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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버리고 떠난 진중권 '프로'를 위한 연가
[비나리의 초록공명] 진중권의 화려한 ‘악다구니’,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
 
우석훈   기사입력  2007/08/15 [14:50]
진중권에 관한 글은 딱 한 개를 썼는데, 몇 주 후에 나올 칼럼집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게 두 번째 쓰는 글이다.

처음 쓴 건 그가 SBS의 MC를 그만두고 사회적 글쓰기를 그만하겠다는 절필선언 때 썼다.

오랫동안 나는 진중권을 등대지기로 이해했다. 가끔 등대가 잘못된 곳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가 사비를 털어서 등대를 밝히고 있다, 이 한 문장이 내가 진중권에 대한 이해이다. 떠드는 사람도 많았고, 시끄러운 사람도 많았고, 때때로 골 때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정말로 등대가 되고 싶어서 글 쓴 건, 내가 이해하는 바에는 한국에는 진중권과 이재영, 딱 두 명이 있다.

진중권은 핑크색, 이재영은 빨간색...

변희재와 부대찌개를 놓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일 기회가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다. 옆에서 한 번 본걸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인줄 몰랐는데, 그는 생각보다 이해안되는 사람이기는 하다.

진중권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나에게 진중권의 좋은 구석을 얘기해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가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싶고, 그가 없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따분한 사회였을까, 막상 이렇게 생각하면 끔찍하다.

좌파가 배출한 인재 중에, 아마 백남운 이후로 그가 제일 쎄다판이었을 것 같다. 진중권, 하여간 쎄긴 쎘다. 백남운도 쎘지만, 얼굴마담 당수하고, 해방 정국에서 견디다 견디다 못해서 북으로 넘어갔다. 그가 딱 한 번 우리들에게 얼굴을 다시 보였는데, 박정희의 7.4 남북 공동성명 때 북한 대표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야, 역시 천하의 백남운이다...

북한의 사회과학원장까지 지냈던 그 백남운도 김일성 시절의 주체사상을 온 몸으로 막아서려고 하다가 결국 숙청당했다고 한다. 정확히 마지막 순간까지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오지 탄광이나 이런데 간 건 아니고 정치적 실권만 내려놓고 집에서 늙어가게 되었다는...

진중권은 백남운에 비유될만한 사람

물론 학문적 성취나 이론적 위치는 좀 다르다. 백남운은 학자고, 진중권은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한다. 딱 그만큼의 차이가 모든 부문에서의 차이로 나타나지 않았나... 어쨌든 백남운도 월북하기 전 당수였는데, 아마 최초의 중도좌파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 딱 중도인지, 중도좌파인지 아직도 논란이 많다 - 신민당의 실질적 얼굴마담을 할 정도로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난 백남운이라는 이름 하나 가슴에 새기고 고난의 20대를 넘어왔다.)

진중권의 전투는, 그의 이름마냥 진중하지는 않지만, 화려하기는 하다. 그의 블로그에 몰려간 양아치들 - 별로 잘 찾아지지도 않는 그의 블로그에까지 가서 글을 남긴 사람들은 법학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확신범'이라고 하고, '고의'가 있는 행위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 의 오버액션 마징가는, 심형래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진중권을 더 싫어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라는 맥락에서 진중권은 진중권이다. 예쁘고, 단아하게 싸움을 이끌어내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무지막지한 상황에서 큰 싸움을 만들어내는 건, 단연 진중권이다.

그는 칼이 좀 큰 편이다. 나도 크게 휘두르는 편이지만, 그가 장군도라면, 나는 도루코 면도칼 정도로, 스케일의 차이가 아주 크다.

신기해서 그의 블로그에 가봤는데, 다 날리고 사진 몇 개 올려놓았다. 집 버리고 떠난 심경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는 화공을 편 셈이다. 수 만명인지, 수십만명인지, 자기 집을 태워버리는 그 화공은, 남의 사적인 블로그에까지 일부러 찾아간 쇼비니스트들의 실체를 사회에 드러내게 하였다. 일찍이 쇼비니스트들을 그렇게 당황스럽게 한 사건은, 전세계 반 쇼비니즘 역사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디워> 논의의 사회적 결과는, 한국 영화가 어쩌구, 국가주의가 어쩌구, 그런 게 아니다. 절필선언한 진중권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더 쎄지고, 더 화려해져서 돌아왔다.

