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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멧돼지소탕 공약'에 항소하는 이유
[메나리의 대선쐬주] 멧돼지보다 더 무서운 한미FTA 괴물부터 소탕하라
 
메나리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후보가 들고 나온 멧돼지 소탕 공약이 화제다. 긴급 대통령령으로 특전사 최정예 요원을 동원하여 멧돼지를 소탕하겠단다. 튀는 공약은 눈에 띈다. 참 유시민스러운 발상이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의 멧돼지 공약을 그냥 짜증나는 세상에 한번 웃어보자고 한 이야기로 흘러버리면 안 된다. 유시민 후보는 특전사의 집단반발을 의식했는지, 멧돼지 소탕령을 진지하게 준비한 공약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재미로 내지른 공약이 아니라 진지하게 내놓은 공약이라는데 있다.
 
멧돼지떼보다 무서운 한미FTA 괴물을 수입하여 농민들 목줄을 죄이려는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께서 멧돼지 소탕을 하시겠다니 아무리 진지해도 우스개 소리로 와전된다!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 사퇴하고 신장개업해서 진지하게 대선에 도전했다면 그딴 소리 입에 담지 않는 게 좋다.
 
지금 농작물 피해준다고, 사람 위협한다고 인간중심적으로 야생조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박정희 방식이다. 긴급조치는 박통이 즐겨 악용한 통치술이었다. 박통주식회사 이사들이나 내놓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노빠 유시민 후보가 따라했으니 세상 많이 변했다. 이건 노태우가 깜짝쇼한 ‘범죄와의 전쟁’ 야생동물버전이라 할 수 있다. 유시민의 몸은 노통, 정신은 박통, 전통, 노통으로 뒤범벅 짬뽕된 상태다.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늘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농가 피해 규모가  기십억대에 이른다는 뉴스를 봤다. 멧돼지 피해 뻥튀기해 재미보려고 할 때가 아니다. 졸지에 멧돼지는 천적이 사라진 야생의 세계에서 무법자 지위에 올랐다. 멧돼지는 늘어나고 먹을 것들은 궁해졌다.  
 
결국 산 아래 주택가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게 야생동물들의 실상. 개발이란 이름 아래 점점 멧돼지 영역은 파괴되고,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에 걸려 한쪽 다리마저 잃어버린 멧돼지들. 먹을 것도, 설 땅도 없는 도심 야산에서 유해 조수로 쫓기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야생의 최고 강자 멧돼지의 현실이다. 멧돼지에게 먹이를 나눠주며 살아가는 산골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멧돼지가 우리 생태계에 살아 있어야할 이유, 우리가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 등을 생각해본다. <KBS 환경스페셜 멧돼지편>

▲쫓기는 야생강자 멧돼지. 이제는 멧돼지와 인간이 공존하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사진은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 야생 멧돼지     © KBS 환경스페샬
 
그런데 멧돼지를 둘러싼 생태환경은 인간보다 더 열악했다. 일부 멧돼지들은 사람의 마을에 출현해 먹이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때론 인간을 공격해 적잖은 위협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 멧돼지는 알고 보니 쫓기는 야생강자였다.
 
▩ 「쫓기는 야생강자 멧돼지」,『KBS환경스페셜 』(2007년 6월 13일)
 
유시민 캠프의 정책 역량이 의심스럽다. 유시민 예비후보가 KBS 환경특집을 참고했더라도 멧돼지 소탕령을 들고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국정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분이 매사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가면 한국은 네로의 로마가 되고 말 것이다. 골칫거리 비정규직 문제는 긴급대통령령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소탕해버리고... 돈 안 되는 농민문제도 농민소탕령으로 조져 버리고... 박통전통노통 식으로! 유시민 후보의 멧돼지 공약은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허탈한 일이다.

유 후보는 멧돼지 공약을 '이색 공약도 튀는 공약도 아닌 진지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멧돼지 공약'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로 특전사가 떠올랐는데 잘못 말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특전사 동지회에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 평소에 특전사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쪽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문제인데 도시의 언론인에게는 (멧돼지 문제가) 에피소드로 보인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라며 "오래 생각한 공약"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연합 2007/08/25>

멧돼지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대통령 후보가 멧돼지 소탕을 들고 나왔다. 졸속이다. 박정희 씹으며 살아온 인생들이 박정희 따라하기에 안달이다. 유시민의 멧돼지소탕 긴급대통령령은 권력남용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방에 해치우고 조지겠다는 생각은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박통컴플렉스의 발작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박통의 통치스타일을 고무찬양할 수 있겠는가. 

따끈따끈한 야생뉴스 하나 전하며 글을 맺는다. 8월 14일치 <연합뉴스>는 사냥개 풀어 멧돼지를 잡은 50대에게 벌금형 소식을 전하고 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주원)는 14일 사냥개를 풀어 멧돼지를 포획한 혐의(야생동.식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5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4일 오후 5시께 전남 담양군 고서면 야산 주변에서 자신의 사냥개 4마리를 풀어 멧돼지를 몰게 한 뒤 공기총과 흉기로 포획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 재판부는 '위난과 급박한 위해를 피하기 위한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주원 판사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유시민 후보의 멧돼지 소탕공약은 '위난과 급박한 위해를 피하기 위한 행위'의 결과로 구상했다하더라도 유죄가 아닐까. 특단의 대책은 멧돼지 농가 피해액을 정부가 물어주는 것이고 멧돼지와 인간의 공존이 가능한 살림정책을 내놓으면 된다. 문제풀이 능력이 없는 정치인들이 현장 전문가를 만나 경청하지 않고 진지하게 내놓는 공약은 죄악이다. 유시민은 왜 노부부처럼 멧돼지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줄 생각을 못했을까?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세계를 더 알게 된 벗들이 유시민의 아침으로 동행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이다. 그래서 우리는 멧돼지 공약에 항소한다.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멧돼지 소탕작전을 내릴 게 아니라, 멧돼지 문제는 야생동물(생태·환경)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했어야 옳았다. 그래서 유시민은 틀려먹었다. 멧돼지의 야성을 대통령령으로 다스리려는 정치인은 동물학교에 입소해 기초소양부터 닦았으면 좋겠다.

멧돼지와 우리민족은 각별하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5000년 이상 더불어 함께 살아왔다. 울산 반구대암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여 동명왕 전설 속에 멧돼지는 영물로 등장한다. 멧돼지 종보존은 멧돼지가 원시예술 속에 새겨진 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박통의 초가지붕 없애기식 유시민식 멧돼지 소탕령은 당장 접어야 한다. 
기사입력: 2007/09/03 [12:1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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