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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는 환타지도, SF도, 눈요기용도 아니다
디워는 대중을 농락한 영화조작 사기극
 
신정모라   기사입력  2007/09/03 [07:06]
<디워>를 둘러 싼 논란을 올바로 평가하는 일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서로 의견이 엇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 뭐 문제될 것이 없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 의견을 존중해야지 싸워서 되겠는가 이런 식의 질책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니까. <디워>를 둘러싼 논란은 그런 종류의 논란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디워>는 황우석의 논문 조작처럼 영화 조작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게 예정되어 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계에서 사기극을 허용하기 위해 논란을 벌이는 사회가 있다면 벌써 그 자체가 그 사회의 병리성을 폭로하고 있다 할 것이다. <디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란은 보통의 논란과 상당히 다른 차원의 것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것이 내 관심사다. 지식인들은 아직도 중요한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디워> 띄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 사회는 인맥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이다.
 
한국 사회는 <디워>를 SF나 환타지로 오해하고 있다. 그로 인해 <디워>를 둘러싼 논란이 애매모호해 보인다. <디워> 마케팅이 '한국 SF'라고 선전해서 별 의심 안하고 모두들 믿어버렸다. <디워> 미국 판매용 예고편에는 '한국 SF의 시작'이라고 선전하고 있단다. <디워>는 쥬라기 공원처럼 즐기기 위한 단순한 영화도 못된다. 눈요기용 영화는 스릴이 있어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면서 최소한의 공포, 괴기스러움 정도는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디워> 관람을 선택한 이유를 분석해 보면 <디워>에 대한 평가를 알 수 있다.     © 맥스무비

<디워>는 공상과학 영화의 특징이 전혀 없으므로 SF영화 조건 속에 포함이 못된다. SF영화는 스토리가 과학적으로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SF의 핵심은 스토리이다. <디워>에는 과학적 논리는 커녕 국어 논리마저 없다. 그렇다면 환타지에는 속할까? 환타지가 되려면 환상의 세계로 관객이 감정몰입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디워>는 환타지도 아니다. 그 이유를 다음의 한 예에서 살펴보자.
 
영화 초반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무기가 소녀의 몸에 감춰진 여의주를 얻기 위기 마을을 공격한다. 대대적인 어마어마한 병력을 갖추고 방어력이 전혀 없어 보이는 민간인 마을을 쳐부순다. 그러다가 그 마을 안에 소녀가 죽으면 이무기는 여의주를 얻지 못하게 되어 있다. 나중에 소녀가 자신을 지켜주는 청년과 벼랑에서 떨어져 자살함으로써 이무기는 여의주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이런 영화적 배경을 감안할 때, 이무기는 대대적인 병력을 자랑할 정도로 파워가 막강한데 소녀 한 명 달랑 납치해서 데리고 가면 그뿐인 것을 소녀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마을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 후로 계속되는 장면마다 영화는 ‘뜬금없음’이라는 생각을 연이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원래 환타지 영화는 관객을 몰입시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 그래서 환타지인 것이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환타지는 아니다.
 
<디워>라는 영화는 장면 장면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다는 감성을 관객들에게 심어주어 환타지 요소마저 스스로 내던져버렸다. 뜬금없고 앞뒤 안 맞는 내용은 쉴새없이 이어진다. 분명히 인간의 감성상 주인공이 위기에 처해 있어 관객이 스릴을 느껴야 하는 장면에서도 주인공들은 컴퓨터그래픽과 현실 차이만큼이나 항상 안전하다. 그래서 <디워>는 눈요기용 영화도 절대 못된다. 눈요기용 즐기기 위한 영화는 최소한 스릴을 느낄 수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가 있다.
 
환타지 스토리는 독자가 환타지 세계를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지 이 스토리가 말이 되나를 놓고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 법이다. <디워>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나’ 이런 생각이 들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관객의 머리 속에 딴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영화는 영화로서 탄생되지 못하는 법이다. <디워>는 그런 점에서 탄생될 수가 없는 영화를 한국 사회에서 대대적으로 정상적인 영화인 것마냥 홍보하고 있어 사기극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 심영래가 한 말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다’ 라는 유명한 문구는 영화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던 셈. ‘사기를 못쳐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를 안 쳐서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입해 놓고 보니 심영래 말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긴 하다.
 
<디워>가 환타지가 못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렇다. 영화는 쉴 새 없이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이 영화는 정신병 환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변명해댄다. 대사가 영화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콤플렉스를 가지고 대사를 통해 자기변명을 해대는 영화는 세상에 처음 봤다. 또 변명은 영화 끝나고 자막에도 올라간다. 온통 변명투성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이 ‘이 영화는 개연성이 없고 전혀 말도 안 되고 몰입할 수가 없게 만드는 횡설수설이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관객에게 영화를 보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관객들에게 ‘정말 유치하다 이거 어린애 장난하는 거냐 뭐냐 돈이 아깝다’ 라는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기를 칠려면 영화 속에서 관객을 상대로 쳐야지 '예술은 사기이다' 이 정도 선에서 용서를 받는다. 왜 영화 밖에서 마켓팅으로 사기를 치나?
 
