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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보다 못한 민족성을 탓함
[명절 단상] 연어도 고향을 찾는데 당신들은 어디로 가나?
 
김소봉   기사입력  2007/09/26 [10:44]
명절이나 국경일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국제선과 국내선의 공항터미널, 관광지로 떠나는 연휴 엑소더스로 국내외의 유명관광지로 가는 항공이나 각종 교통편과 숙박시설은 한국인들로 초만원이다. 현충일이나 국경일에 가장 경건하게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층 인사들이 골프나 치고, 초대형 태풍이 오는데도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이 금강산이나 해외연수라는 핑계로 자리를 비우고 있다.
              
고향은 민족의 탯줄이거늘
 
모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과 기초건 광역이건 할 것 없이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거의가 관광으로 일정이 짜여 진다고 한다. 지자체 이후 관광객 유치도 해당 시. 군의 가장 큰 마케팅이나 프로젝트에 해당되니 관광지 시찰과 견학(?)도 나무랄 일은 못된다. 나무란다면 연수나 시찰 뒤 의원들이 내놓은 감가상각적인 리포터는 빈약한 대신 그분들이 들고 오는 보따리는 고급 외제 선물로 가득 채워진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쓴 경비는 국민과 시. 군민의 고혈(膏血)을 짜내 염출한 돈이다.
 
국경일이나 명절의 세시풍습 역시 그 민족의 흩어진 기와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만남의 날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보통 때는 5시간 반이면 될 것을 10시간 이상 씩 걸리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4시간 남짓이면 가는데도 명절이면 7시간 8시간 걸려도 짜증내는 사람이 없는 것은 그리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이다. 연어가 대양을 가로질러 긴 유영 끝에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듯이.
 
라마단과 추수감사절에 아랍인이나 미국인들이 외국에 거주하거나 특별한 공무를 제외하곤 조국과 향리를 떠났다는 얘길 들은 바 없다. 국경일이나 명절은 놀고먹는 날이나 해외로 나가 골프나 수영으로 몸 풀고 외화 낭비하는 날이 아니다. 그날 하루만은 호국영령과 선열들을 추모하고 민족 얼을 배우고 되새김질 하는 날이며 명절은, 조상을 위해 제사와 차례를 모시고 살아있는 부모형제와 이웃사촌끼리 정을 나누는 민족고유의 세시풍습을 익히는 날이다. 정(情)이란 간격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에서 그런 날 만은 자신이나 가족들끼리의 나들이보다 정을 잃고 사는 내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함께 모여 인정을 나누고 체험하는 삶의 학습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5천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들 밥상에 기름진 음식이 오른 지 불과 30여년. 놀이나 휴식도 문화적 토양위의 휴식이 아니라면 방종이고 사치며 타락일 뿐이다. 문화의식이 몸에 배지 않은 한국인의 지폐관광이 이미 동남아 국가들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어글리 코리언으로 지탄받기 시작한 것은 낭비중독증에 대한 당연한 비판이다.
 
랍비들의 지혜가 이스라엘 민족의 고난과 불행을 극복하게 한 수천 년 동안의 버팀목이었듯 반 만 년 우리 조국을 지탱하게 한 불멸의 민족혼은 어느 서고에서 먼지에 쌓여 있을까. 상경하애와 상부상조라는 반듯한 미풍양속이 쇠퇴한다는 것은 그 민족의 얼이 빠져나갔다는 증좌다. 얼이 빠진 인간이란 곧 죽은 사람을 뜻한다. 민족정기와 민족의 결집이 사라진 국가와 민족 역시 얼빠진 것과 무엇이 다르랴.
 
얼이 빠진 민족은 죽은 생명체
 
국경일이나 명절을 휴일로 정한 것은 먹고 취해 흥청망청 하라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가 골프나 윤락관광이나 즐기라는 게 아니라, 그 날들이 지닌 경건한 뜻과 정서를 이어나가라고 준 법정 공휴일이다.
 
아주 오랜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이 지키고 이어온 대로 국경일이나 명절엔 외국이나 국내외의 관광지가 아닌 추모의 현장을 찾아 묵념하고 고향으로 달려가 부모형제와 친지, 고향 친구와 이웃사촌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날이 돼야한다.  물고기 보다 못한 사리분별력 없는 민족이 돼서야 되겠나. /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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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26 [10: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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