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비겁하다. 어떤 사정보다도 내게는 명분이 중요하다. 
 
물론 대선 전 탈당은 절대 없다. 그것은 그른 일이니까. 내 마음은 당을 떠났지만, 나는 ‘진보진영의 후보’ 또는 ‘진보대연합의 대표주자’ 권영길 후보를 지지해야 할 책임이 있고, 아울러 경선에 참여한 입장에서 승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찌 되었거나 ‘민중대회’도 잘 되어야 한다. 경선에 실망해서 탈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총선까지는 민주노동당 깃발 들어야 한다고 믿는다(‘애가 고3’이라는 현실과 얼마간은 타협한 것이다). 인텔리나 고참 활동가가 아니고 바로 얼마 전까지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의원이 되거나 적어도 선전을 하는 사례를 특히 많이 보고 싶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이 재선 의원이 되기를 빈다. 이영순, 정형주도 당선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총선 후 내 소속정당의 의원이 아니더라도 진보 의원이 한명이라도 더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더는 못 배기겠다. 선배 당원이라면 내게 “얌마, 우리도 엔엘이랑 오래 함께했지만 버티고 있잖아”라고 한마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싫어도 헤어지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에 대한 변명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선배 중 가장 급진적인 편인 어느 분은 당직 선거 직후에 “한 10년 잡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안에 당이 통째로 잘못된 경향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다. 황량한 들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2050년경 한국 정치는 일본처럼(자민당 독주) 망가지거나 끽해야 미국처럼(민주당vs.공화당)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노회찬처럼 진보정당 건설운동을 할 것도 아니고, 권영길, 심상정처럼 민주노총 간부가 될 것도 아니니, 딱히 내가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다만, 나는 자주파 등과의 정파연합을, ‘양심적’으로, (혼자서라도)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독립영화 감독이 영화상영회 뒤풀이 자리에서 지방선거 당시 기권했노라고 고백했다. 그는 당연히 단순한 정치혐오증을 앓은 것이 아니었고, ‘운동권 감독’으로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을 충분히 지지할 만한 진보적 시민이었다. 블로그에서 입장을 밝힌 후 여기저기서 충고를 들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나도, 총선 후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기권하지는 않겠지만 당적 만큼은...
 
추신1. 내 탈당의 원인이 된 자주파의 성향 이야기를 더하자면, 한국 사회 최초의 ‘파쇼’가 여기서 나올 확률이 대단히 높다. 한국사에서 파쇼는 없었다. 조선일보, 한나라당도 파쇼의 지렛대인 당대 보수기득권세력에 비교될 수 있을 뿐이다. 황우석 사태 때 위용을 과시한 민간 쇼비니즘 세력, 전직 운동권으로 보수혁명을 주도하는 정부와 여권의 386, 그리고 동성애와 이주노동자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병폐라는 자주파 (일각)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파시즘은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그 광풍을 자주파의 극히 일부만이 주도할 지라도 그 나머지가 반파쇼전선에 서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직선거 때 이용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힐난한 자주파가 있었던가? 북이 핵실험할 때 “그건 좀...”이라는 정도의 말이라도 꺼낸 엔엘 당원이 있었나? (“우리 내부에서는 나름대로 문제의식 갖고 있다.” 따위의 변명은 사양한다. 거기에 속아서 당신들과의 동거를 견뎌왔다.)
 
추신2. 탈당하고 바로 사회당 가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가는 걸까? 오늘의 사회당은 반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공화주의라는데. 잘못 알고 가는 걸까, 아니면 그렇기에 가는 걸까?
 
추신3. 당의 느슨한 고리에, 또는 당의 언저리에 있는 당원 중에 권영길 찍을 바에 문국현 찍겠다는 이들이 조금 된다. 아서라, 거기도 엔엘이 득시글거릴지 모르고, 당 바깥 엔엘들도 비판적 지지를 고려할 순간이 올 것이다. 물론 거기 엔엘은 여기 엔엘보다는 머리는 못 쓰고 손발만 빌려주는 ‘부역자’에 가까울 테지만.

* 글쓴이는 경북 구미시 시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최연소(27세) 기초의원에 당선돼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02년 <대자보> 필진으로 참여한 이래 다년간 정치칼럼 등을 연재해 왔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자보> 독자들과 만납니다.
기초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kimsoomin.tistory.com/
 
기사입력: 2007/10/02 [17:3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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