한국에서 <디워>가 성공적이라는 언론의 평가도 진실이 아니다. 그 점에서 <디워>는 다른 영화와 다르다. <디워> 투자 자본이 일반 한국 영화들과 다르게 70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천오백만 관객 이상을 동원해야 한다고들 한다. 현재 뉴스 보도에 의하면 <디워>가 4백50억원 정도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에서 <디워>는 이미 망한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아직 넘지 못한 영화를 미리 성공한 영화라고 예단하는 한국 언론인들은 <디워>의 투자가들인지? 성공했다고 해야 대중들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 속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경제 위기에 허덕이는 대중의 호주머니를 그런 식으로 노리는 사기적 마케팅에 적극 동참하고 있을까? 그것이 우리 대중들이 힘을 발휘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언론은 진실추구의 철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디워> 마케팅에 사람들이 속았던 이유를 들면, <디워>는 방학을 맞아 미성년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그것뿐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렸었다는 점(방학이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었다, 또 슈렉같은 영화와 함께 개봉했다면 벌써 문 닫았다)이다. 아이들 대동한 가족단위 관객이 가장 많은 방학기간을 이용한 것이다.
 
둘째, 언론과 인터넷이 진실을 외면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해 치알디니가 분석했던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랐다는 점. 한국사회는 이 점에 아주 약하다.
 
[참고: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란 베스트셀러를 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현상. 남 눈치 잘 보는 한국인들은 특히 이 점에 취약하다. / 참고서적 김용규의 <설득의 논리학>]
 
셋째 마초 자본의 불순한 개입이 있었다는 점, <디워>는 마초영화이다. 한국에서 일단 마초영화는 성공하기 쉽다. <디워>의 여의주가 상징하는 것은 여성의 난자이다. 용은 황우석을 상징하는 것이고. 여성계는 <디워>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가해야 할 것이다. 여성 몸 먹고 용되자는 것이 <디워> 영화의 세계관이다. 마초범죄 합리화하는 세계관을 가진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황우석 팬들이 집단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으면서 정신과에서 애국주의로 뭉쳐 <디워>를 옹호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디워>가 볼만한 영화였다는 감상평을 하는 사람은 황우석 논문사기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순수한 감상이 아니라 황우석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 감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일부 지식인들은 인터넷의 황우석 옹호 집단을 대중으로 등치시켜 놓고는 흐뭇해한다. 사기꾼은 사기꾼끼리 통하는 법이니까.
 
광기를 가진 대중은 침묵하는 다수 대중과 거리가 있다. 광기 집단이 <디워> 비판을 못하게 하면 지식인이라면 한번쯤 의심해 봤어야 했다. 이들이 과연 대중을 대표할까? 다수 대중은 광기 집단의 '그래도 CG는 괜찮았어'라는 사기극에 속았던 것이다.
 
넷째, 한국의 애국주의 코드는 파블로프의 개다. 애국심이 조건반사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는 순이익을 낸 영화들은 대중의 조건반사신경, 즉 애국주의를 이용했다. 대중의 동물적인 ‘고정행동유형’을 주 타켓으로 삼았던 것. 정치인들도 애국심의 개에게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권력을 쟁취해 왔었다. 그러자 <디워>는 뜬금없이 끝에 아리랑을 삽입해 국적불문의 영어로 된 영화에 애국주의를 입혔다. 이건 분명 사기이지. 내용에 애국주의가 없는데 아리랑만 가지고. <디워>는 내용상 한국 영화도 아니고 동양의 신화도 아니다.
 
이상의 여러가지 복합적 이유들 때문에 4백50억원 정도의 판매실적을 올렸다고 본다. 물론 자본의 스크린 독점도 한 몫했다. 이 영화 때문에 좋은 영화들이 움츠러들고 대한민국 영화계가 피를 봤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타격은 그보다 크다. 앞으로 예술인들은, 특히 영화감독들은 좋은 작품 보다는 사기적인 마켓팅을 잘해야 한다는 질 나쁜 관행을 남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한 나쁜 관행을 세우지 않기 위해 대중이 앞장서서 사회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황우석의 논문 조작만큼이나 영화팬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 자본의 속셈은 뭘까? 자본의 목적은 돈을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디워>는 실패가 뻔한 영화를 마켓팅마저 대대적으로 하고 있으니 약간 의아하다. 한국에서 이미 실패한 영화를 해외에서 200억원 뿌리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개 사료인 애국주의 코드까지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성공 못한 영화를 미국에서 1500개 극장 개봉을 잡아 놓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투자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본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자본의 생리상 돈이 목적이라면 그 정도 돈을 쏟아 부으면 외국에서 간단히 성공이 보장되는 한국 영화가 수도 없이 많은데도.....
 
<디워>처럼 마켓팅에 많이 투자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디워>의 실패가 뻔하다는 평은 한국 대중의 감성을 이미 체질적으로 알고 있는 영화평론가들이 대중들의 입맛을 대표하여 이미 발표해 놓았고 자본의 주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디워>는 심형래에게 영화감독으로서의 사망선고를 내린 거라고.
 