악다구니 하는 건 진중권이 진짜로 프로다. 그의 악다구니는 화려하다. 그리고 그 화려한 악다구니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진중권의 복귀를 환영한다. 앞으로는 진중권을, 진프로라고 불러야겠다.

한국 사회 전체가, 신문까지 포함해서 거대한 진보누리 게시판이 되어버렸다.

진프로, 멋지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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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15 [14: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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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2007/09/29 [13:48] 수정 | 삭제
  • 현재 한국사회의 지식인중에서, 글쓴분이 지적하셨듯이
    가장 화려하면서도 투명한 의식을 지닌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워논쟁이 한창일때 잠시 짬이나 다음에있던 진중권씨의 블로그에
    들러보았는데 전 참 놀랬어요..정말 한둘이 아니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마치 이지메라도 하듯이 교양없는 막된말투들로 한사회인을 욕하는모습들.
    대강 훑어보다가 한마디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그 수가 너무 엄청나서
    제글은 보이지도 않고 묻혀버릴것 같아 그냥 나온기억..
    디워문제는 차치하고라도...그날 몇시간동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진중권씨도 한 인간일진대 집단테러에 가까운 그수많은
    비방,욕설들...한국사회의 패거리,파시즘적 근성을 그대로 보여줬던
    사건이었던것같군요.진중권씨의 저서중에 가장 최근에 본것이
    호모코레아니쿠스인데 거기 프롤로그중에 짤막하게 언급되었던 부분이
    생각나네요

    이 두어줄속에 진중권이라는 섬세하고 예리한 한 지식인의 지향점이 압축되어져 있다고 생각하는건 무리가 따를지...
    칼날처럼 명쾌한 논리와 이성을 가지면 대중 특히 한국에선 참 많은
    오해를 받지요.
    죽일놈이다 사대주의자다 미쳤다 등등..
    그러나 그들 대다수의 언어들엔 폭력은 있으나 논리와 이성은 전무합니다,저는 진중권씨가 한국사회에 뭘말하고 싶은가가 느껴집니다.


  • 지나가다. 2007/08/16 [20:09] 수정 | 삭제
  • 어떤 권위에 대해 대중, 혹의 다수들이 가지는 맹목성이 주는 거부감이 어떤것인지 충분이 공감하고 또한 그에대해 희의적이고 반항적인것이 먹물들의 속성이란 것도 이해하지만, 진중권씨나 추석훈씨나 전선을 나누는 방식은 결국 책상물림의 한계인듯. 마치 액션으로 수놓은 홍콩느와르의 화려함에 감탄만하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오는군요. 영화야 그냥 화려함을 즐기면 그만이지만... 뭐 프로라 규정한 것이 변명이 될수도 있겠네요.
  • 도그자 2007/08/16 [10:30] 수정 | 삭제
  • 시청자들의 욕과 비난을 먹고 시청율을 무럭무럭 올리는 드라마,
    잡음과 논란으로 인지도를 올리는 CJ라는 기업과 대통령 아닌 정치가 노무현의 노이즈 마케팅...
    직접적인 복수를 가해올 수 없는 다수의 대중과 국민을 자기들 이익을 위한 도구 이상으론 생각해주지 않는 오만한, 뻔뻔함, 비겁함, 역겨움...

    언제부터인가 진중권의 글쓰기 또한 그런 방식으로 변질되어 왔는데,
    우석훈이란 사람은 진중권에겐 콩깍지가 씌인 건가? 변희재라는 진중권 대척점에 서고 싶어하는 사람을 일부러 깐 건 그 증거를 남겨놓은 것인가.

    갑자기 우석훈이라는 사람의 바닥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참새시대 2007/08/16 [09:28] 수정 | 삭제
  • 그 사람의 한계가 드러나는 법.
    우석훈씨에게도 여실히 느껴집니다.
    먹물은 역시 먹물이라는 이 먹물스러움의 역겨움...

