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아이스케키에 모든 시름 잊었던 그시절 이야기
[책동네] 온가족이 함께 추억의 소중함 느끼는 <반탱이와 낡은 자전거>
 
취재부   기사입력  2007/09/19 [13:27]
<반탱이와 자전거>는 이상휘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토대로 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컨셉으로 제작된 소설책이다.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돌아보며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의 대명절 추석과 잘 어울리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쌀 밥 한 그릇 먹기가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힘들고 고된 삶의 연속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기억만이 가득했다고 회고한다.
 
▲이상휘 지음, <반탱이와 자전거> 책 표지, 2007     ©해피스토리(www.happistory.com)

그러면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옛 시절의 추억들을 하나둘씩 꺼내 불러본다. 그것은 가슴깊이 느낄 수 있었던 내 어머니, 내 아버지의 속깊은 사랑.
 
저자는 “적당한 웃음으로 길들여져 있는 나의 어린 시절은 어느 덧 새벽의 맑음처럼 나를 기억하게 하며 나를 지켜주는 원천”이라며 “그것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을 거쳐 국회 정책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고, 저서로는 <나는 마지막 희망을 사람에게 걸었다>, <포스트이미지 리더십> 등이 있다.
 
 “<반탱이와 자전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추억의 소중함 느낀다”
 
요즘 아이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 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걸음에 마련해주시는 정넘치며 돈넘치는 부모님 덕분에 어려움이란 그림자조차 볼 수 없게 된 풍요속의 아이들도 있다.
 
<반탱이와 자전거>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옛 기억들로 우리들을 데려다 준다. 그곳은 바로 지금 아이들의 부모들이 자란 그 때 그 시절이다.
 
또 이 책은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그리고 묵직하게 쓰다듬어 줄 가을날의 옛 이야기로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추억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느껴보게 해준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하루 종일 생선자판을 지켜야만 했던 엄마, 땡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이건 칼바람이 무섭게 몰아닥치는 한 겨울이건 자식 입에 밥 한술이라도 더 떠먹이고자 열심히 자전거를 몰아 생선을 팔던 아버지, 난생처음 가져보는 나일론 양말과 운동화에 세상천지를 다 얻은 듯 좋아라하던 나.”
 
저자는 부모들이 자란 그때 그 시절을 이렇게 회고한다. 지금에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단 30년만 돌아보면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그 때 그 풍경들이라고 말한다.
 
“아이스케키에 세상 모든 시름 잊을만큼 소박했던 그 시절”
 
‘어른을 위한 동화’ 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책의 내용들은 현재 40~50대로 인생의 중반을 걷고 있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화같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즉 그들이 성장하며 겪었던 여러 가지 추억담을 이야기 형식으로 그리면서 소설로 풀어놓았다.
 
어른들은 마치 자신의 일기를 읽는 마음으로, 또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속에서 엄마와 아빠를 만나는 기분으로 그렇게 가벼운 산책을 하듯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내용들로 이 책은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못 살았다. 지지리 궁상으로 가난했다. 나일론 양말과 싸구려 운동화 한 켤레에 행복해했고, 난생처음 가져보는 비닐 가방에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했다. 가난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배고픔이 곧 일상이라 깨달아야 했고,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눈물바람과 함께 못된 때쟁이가 되어야만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루 종일 자전거 품을 팔아 생선장사를 하시던 아버지 뒤에 앉아 얻어먹는 아이스케키 한 개에 세상 모든 시름을 잊을 만큼 소박했다. 하지만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돌아가라 말하시면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하리라.”
 
저자는 본문 가운데 ‘산길과 나일론 가방’에서 “애지중지하던 나일론 가방은 흙투성이가 된 채 어디서 걸렸는지 끈이 ‘툭’ 끊어져 있었고, 그 가방은 엄마에게 떼를 써서 겨우 산 소중한 가방이었으며 지난봄부터 힘겹게 들고 다녔지만 너무도 아끼던 나일론 가방이었다”면서“읍내 학교 전체에서도 몇 개 밖에 볼 수 없는 아이의 유일한 자랑꺼리였고, 동네 개구쟁이 녀석들이 한번씩 들어보고 싶어 안달했던 나일론 가방은 비닐 가죽을 덧덴 자리가 터지면서 끈이 떨어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고 기억한다.
 
또 ‘파란타이즈와 반바지’ 중에서 저자는 “아이의 엄마는 울고 있었으며 눈가에 눈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들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엄마는 손사레를 치며 아이를 쫓아냈고, 아이의 엄마는 꽁치를 훔쳐내 반탱이에 담다가 작업감독에게 들키게 됐다”며 “그때는 아줌마들이 작업감독 몰래 꽁치를 빼돌려 집에 가져와 먹거나 아니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반탱이와 자전거>는 송알송알 옛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아련한 추억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읽어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그날의 추억 여행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9/19 [13:2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