<디워>라는 영화를 통해 자본이 노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는 점! 그게 뭘까? 한국 대중들에게 사기를 치고 그 사기극이 먹히나 안 먹히나 알고 싶다는 것일까? 만약 사기극이 먹히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워>를 계기로 해서 한국 대중들의 대대적인 사회정화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워>가 대선과 연결되는 코드는 애국심이라는 ‘고정행동유형’이다. 애국심은 현재 초등학생들도 입학하자마자 투입받는 파블로프의 개의 사료이다. 파블로프 개의 사료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각성이 없다면 통일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한국인들의 사료로 사용될 것이다. 고로 현재 투표권을 가진 20대와 386은 다르다는 언론들은 증거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디워>논란이 20대와 386의 대립이라고 언급했다. 애국주의가 아니란다. 올바르고 공정한 대선을 위해 언론의 증거조작의 실태를 사회에 낱낱이 고발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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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03 [07: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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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빼라인 2007/09/18 [18:08] 수정 | 삭제
  • ▶하체 비만은 알로ㅇㅔ겔로 푸세요◀ 저도 알로ㅇㅔ 겔 먹고 저받은 하체 에서 이기적인 하체로 ....요즘은 스키니진 입는 제미에 푹 빠져 살아요날씬하니까 뭘입어도간지 좔좔....지식 검색하던중 이곳에서 살깍았어요 관리자 추천 ┗●스피드 폭탄 ㄷㅏㅇㅣ어트 ●┛진짜 왔다 에요 ㅋ 빨리 빠지고 라인 쭉 ~ 빵!!네이버에 ◈ㅃㅐㅃㅐ라인◈ 치셈┗▶http://www.babi44.com ◀┛(o5o5-858-0014)많은고객 추천 싸이트~~♥
  • 이문원-펌 2007/09/09 [12:58] 수정 | 삭제
  • 한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3일 밝힌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는 누적관객 771만명을 동원해 5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최근 배급사 쇼박스는 조금 차이가 나는 수치인 전국 관객 821만명을 돌파해 역대 한국영화 흥행 5위에 올랐다고 밝히고 있다.
    (9월8일 현재)

    권태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http://www.nakorea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43
  • 2007/09/08 [19:35] 수정 | 삭제
  • 김규항은 자기가 어린이 잡지 출간해서 그런지 동업자 의식 발동한거 같은데요. 아님 인식의 한계이거나..아님 둘다 거나..
    그런데 이번거는 결정타였죠.
    혹시 김규항 아버지가 심형래 영화 상영한 극장주 아니었을까요?
    믿거나 말거나...
    이번 디빠들의 근원지는 디씨 같더군요.
    지난번 이안 마녀사냥한 진원지는?
    언론과 디씨의 합작품?
  • tango-펌 2007/09/07 [21:27] 수정 | 삭제
  • 출처 http://yhhan.tistory.com/ 글쓴이:tango

    선빵의 사실관계, 그리고 의 마케팅에 대해서 한 말씀...

    들어가기에 앞서 밝히자면, 저는 영화 언저리에서 서식하는 사람입니다. 업계의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10년차 이상의 짬밥을 먹은 영화계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업계 동향에 대해 딱 그만큼의 통빡을 지닌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평범한 10년차 영화인'이라는 얘깁니다^^;;블로깅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아직 둥지가 없는 눈팅족이기도 합니다. 한윤형님의 블로그에 좀 길다 싶은 댓글을 달고자 하는 것은, 둥지 없는 눈팅족 주제에 좀 심하게 입이 근지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윤형님 말마따나, 논쟁을 해도 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들 했으면 싶어서 노가다 좀 했습니다.

    쇼박스가 를 라인업에 올린 것은 2006년 2월 언저리입니다. 관련 소식을 전한 프레시안무비 오동진 기자의 기사가 2월 25일자이니 2월 말 경이군요.

    영화계에서 투자 좀 한다는 투자사들 치고 심형래 감독과 미팅 한 번 안 해본 투자사는 아마 없을 겁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심 감독의 요청을 거절해왔지만, 어쨌거나 심감독의 뚝심으로 영화는 완성단계에 있었고 투자배급사들은 다시 한 번 심 감독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막판 투자와 배급 때문이었죠. 전화를 피하는 투자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쇼박스는 심 감독을 만나주었습니다. 물론, 똑똑한 쇼박스는 이때쯤 이미 주판알 다 튕기고 전화 받은 겁니다. 쇼박스는 무서운 회사입니다. 쇼박스가 당시로서는 누구나 꺼려하던 이 골치 아픈 작품을, 말 많고 다루기 힘든 심형래 감독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는 명확한 판단이 이미 섰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영화산업이 극장체인을 소유한 메이져 주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후발주자였던 쇼박스는 언제나 과감한 승부수를 통해 점유율 1위에 올라선 회사입니다(CJ와 쇼박스는 매년 자신들이 산출한 점유율 자료를 공개하면서 자기들이 1등이라고 주장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원래 압도적 1위여야 마땅한 CJ가 사실은 늘 밀리는 듯이 보이는 게 실상입니다. 쇼박스는 1000만 영화가 벌써 두 편이잖아요?^^). 후발주자 쇼박스는 어떻게 업계 1위로 올라섰는가? 이를테면,

    영화관람료 인상에 대해 영화인들은 언제나 몸을 사렸지만(오르면 좋지만 관객 반발이 무서워서 영화인들 스스로 영화관람료 올리자는 소리 잘 못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쇼박스는 걍 해치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사들과도, 동종 극장업계와도, 문화관광부와도 한 마디 상의 없이 '주말 관람료 8,000원'을 시행해 버렸고, 몇 달 안 가서 CJ와 시네마서비스도 따라했고, 문광부도 그럭저럭 넘어가 주었습니다. 저질러 버림으로써 업계 표준을 재정립하는 과감한 승부수. 이것이 쇼박스의 스타일이라는 걸 보여준 최초의 사례입니다.

