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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미군은 “모두 쏴죽여라” 외쳤다
[책동네] 한국전쟁시 미군학살 그린 이동희 장편소설 <노근리 아리랑>
 
김영조
“노근리 사건이 일어난 지 57년이 되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철길 위에서와 쌍굴다리 아래에서 피난을 가던 농민들이 미군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무참히 살상된 슬픈 기억 저편, 악몽의 세월이었다.” 작가 이동희는 소설 “노근리 아리랑‘에서 서문 헌사 ”외로운 영혼들에게’를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 <노근리 아리랑> 표지     © 도서출판 풀길
“노근리양민학살”은 무엇인가? 1950년 7월 충북 영동 노근리 철길 위와 쌍굴에서 나흘에 걸쳐 미군에 의해 400여명이 비참하게 죽은 현대사의 큰 아픔이다. 하지만, 그 사건은 57년이 지난 오늘에도 희생자와 유족 차원에서는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어 그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이며, 계간 “농민문학‘ 발행인인 이동희 씨가 노근리에 대한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소설 ”노근리 아리랑’을 도서출판 풀길을 통해 발표했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형식과는 좀 다르다. 많은 사람을 실명으로 기록하고,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노근리 사건의 실체를 밝혀 나간다. 그러면서 이림 기자의 취재 형식을 빌리고 김문자와의 사랑을 친구 윤영에게 오버랩 시켜 내면의 외침과 아련한 사랑을 묘사한다.

그리고 작가는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어이구 이 나쁜 놈들! 죽일 놈들!, 사람 살려! 사람 죽네!, 하느님 맙소사!”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얘기한다. 또 미군은 “모두 쏴 죽여라!”라고 외쳤다고 고발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계기는 오연호 기자(현 오마이뉴스 대표)가 생생한 전모를 처음으로 심층 취재해 세상에 알린 1994년 7월호 <말>지의 “6.25 참전 미군의 충북 영동 양민 300여 명 학살사건‘ 기사를 꼽았다.
 
▲노근리 쌍굴 안의 미군이 무차별 발사한 총탄 자국     © 이동희
그 뒤 1999년 9월 에이피(AP)통신은 노근리 학살사건을 보도하고, 최상훈 기자 등 4명의 보도진이 1년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하여 쓴 “노근리다리”에서 위의 명령에 따라 양민을 쏘았다는 가해 장본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실어 한국사를 다시 쓰게 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세계의 언론이 노근리 학살사건을 연일 크게 보도함으로써 최강국 미국이 머리를 숙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완전한 진상을 밝히지 않는다. “절박한 한국전쟁 초기의 수세적인 전투 상황에서 강요에 의해 철수 중이던 미군은 1950년 7월 마지막 주 노근리 주변에서 수 미상의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을 입혔다.”라는 미국정부의 발표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소설이 이런 얘기로만 일관했다면 누가 읽을 것인가? 일가족이 몰살된 이야기, 코가 문드러지고, 눈이 빠진 이야기들만 나온다면 그냥 처참한 하나의 사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작가는 어렸을 적 사랑을 나누었던 김문자를 그리워하는 상념을 통해서 또 그 동생 김문식의 자기를 희생하는 복수극을 통해서 알려내고 있다.

“복숭아밭이었다. 사과도 있던가. 거기서 참으로 낭만적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달밤이었다. 복사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거기에 환히 달이 비치었다. 그 속으로 들어갔다. 꽃 속으로, 달빛 속으로… 그리고 하나의 꽃이 되었다. 달빛이 되었다.”

아름다운 묘사이다. 학살극을 다룬 소설을 이렇게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낼 수 있을까? 그건 작가의 마음이, 그의 삶이 아름다움 그 자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노근리양민학살대책위원회 정구도 부위원장은 이 소설에 대해서 말한다.
 
"지난 2000년 정은용 위원장이 노근리 사건을 고발하는 최초의 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냈지만 이는 피해자 자신이 쓴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처음으로 썼다는데도 의미가 있음은 물론 노근리가 제3자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 수 있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노근리는 국내사건이 아니고 가해자가 미군인 사건이면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사건인데 이를 문학작품으로 소화해냈다는 것에 우리 대책위로서는 크게 환영한다. 현재 4만 평의 땅에 평화공원을 건립하려고 한다. 이즈음에 그동안의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 다양하게 문학적으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쌍굴 입구     © 아동희

문학으로서의 작품평을 문학과문학교육연구소 구인환 소장에게 들어본다.