    먹물들 눈에 화려한 휴가는 신파극에 불과할 것이니
    아크로 뒤켠에서 계급투쟁론 논쟁하며 날으는 짱돌을
    기념품으로 가져갔을 화려한 먹물들의 세상이여...




    아흐 동동다리... ^+^
  • 구국결단 2007/08/15 [23:52] 수정 | 삭제
  • 스크린쿼터제만큼 애국심에 호소한 경우가 또 있을까?

    진중권으로 인하여 나는 "애국심"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치욕적이고 저열한 언어인지 비로소 깨닳았다.

    스크린쿼터 당장 폐지하라. 싸구려 저예산에 미학적이지도 않은 한국 영화 꼴도 보기 싫다.
  • 최성준 2007/08/15 [23:26] 수정 | 삭제
  • 이건 그냥 낙서나 수필같은 글이네요 진중권씨를 괜찮게 보았지만 요즘은 애들영화에 왜저러는지 개인적인 일기같은 글이 사설같은 것으로 포장되어이 곳 메인에 나오는것을 보면 리플이 잘안달라리는 이 곳의 한계인듯
  • neung1an 2007/08/15 [16:21] 수정 | 삭제
  • 공동체에는 그 공동체의 진화과정에 걸맞는 '학습'이란 게 필요하다구...
    그냥 그렇게 좋게 받아들이시기를 권합니다...
    결코 생략할 수 없는 '학습' 과정요... ^^
  • neung1an 2007/08/15 [16:07] 수정 | 삭제
  • 선악은 '교환'되는 거예요...
    이를테면... 에덴동산에서의 '뱀'과 '선악과'의 '교환관계'라구나 할까요?...
    따지구 보면... '뱀'은 다만... '선악과'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겠죠...
    '뱀'은 박해를 받으면... 언제라두 '선악과'가 될 수 있는 거구요...
    '선악과' 또한 박해에 앞장서게 되면... 언제라두 '뱀'이 될 수가 있는 거랍니다...
    '선악'은 '교환'되는 거예요...
    때문에... ''선'과 '악'을... 교환가치'라구 부르는 거랍니다...
    상황은... 점점 더 진중권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가구 있군요...
    처음부터... 아주 아주 잘 기획된 싸움이죠...
    그 옛날... 김동명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바벨2세'라는 만화책이 있었어요...
    '바벨2세'가 '요미'와 대적하는 방식이 아주 아주 주목거리예요...
    '요미'는 '바벨2세'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바벨2세'에게 온몸으로 전기충격을 가합니다...
    '요미'는 자신의 몸에서 '전기'를 내죠...
    '바벨2세'는 '요미'의 '전기충격'을 당하구 당하구 또 당해요...
    결국 '요미'가 자기의 몸이 지닌 전기를 다 써버리게 되죠...
    그리구선... 갑자기 '요미'는 늙은이의 얼굴로 변해버리죠...
    '백수광부'처럼...
    사실은... '바벨2세'가 '요미'로부터 '전기충격'을 받으면서...
    '요미'의 에너지를 다 흡수해버린 것이죠...
    '요미'는 박해를 통해서 '바벨2세'에게 에너지를 축적시켜준 거예요...
    '바벨2세'는 '요미'로부터 박해를 받으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축적한 것이구요...
    그 만화의 최후의 명장면은 이렇더군요...
    자신의 에너지를 다 쓰구서 늙어버린 '요미'에게...
    '바벨2세'는 아주 가볍구 아주 간단한 전기충격 한두번만을 가함으로써...
    '요미'를 쓰러뜨리게 되죠...
    싸움은 '요미'에 대한 '바벨2세'의 승리로 마감 되죠...
    때리면 때릴수록 때리는 사람인 '요미'는 약해진답니다...
    초기국면과는 달리 점점 더 명분이 약해져 갈 거예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바벨2세'가...
    싸움의 명분을 틀어쥐게 된답니다...
    진중권이 더 두들겨맞아야 해요...
    그래야만... 진중권을 두들겨패는 사람들이 진정한 애국주의적 광기의 설파자로 돌변해버릴 수 있게 되니까 말이예요...
    진중권은 지금 제대로 낚구 있는 중이예요...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