    두 번 째 사례는 '유료시사회'입니다. 시사회인데 유료라는 이 얄궂은 시도는, 영화계의 '주말개봉' 관행을 완전히 깨뜨려버립니다. 가 대박 터지던 2001년까지 영화계에서는 '주말 개봉'이 관행이었고, 여러 개봉관 중 메인 상영관은 늘 '서울극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 영화계의 눈길은 일제히 서울극장 앞으로 향합니다. 경쟁자인 동시에 나름 끈끈한 동업자들이기도 한 충무로 사람들은 그래서 토요일 마다 서울극장 앞으로 모이곤 했습니다. 어떤 영화가 대박이 터지면 자기 일 아니더라도 쥔장으로부터 밥 얻어먹을 수 있으니 좋고(저도 진짜로 '1만 원 권'이 든 '만원사례'봉투를 개봉 날 받았더랬습니다^^), 망하는 꼴 보면 빈말이라도 위로 한 마디 던지고 가는 장소가 바로 서울극장 앞 커피숍이었습니다. CGV로부터 시작된 멀티플렉스가 서서히 힘을 발휘하면서 이런 풍경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주말개봉' 관행이 와해되기 시작하고 금요일 저녁 개봉 같은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에 금요일 저녁 개봉분 정도라도 더 얹으면 세 과시가 되니까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금요일 저녁, 금요일 오후 개봉이 추진되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서울극장 개봉이 지닌 의미는 당연히 흐려지죠. 전날 저녁 CGV 강변에 얼마나 관객이 들었는지 다 아는 처지에 토요일 오전 서울극장에 나가볼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 때 쇼박스가 한 건 합니다. '유료시사회'라는 명목을 붙여서, 목요일 개봉을 추진해버린 거죠. 금요일 저녁만 해도 어떻게 주말로 봐줄 만 한데,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벙찐 CJ와 시네마서비스는 어떻게 했는가? 조용히 쇼박스를 따라합니다^^. 그 후로 슬슬 수요일 저녁 ‘유료시사회’도 열고 뭐 그럽니다.

    세 번 째는 '대대적인 스크린 독과점과 과다한 마케팅비 지출'로 대표되는 '본격적 블록버스터 마케팅'의 시대를 연 것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쇼박스에만 손가락질 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걍 '선빵을 가리는' 중입니다^^;;;. 최초의 '1천만 관객 영화'인 가 개봉당시 325개관을 확보했고 그것만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을 때, 쇼박스는 를 개봉하면서 440개 개봉관을 확보, '400개관 개봉' 시대를 엽니다. 2년 후, 을 배급할 때는 '600개 관 개봉'을 밀어부칩니다. 그래서 CJ나 시네마 서비스가 낫다고 말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투자배급사가 극장까지 독점하고 있는 이 막돼먹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더 나은 놈이 누가 있겠습니까? 똑같은 게임의 법칙 속에서 싸우고 있는 그들은 불과 몇 년 만에 한국영화 시장을 승자독식의 진흙탕시장으로 만들어 놓은 똑 같은 놈들이죠. 다만, 저는 지금 '차마 아서야 할 짓'을 쇼박스가 늘 앞장서서 해왔다는 얘길 하고 있는 겁니다.

    극장체인을 쇼유한 메이져 배급사라는 건 정말 악질적인 괴물입니다. 이 괴물은 영화를 완전한 소모성 진열상품으로 전락시킵니다. 일 년에 30편 이상 신작에 투자하는 투자배급사가 극장체인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투자하는 작품 하나하나의 흥행성적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영화를 걸면 극장이 매출의 50%를 가져갑니다. 매점 운영 등을 통한 부가수익도 있죠. 최근엔 극장 매출에서 매점 매출이 영화 티켓 매출을 상회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극장체인을 소유한 투자배급사는 그 영화가 일단 완성되어 극장에 걸리기만 하면 상당한 액수의 투자분을 쉽게 회수 할 수 있겠다는 통빡이 나옵니다.

    정작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가 수익을 분배 받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투자배급사가 한 작품에 투자를 결정하는 순간, 1.5%에서 2%의 관리수수료를 총제작비에서 공제받습니다. 배급을 하면 수수료 20%를 뗍니다. 이것들은 모두 '최우선적'으로 공제되는 항목입니다. 영화 제작 총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계산해서 금융비용도 제합니다. 사채업자들의 행태라고 볼 수 있죠. 평소 저는 관리수수료와 금융비용 공제관행이야말로 영화투자가 진정한 '투자'가 아닌 '마이킹'에 해당한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요즘 영화개봉 시 과다한 마케팅비 지출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순제작비 30억짜리 영화에 마케팅비가 보통 15억. 영화가 잘 되거나 사전에 뻥튀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20억도 아깝지 않게 씁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영화를 걸어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위에 열거한 항목들을 '선 공제'한 후에는, 순제작비 보다 먼저 회수하는 항목이 바로 마케팅비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비는 명목상으로는 투자자와 제작자가 상호 합의해서 규모와 지출내역을 정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상 배급사가 전적으로 계획하고 운용하는 것이 통상관례입니다. 투자배급사는 분위기를 띄워야할 필요성이 있거나 반응이 좀 온다 싶으면 아까운 줄 모르고 마케팅비를 지릅니다. 과다하게 지출된 마케팅비가 매출에서 공제되는 만큼, 순제작비 회수는 그 만큼 뒤로 밀리게 되고, 영화가 정말 장사가 잘돼서 위의 여러 항목에 대한 공제가 끝나고, 마케팅비 회수도 끝나고, 순제작비까지 똔똔을 맞추고 나야만 제작자는 가져갈 몫이 생깁니다. 대한민국에서 극장체인을 소유한 메이져 투자배급사는 이런 식으로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대박영화를 내놓은 제작자들도 메이져와의 갑을 관계에서는 꽤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를 극장에서 내리고 난 후 제작사인 MK픽쳐스는 쇼박스를 고소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습니다. 쇼박스의 정산서에 계상되어있는 마케팅비 액수가 너무나 터무니없었던 거죠. 천하의 강제규, 이은, 심재명 삼각동맹도 결국 쇼박스 앞에서는 칼을 거둡니다. 침 한 번 뱉고, 고소를 접은 겁니다. 아무튼, 요즘 종종 제기되는 '과다 마케팅비 논란'도 쇼박스가 선빵을 질렀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교차상영'도 메가막스와 CGV 두 체인의 골드회원인 제 기억으로는 메가박스 측이 먼저였던 것 같네요(요건 정확한 입증이 필요한 얘깁니다만...^^). 너무 길게 쇼박스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요즘 한국영화시장의 폐해라고 지적되는 현상들을 대체로 이 회사가 시작했다는 거. 그래서 그들은 시장에서 승리했다는 거. 쇼박스의 지난 행태를 알면 한국영화시장의 문제점이 다 보인다는 거. 이것이 요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를 선택했다는 거. 쿠궁---