“이 소설은 실명소설이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것인데 증언, 사실보고를 토대로 한 르포 형식과 창작형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태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노근리 사건이라는 표면적 구조와 김문자와의 사랑이라는 심층적 구조가 얽혀 시간과 앞뒤가 수시로 바뀌는 형식으로 묘사했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하느님, 한국정부, 미국정부, 그리고 내 자신은 뭘 하고 있었나?’라는 절규를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 구조와 심층적 구조의 연결고리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윤영이라는 소설가를 등장시켜 김문자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실에서 발현시키며, 스님을 통해서 깊은 인간 내면의 사랑과 삶, 죽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소설은 복숭아 과수원에서의 사랑과 눈 내리는 날 골짜기에서의 절규에서 보는 것처럼 짧은 그리고 서정적인 묘사가 빛난다.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이 뜨거운 여름, 다시 노근리 학살은 떠오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아직 노근리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군에 의해서 아무 죄 없는 양민들이 무참하게 학살된 노근리 철길과 쌍굴의 총탄 자국은 아직도 미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해자의 분명한 사죄가, 에에 따른 피해자의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억울한 원혼을 구천에 떠돌게 만든다.

▲<노근리 아리랑> 200권을 유족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정구복 영동군수에게 기증하는 이동희 작가(오른쪽)     © 영동군청
 
이때 우리가 소설 <노근리 아리랑>을 읽는 일은 노근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일이며, 원혼이 구천을 떠도는 것을 접고 안식을 하고, 유족의 피울음이 멈출 수 있도록 하는데 산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는 아닐까?

나는 문식이 죽는 장면에서 울음이 쏟아졌고, 저절로 절규가 토해졌다. 주인공은 작가는 외친다. “이제 모두 죽었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그는 땅바닥에서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그녀를 끌어내어 같이 추기도 하였다. 그러다 마구 땅을 치며 꺼이꺼이 울었다. 영동 부용리에 아리랑 고개가 있었다. 황간 노근리에는 죽음의 굴다리가 있었다.“

소설은 노근리 원혼에 대한 내 최소한의 의무
[대담] 소설 “노근리 아리랑”의 작가 이동희

▲대담 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있는 이동희 작가     © 김영조
- 노근리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내 고향 집 주소가 625번지이다. 뭔가 나는 6.25전쟁과 관련이 있는가보다. 단국대 교수직을 정년퇴직한 뒤 낙향하여 집을 지었다. 그리곤 나는 슬픈 고향 얘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은 처음 쓰는 장편소설이다.”

그는 지극히 짧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깊은 내면에는 쉽사리 털어놓지 못할 뭐가 있는 듯했다.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혼란스러웠다. 혹시 소설 속의 그가 작가이고, 김문자가 실재했던 사람은 아닌가?
“그렇게 봤다면 소설은 성공한 거다. 그도 김문자도 실제 인물은 아니다. 노근리 슬픈 얘기를 풀어낼 도구가 필요했던 거다. 노근리는 너무 메마른 그리고 비참한 얘기여서 사랑 얘기를 삽입하지 않으면 독자가 읽겠는가?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뭘 할 수가 있을까? 촛불 하나 밝히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문자와 윤영을 오버랩 시킨 까닭이 그것이다.”

- “NO GUN RI"는 누가 그렇게 썼을까? 혹시 세계의 엉터리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의 억지 아닐까?
“나도 모른다. 그냥 영어로 음역했지 않을까 싶다. 노근리를 도끼 ‘근(斤)’자를 써서 한자로 ‘老斤里’라고 쓰는데 그것도 억지로 뜻을 꿰맞출 필요는 없다.”

괜한 질문을 했나? 내가 억지를 부린 꼴이었다.

- 소설의 제목을 노근리 뒤에 “아리랑”을 붙인 까닭은?
“영동에 아리랑 고개가 있었다. 현재는 부용리인데 큰 길이 뚫렸다. 거기에서 착안 했지만. 아리랑은 슬픈 그리고 해원과 상생의 이야기이고, 노근리도 슬픈 이야기면서 해원과 상생의 이야기이가 되기를 비손한 것이다. 노근리 학살 사건을 그저 슬픈, 그리고 비참한 이야기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 노근리 학살 사건이 제주 4ㆍ3항쟁, 광주5ㆍ18항쟁과 어떤 점이 다를까?
“무자비한 양민이 학살당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다. 하지만, 제주 4ㆍ3항쟁의 가해자는 부패경찰과 우익이었고, 광주5ㆍ18항쟁은 정치군인이었는데 노근리는 같은 민족이 아닌 미군이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 소설에는 미국에서 소설을 출간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 미국에서 노근리 소설을 출간한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보완 작업을 거쳐 영역을 할 계획이다. 특히 가해자들이 죽기 전 그들의 증언을 꼭 듣겠다. 그 뒤 그 자료들을 함께 앞으로 만들어질 노근리 평화공원에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살아있는 내가 할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그는 문단의 원로임에도 지극히 소탈하고 평범했다. 그런 그의 성품이 이 소설을 잉태한 배경이 아닐까 싶었다. 오는 7월 27일 노근리양민학살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추모행사의 하나로 노근리 소설 낭송회를 갖는다고 한다. 여기엔 이 “노근리 아리랑”말고도 노근리양민학살대책위원회 정은용 위원장의 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등이 낭송 된다고 귀띔한다. / 김영조

기사입력: 2007/07/20 [10: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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