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의 독립운동 행적을 직접 찾아내 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80대 옹(翁)이 이러한 사연이 포함된 가족사를 집필하고 있다. 역사 속 숨겨진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다. 원상포(84)씨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2대에 걸친 독립운동 행적을 전해들은 것은 1945년 광복 무렵이다. 숨겨진 독립운동가들 모습 전하기 위해 가족사 집필중 일제하에서 눈물도 흘릴 수 없었던 원씨의 할머니는 그제서야 중국에서 만세 운동에 나섰다 총살된 남편(원염상; 원용서라는 이름으로 1919년 만세운동에 나섰다 총살)의 사연과 조선공산당원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역시 일제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아들(원용문; 원영일이라는 이름으로 조선공산당원 활동을 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4년간 투옥, 출소뒤 다시 일본에 쫓기다 1938년 순국)의 사연을 손자에게 전했다. 원씨는 가족이 뿔뿔히 흩어져 살아온 이유도 비로소 알게 됐다. "나는 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보내지고, 어머니는 중국에, 아버지는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어. 친척들은 죽고. 이후 6살 때부터 부잣집에서 머슴을 살았고, 신문 배달을 해서 살아갔지." 그러나 국가보훈처와 관련 단체를 찾아다녀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행적을 확인할 수 없었고, 자연히 독립유공자 인정도 받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1990년 중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직접 중국 현지를 찾아나선 원씨. 선대행적 찾으러 직접 중국 현지로 날아가 5, 6세 때의 기억을 더듬어 그린 약도를 바탕으로 외가를 찾을 수 있었고, 다행히 아직 중국에 남은 친척들의 도움으로 선대의 행적도 확보하게 됐다. "집이 두만강 근처에 있었고, 주변 골목들이 기억에 남아 있었어. 근데 고모가 어디어디쯤이라고 말해서 외가를 찾았고, 이후에 할아버지 묘소와 아버지 묘소를 찾았지." 일제가 작성한 문서 등도 확보돼 조부는 정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96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선친은 공산당 전력 때문에 아직 독립유공자로 인정되지 못한 상태. 원씨는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선친의 활동상을 기록하기 위해, 또 역사 속에 숨겨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5년째 가족사를 집필중이다. 조부는 공적 인정 훈장, 선친은 아직 인정받지 못해 원상포씨는 "정부는 거물급만 찾고 있다."면서 "그 밑의 분들도 틀림없는 독립유공자이고 그 후손들이 많이 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건국 이후 접수된 독립유공자 신청 건수는 모두 36,163건. 하지만 정부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현재까지 10,972명의 공적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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