    쇼박스가 를 선택할 때 CJ는 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못 보신 분들,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삑사리’라는 점에서 와 동일하지만 CG 하나 만큼은(그것도 완전 국산CG) 오히려 보다 윗길이라고 보여지는 이 영화가 그토록 처절하게 망하도록 내버려둔 디워빠들의 무관심을 이해할 수 없답니다. 그들은 그 때 뭘 하고 있었을까요?

    잠시 옆길로 샜습니다. 죄송.

    어쨌든 쇼박스는 에 약 100억 이내의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습니다. 기사 마다 60억에서 100억까지 고무줄입니다). 300억 가량의 제작비 중 1/3 혹은 5/1 정도를 투자하고, 국내배급권과 해외배급권을 챙깁니다. 물론 그 액수만 하더라도 웬만한 국내 블록버스터에 전체 투자하는 규모입니다. 쇼박스는 아마 이런 식으로 주판알을 튕겨 보았을 것입니다.

    1)2006년 말 에 맞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는 확실한 블록버스터 확보.
    (와 계약할 당시 연말 개봉을 예상했었다고 합니다. 좀 늦어졌죠) 투자금액 면에서는 보다 적은 투자로 맞싸울 수 있음. 의 정우성, 김태희가 스타성이 있지만, 심형래의 매체 홍보력도 막강. 그리고 그에 대한 부정/긍정 양면의 강한 호기심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점 참조. 순전히 쇼박스의 투자금액 만 고려해보았을 때, 쇼박스는 를 배급해서 국내 흥행성적 150만 만 거두어도 본전을 회수한다는 판단(극장 매출만으로). 물론 그 렇게 되면 기타 투자자들이나 심형래 감독은 한 푼도 못 벌지만, 쇼박스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매뉴얼에서는 고려할 필요 없는 사항임.


    2)계약 전 의 해외시장 접근 가능성 면밀히 검토. 몇 년 간 심형래 감독이 직접 진행해온 사항들을 검토하고, 쇼박스의 자체 해외마케팅 능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까지 뚫어낼 수 있는 지 진단. 긍정적 결론 내림. 실제로 쇼박스 해외마케팅팀은 를 팔 수 있는 시장을 잘 알고 있었고 2006년 칸 영화제를 기점으로 1년 이상 이 부분에 공을 들여왔음. 쇼박스와 계약 이전 간간이 있었던 심 감독의 인터뷰 기사들에 의하면 심 감독은 ‘미국의 메이져’와 배급 계약 추진이 거의 다 된 것처럼 예전의 뻥튀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쇼박스가 프리스타일 같은 회사와 최종 계약을 맺은 것은 매우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사료됨(애초에 미국의 B무비 시장을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추정됨).


    3)이러한 검토 결과를 놓고, 쇼박스는 의 배급권을 확보하면서부터 국내에서의 적극적인 블록버스터마케팅과 해외 시장에대한 현실주의적 접근이라는 양동작전을 작정했을 것임.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의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시장에서 150만 명만 들어도 쇼박스로서는 본전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사업이란 정말 도박과도 같아서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 국내마케팅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면 ‘심 감독의 전적’일 것임. 신지식인 1호로 뜨면서 온갖 블러핑을 일삼았지만 결국 개봉 당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많아 개봉 2년 후 영화의 80%를 다시 만들어 재개봉까지 해야 했던 심 감독의 전적을 고려할 때 의 완성도에 대해 쇼박스는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었음(계약 당시 는 전체 가편집본도 없이 여전히 트레일러 수준의 동영상만 있었음). 더구나 개봉 후 여러 투자자들과 주 개봉관이었던 세종문화회관으로부터 피소되었던 전력 등. 이처럼 심 감독의 전적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와 더불어 말 많고 블러핑 심한 그의 캐릭터 역시 부정적인 요소로 판단됨.


    이 모든 점을 고려하여 쇼박스는 이 영화를 마케팅 함에 있어 ‘애국주의 -- 신비주의 --, 인간극장’의 컨셉을 최대한 활용하는 블록버스터 전략을 도출해냈을 겁니다. 의 애국주의 마케팅은 개봉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미 쇼박스와의 계약체결 직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합니다.

    2006년 상반기는 한국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문제로 열심히 싸우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외제차 타고 조폭영화나 만들어대는 영화인들을 비난하던 네티즌들은 이미 심형래 감독과 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를 내비치며 ‘충무로는 스크린쿼터 같은 개소리 하지 말고 심형래 발끝에 때 만큼 이라도 따라가 보라’는 식의 댓글질이 관련 게시판 마다 넘치고 넘쳤습니다. 이미 디빠들은 그 때부터 의 강림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심형래충무로’식의 대립관계는 그 때 이미 예비 디빠들이 유포시키고 있었습니다(당시 게시판들에서 근거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물리적으로는 심한 노가다라서 걍 넘어갑니다. 필요하다면 제시 가능). 2006년 2월. 스크린쿼터축소저지 투쟁이 한창이었고 게시판 마다 영화인들을 성토하는 댓글들이 도배되던 그 때, 마침 의 배급계약을 체결한 쇼박스는 이런 동향을 보면서 심형래 감독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희망으로 띄워내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기분 좋게 웃었을 겁니다.

    이때부터 영화 개봉 약 3주 전까지 정확히 1년 간, 쇼박스는 심형래 감독에 대한 철저한 입단속에 들어갑니다. 매체 인터뷰를 최소한으로 제한한겁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심 감독 성격에 수많은 매체에 대고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고, 에 대한 기대감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상황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신비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심 감독은 이 기간 중 드물게 한 어느 인터뷰에서 “쇼박스의 인터뷰 통제가 심해서 입이 근질거려죽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에 대한 해외시장의 반응, 진척된 포스트프로덕션 작업 성과의 일부 노출, 예상 개봉시점을 넘긴 후로는 ‘도대체 언제 개봉하나’를 중점적 기사거리화 시켜 홍보지속 등. 쇼박스는 개봉전까지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개봉 약 3주 전.

    쇼박스는 드디어 심 감독의 인터뷰 제한을 풀어줍니다. 물론 해야 할 말과 안해야 할 말을 철저히 숙지시켰을 것이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것인지도 사전 숙지시킨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가 그 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원 없이 내뱉을 수 있도록, 자기 영화의 개봉을 앞둔 영화인 모두가 부러워하는 3대 방송사 메인오락프로그램 싹쓸이 출연일정을 포함한 거의 모든 매체를 대기시켜둔 것도 쇼박스였죠. 네이버 기사 검색 기준으로 8월2일 개봉 전 검색어 ‘’로 검색한 기사의 수는 1680여 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전인 올해 초. 제가 책임 있는 위치에서 제작에 참여했던, 전작으로 대박을 쳤던 감독이 연출하고 꽤 비중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던 어떤 영화는 개봉 전 기사 개수가 290여 건이더군요. 아주 대중적인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배우와 이름 있는 감독의 작품이었는데도 말이죠(^^;;; 잠시 넋두리였습니다).

    방송3사 메인오락프로그램 삭쓸이 출연. 이거 국내 톱스타 두 세 명이 나오는 영화라 해도 쉽지 않은 겁니다. 방송프로그램들 간의 경쟁 때문에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심 감독은 해냅니다. 현재 오락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MC들의 까마득한 선배이며 지난날의 거성이었다는 점이 여기에는 크게 작용합니다. 이경규의 경우에도 심형래 만큼은 해내지 못했습니다. 개봉할 때, 사실 이경규는 방송출연에 일부러 소극적이었지요. 나중엔 많이 출연했지만, 가 영화 자체로 꽤 주목을 받을 시점 즈음에 뒷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대체로 그는 쑥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심 감독은 당당했습니다. 까마득한 후배 MC들 앞에서 꽤 꼰대질까지 섞어가면서, 심형래는 그렇게 약 2,3주 간 한국 오락프로그램들을 평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서 본격적인 ‘인간극장 마케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거의 출연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당장 헐리우드를 집어삼킬 것처럼 호기를 부렸고, 그 동안 충무로에서 당한 설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당당하다는 듯,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스스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방송출연을 마무리합니다.

    그 즈음 본격적으로 네티즌들이 호응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강림한 는 오랫동안 한국영화의 새로운 희망에 목말라했던 디빠들을 빠르게 결집시킵니다. ‘쇼박스’가 알바를 동원했다거나 개봉을 즈음하여 연일 상한가를 쳤던 어느 코스닥 상장사(에 부분투자한 회사라고 함)의 사이버 작전세력이 네티즌 여론을 주도했다거나 하는 얘기들이 마치 ‘음모론’처럼 회자되기도 했는데, 물론 ‘물적 증거’는 없다는 전제하에, 그런 일이야 뭐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들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개봉할 때 인터넷 알바 동원한다는 게 관행처럼 여겨진 지도 오래됐고, 그런 관행이 영화계의 자정노력으로 없어졌다는 뉴스는 들어본 바 없습니다. 헐리우드 배급사 소니도 몇 년 전 가짜 평론가까지 만들어서 작전을 펼치다가 적발되기도 했는데, 증권가 사이버 게시판에 작전세력이 댓글 알바 동원하는 것도 뭐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처지에, 응당 상상 가능한 정황이지요.


    정리합니다.


    쇼박스는 1년전, 투입 대비 기대수익을 철저히 따져 본 결과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판단 아래 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애국주의 -- 신비주의 -- 인간극장’의 순서로 정리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정의 근거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그간 의 홍보마케팅 흐름을 살펴볼 때 정확히 위의 순서로 해당 이슈들이 대중에게 유포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물론 ‘애국주의’ 코드는 쇼박스와의 계약 체결직후 ‘기대감 상승’을 목적으로 제시되었고 이후 개봉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된 바 있습니다. 이미 2006년 2월부터 형성된 충무로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에 대한 기대감이 이러한 코드 설정에 중요 참고요소가 되었으리라고 추정됩니다.


    문제는, 쇼박스가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따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쇼박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사의 이익을 위해 매우 필연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쇼박스 담당자라면 안 그랬을까요? 마케팅을 하는데 위험과 기회,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보면 에서 무엇을 강조해야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저 이상 적확한 게 없을 겁니다. 저라도 당연히 그렇게 몰고 갔겠지요.


    문제는 디빠들입니다.


    디빠들은 쇼박스에 낚인 겁니다. 그들은 정확히 쇼박스의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행동해주었으니까요.


    개봉 전까지 마케팅에서 쇼박스가 어떤 전략을 구사했는가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데, 문제는 개봉 직전부터 개봉 이후까지 벌어진 논란이 아마도 쇼박스의 예상을 많이 뛰어넘어 커다란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냈던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실제로, 역시 네이버 기사 검색에 의지해 보면, 는 개봉 전 보다 개봉 후 논란들을 통해 훨씬 많은 기사노출을 기록합니다.


    개봉직전 ‘심형래 vs 충무로’ 구도를 설정, 유포하여 심 감독의 ‘고난’을 강조하고, 눈물로 호소한 것은 명백한 쇼박스와 심 감독의 의도에 의한 플레이이고, 에 긍정적인 여론은 대부분 이러한 호소가 먹힌 결과였습니다. 그후 논란의 확대과정에서 ‘선빵’의 사실관계들은 한윤형님의 정리가 정확합니다. 의도적 언론플레이에 의해 충무로와 평론가들을 심형래를 핍박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디워빠들 중 래디칼한 무리들이 디워를 혹평하는 네티즌, 감독, 제작자, 기자에게 ‘선제테러’를 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평론가’가 요즘 힘이 있네 없네 그런 얘기는 다른 분들이 많이 하셨으니까 접어두고, 일단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볼 때 선빵을 날린 것은 불특정 다수의 디워빠들 맞습니다.


    문제는, 심 감독과 쇼박스의 ‘인간극장 마케팅’이 대단히 ‘악의적’이라는데 있습니다. 심 감독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는, 철저히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볼 때, 적어도 ‘용가리’부터는 충무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비즈니스의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개그맨 출신 아동영화 감독’에 대해 충무로 영화인들이 그를 충분히 대접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무슨 ‘인간극장’적 고난이고 역경이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식의 왕따 행위가 심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적인 배타성으로까지 작용해야만 그가 ‘인간극장’적인 역경을 겪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영화 만드는 과정 자체의 고난과 역경은 영화를 만드는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죠.

    심 감독은 와 를 진행하면서 충무로의 어느 초일류 감독, 제작자, 배우도 따내지 못할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낸 사람입니다. 그것도 매번 충무로를 좌지우지하는 일류투자배급사로부터 인정받았던 사람입니다. 때는 충무로에서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는 그 당시 업계 1위였던 시네마서비스의 주요 투자자였으며, 신흥 메이져로 주목받고 있었던 ‘삼부파이낸스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하고 배급했습니다. 이 회사, 그 당시만 해도 충무로의 신흥재벌이었습니다. 부산의 삼부파이낸스라는 제2금윤권 금융회사를 모 회사로한 이 회사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고, 를 마지막으로 영화사업을 접은 삼성영상사업단의 핵심브레인들을 스카웃 해서 한국영화판의 새로운 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한참 키우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 회장 양재혁씨는 의 제작자로 크레딧에 올라있습니다(네이버 영화정보 상세정보란 참조). 1999년 7월 10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의하면, 는 메인투자자인 삼부파이낸스 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대한상공회의소까지 직접 나서서 투자유치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충무로 메이져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접 나서서 투자설명회도 하고 유치까지 이뤄낸 영화가 바로 인 겁니다.

    는 1999년 9월17일, 대중영화사상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봉되었습니다. 개봉 초기, 초반 기대감으로 흥행세를 타는 듯하자 이 영화에 투자했던 산은캐피탈의 주가가 1999년 7월 20일 당시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머니투데이 기사도 있더군요. 산은캐피탈도 당시 ‘주류 충무로’의 든든한 부분투자회사였습니다(지금도 그렇습니다). 1999년 7월 15일자 한국경제신문의 기사에 의하면, 는 서울에서 20개, 전국 1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규모면 1999년 당시로는 꽤 큰 규모로 개봉하는 겁니다. 흔히 는 충무로로부터 철저히 버려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디워빠들의 댓글 중에는 ‘극장도 를 무시해서 시민회관 같은 데서 개봉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웃기는 얘기죠. 물론 시민회관 상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동 영화’들이 흔히 취하는 개봉방식일 뿐입니다. 이미 전국 100개관에서 상영하고, 서울의 ‘시민회관’인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하는데, 지방 시민회관, 구민회관에서 안 할 이유가 없죠.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면 말이죠.

    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시장점유율 1위의 메이져가, 1년 넘게 투자하고 전략적인 마케팅을 수행하고 해외배급선까지 챙겨주었습니다. 어느 모로 봐서 왕따였다는 걸까요?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끌어당긴 돈의 규모와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와 손을 잡았느냐는 점에 있어서 심 감독은 충무로의 어느 누구 보다도 유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충무로를 원망하면서 눈물을 보인 그는, 그래서 뭣 모르는 네티즌들에게 ‘가상의 적’을 심어준 그는, 철저한 거짓으로 대중을 속인 것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을 유포해서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동정심을 유발하고,

    사실이 아닌 거짓을 유포해서
    영화계 전체를 자신과 지지자들의 적으로 설정한

    심 감독의 악의적 ‘인간극장’ 언론플레이야 말로,
    선빵 중의 선빵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인식 따라 가상의 적에 대한 적개심으로 충만했던 디워빠들이 한윤형님이 정리한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순서에 따라 사이버 테러질들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 현상이 노동계급과 산업예비군과 룸펜프롤레타리아로 이루어진
    폭주족 집단의 아나키적 반항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요?

    그러니까, 디워빠들의 사이버 집단행동이,
    역시 리버풀 노동계급과 산업예비군과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문화적 저항이었던 록음악 초창기 문화와 같은 의미라고요?

    폭주족을 바라보는 기성세대, 중산층의 혐오가
    진중권, 이송희일, 김광수, 허지웅 같은 영화/문화계 기득권 인텔리집단의 비판과 같은 맥락이라고요?


    폭주족들과 리버풀 록밴드들은
    계급적으로 막막한 현실에서 자신들을 정서적으로나마 해방시켜주는
    자신들만의 문화에 심취했던 것이지 유포된 허위사실에 속아
    허위의식 속에 허우적거리며 테러질을 했던 건 아니라고 봅니다.


    진중권, 이송희일, 김광수, 허지웅은
    중산층 부모세대이기는커녕
    이 광분하는 디워빠 무리에게 아무런 권위도
    물리력도 행사할 수 없는,
    하찮은 지식인들에 불과하답니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그들이 ‘를 재미있게 본 관객 일반’을 억압하고 모욕했다는 겁니까?


    사실관계를 짚어보면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그런 식의 주장을,
    이제는 질긴 변명처럼 거듭하고 있는 김규항님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김규항님이 이번에 '나태하고 게을렀다'는 노바리님의 지적이 전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규항이 "타인의 취향"을 쓸 때, 쇼박스는 "콧노래 부르며 힘을 더 해 간다."는 한윤형님의 지적 역시 적확한 핵심 되겠습니다.


    한국영화산업과 영화를 향유하는 문화가 갈수록 개판이 되고 있는 이 때에, 적당하게 포지셔닝하고 적당한 스탠스나 취하는 게 김규항님 같은 이가 할 일은 아니지요. 진정한 적을 찾지 못하면, 항상 엉뚱한 적을 설정하고 공격함으로써 적을 돕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는 법. 뒤늦게나마, 상황인식에 얼마나 철저하지 못했는지 김규항님이 아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영화인들은, 심형래 감독이 '충무로'를 국민의 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대체로 분노하지만, 쇼박스가 돈 많이 벌어서 올 상반기 동안 내내 잠궈 놓았던 수도꼭지를 열고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환영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겁니다.


    또 참고로, 그렇다면 디워빠류의 대중은 '귀여니'를 개 무시하는 문학평론가들을 왜 테러하지 않는가? '귀여니' 소설이 번역돼서 전 세계 300만 부 정도 팔리면 문학평론가들을 공격하기 시작할텐가? 대단히 궁금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 줄 요약.... 디빠들은 심형래와 쇼박스 마케팅 낚시에 걸려 파닥거렸다.
  • 백성주 2007/09/06 [07:33] 수정 | 삭제
  • 오호... 그랬군요. 설득의 심리학외에도 설득의 논리학이라는 책이 따로 있었군요.
  • 신정모라 2007/09/05 [21:24] 수정 | 삭제
  • 저번에도 제 글에 오타를 지적해 주셔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타 지적에 대해서는 관리자분이 알아서 수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설득의 논리학 - 저자 김용규 이것은 맞습니다.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저는 한국인 저자 책을 인용했고 치알디니 책을 여기서 직접 인용한 것은 아닙니다. 김용규 씨가 인용한 것을 재인용한 것이지요. 치알디니 책에 나오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분량이 많아 독자들이 읽으려면 꽤 시간이 걸리거든요. 김용규 씨 책은 치알다니 저서의 요약만 있습니다. 제가 여기 인용했듯이.

    두 책 다 재미있고요.
    제가 김용규 책을 인용한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진중권이 100분 토론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운운한 것이 심영래 광팬들에게 씹혔기 때문이죠. 김용규 씨 세계관은 동의하지 않지만 이 책은 단순하면서 글은 쉽고 재미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백성주 2007/09/05 [19:32] 수정 | 삭제
  • 설득의 논리학-->설득의 심리학
    심영래-->심형래
  • 동감 2007/09/05 [18:56] 수정 | 삭제
  • 그 영화에 투자한 자본이 금융기관 돈이라는데..그렇다면 국민의 눈먼 세금이 들어간거 아닌가요? 그러니 적자나도 책임지는 놈이 없다는거죠.
    네티즌을 움직이는 보이진 않는 손은 그 투자를 유치한 자들이라는
    혐의도 들구요. 애국주의 코드를 이용한..
    마치 월드컵을 통해서 애국주의 선동하면서 님도 보고 뽕도 딴 효과를
    또다시 노린 셈이죠.
  • ㅎㅎ 2007/09/05 [18:12] 수정 | 삭제
  • 웬 영화 하나 가지고 죄다 아는 척 하느라 바쁘군요.
  • 서생 2007/09/04 [21:49] 수정 | 삭제
  • 디워는 언론이 만들어낸 괴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투자대비 관객수가 전혀 '대박' 근처에도 못갔는데 마치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설레발 치고들 있단 말이죠. 오늘 아침 중앙일보 보니까 심씨가 한마디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대성공 거둔 것처럼 전제 깔고는, 이제 미국 남았다, 역경을 디디고 나는 해냈다 뭐 그런 구라더군요. 홍석현에 충성을 맹세한 중앙찌라시 기자들 수준에 딱 어울리는 기사라는 생각은 들지만, 문제는 이게 중앙찌라시 문제뿐만이 아니라는 거죠.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털어서, 정말 한국 언론의 행태들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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