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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B'의 비극과 '숨은 좌파' 노무현
[비나리의 초록공명] 대한민국 서민은 폭발 일보직전, 盧는 혁명 기획자?
 
우석훈   기사입력  2007/07/14 [05:14]
최근의 산업공학·전산공학·생태학, 그리고 진화경제학은 ‘시스템 분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문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이런 학문들의 접근은 구조주의적 속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며, 현실 세계를 이론에서 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해석된 세계’라는 해석학 전통이 강한 접근들이다.
 
최근의 한국 사회경제는 ‘국민경제’와 ‘국민들’로 분석하는 전통적 거시경제 모델보다는 ‘한국 A’와 ‘한국 B’라는 두 시스템을 전제하는 시뮬레이션 모델 편이 훨씬 사실에 가깝다. 한국 A는 평생 소비한 부보다 많은 것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고, 한국 B는 자식에게 자신이 소비한 것보다 적게 물려주는 사람이라고 각각 정의하자. 자신이 살아온 삶과 예금통장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자신이 한국 A에 속해 있는지, 한국 B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개인적으로 한국 A에 속할 것이고, 서울시장 경선에서 빚을 졌다는 홍준표 후보는 한국 B에 속할 것이다. 노무현 시대는 한국 A와 한국 B가 ‘공존 모델’에서 ‘분리 모델’로 결정적으로 전환된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두 집단은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중이며, 문화적으로도 별도의 집단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한국 A의 스타이고, 이종범과 송진우는 한국 B의 스타이다. 노무현은 한국 A의 대통령이었고, 한국 B의 배고픔은 이명박을 낳았다. 골프장 300개, 수도권의 새도시 대량공급, 심지어 오페라 하우스 중심의 문화공간까지 한국 A의 전유지는 증가했으며, 이런 흐름 가운데 ‘신 대연정’이 놓여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놓여 있다.
 
한국 B는 한국 A가 대부분을 소유한 국토에서 고립되어 외롭다. 내일 밥 걱정은 없는 ‘한국 B1’, 내일 밥이 걱정되는 ‘한국 B2’, 당장 오늘 먹을 밥도 걱정되는 ‘한국 B3’, 이런 식의 분화가 진행 중이고, 오히려 자신들끼리의 경쟁이 격해지는 중이다. 강남은 한국 A에 속하고, 강화도에서 제주도까지 지역마다 이른바 ‘대구의 강남’, ‘부산의 강남’, 심지어는 ‘제주도의 강남’까지 한국 A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한국 A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수혜집단이며, 집값 파동의 수혜집단이고, 로스쿨의 수혜집단이다. 박정희가 한국 B의 대통령이고자 했다면, 노무현은 ‘눈물’ 날 정도로 한국 A의 대통령이고자 했다.
 
자본주의 역사상 이렇게 A지구와 B지구가 분리되는 시절에는 빌딩이 높아지는데, 상하이가 그렇고, 두바이가 그렇고, 미국이 그랬고, 1970년대 파리가 그랬다. 타워팰리스는 한국 A만을 위한 공간이며, 한국 B가 너무나 약해져서 서울에 고층빌딩이 다시 등장한다.
 
이러한 ‘한국 B의 비극’은 ‘노무현 눈물의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방의 한국 A에게 ‘선택과 집중’으로 모든 것을 몰아준 토호구조는 해체가 너무 어렵고, 노무현 정부가 협상한 한-미 에프티에이 역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다.
 
한국 A와 한국 B가 지금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면 시스템 내에서 혁명 아니면 폭동 두 유형의 ‘이벤트’ 발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공권력의 출현 빈도도 높아진다. 한국 B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한국 A의 대통령이 되었던 노무현 시대의 구조적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 이랜드 농성과 고속철도(KTX) 여승무원의 단식은 한국 B의 최소한의 자위권이다.
 
비정규직 800만, 신용불량 500만, 350만 농민, 여기에 ‘바다 이야기 피해자’까지 이런 한국 B를 노무현처럼 각개 분리 및 개별 타격하는 전법을 장기간 사용하면 혁명 발현 확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해석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숨은 좌파이고 진정한 혁명의 기획자인 셈이다.
 
* 본문은 7월 11일자 <한겨레> [야!한국사회]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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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4 [05: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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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몰라서리 2007/07/14 [10:35] 수정 | 삭제
  • 내 이런 고차원적인 말은 잘 모르겠소만....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들은 노무현이 악역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선 좀더 세밀하게 그의 정책을 밀어줘야 겠군요

    좀더 비약하자면 앞에선 fta반대하는 척하면서 뒤로가서 반대론자들 뒤통수 때리고 비정규직파업 지원하는 척하면서 걸맞지 않는 과격한 구호 내걸어 부정적 여론 조성하고.....
    반서민적 후보 당선될 수 있도록 음으로 지원하고....

    이게 혁명을 기획하는 건가요?

    그럼 진보주의 간판은 일단 내려야 겟네요....ㅋ

    그런데,
    파리는? 아메리카는? 아직도 분화중인가?
    그 동네서는 오늘낼 오늘낼 하겠구만요

    아프리카 밀림속에 사는 원숭이들이 오늘도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을거라 믿는 진화론의 한계 아닌가요?
  • neung1an 2007/07/14 [06:26] 수정 | 삭제
  • 맑스에게 있어서...
    '환상적 현상형태'에 있어서...
    부르주아지들의 선악이 연구되는 까닭은...
    다만...
    그것이 '역사적 노동'의 '시간단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 뿐이죠...
    부르주아지들이 악랄하면 악랄할수록...
    인간해방을 위한 '역사적 노동'의 시간은 보다 단축된다는 얘기겠구요...
    '그 배면의 숨겨진 구도'에 있어서는...
    부르주아지들의 선악을 맑스는 전혀 문제삼지 않는답니다...
    역사라는 무대에서...
    그들은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악역'에 충실할 뿐이니까요... ^^

    맑스는...
    모순을 창작하구 발명하는 것보다는...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구 자주 강조하죠... ^^
  • neung1an 2007/07/14 [06:16] 수정 | 삭제
  • 역사의 합법칙적인 경향성은...
    부르주아 계급의 주관적인 의지에 의해서 결코 변경되지는 않는다구 맑스는 얘기했죠...
    해서...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희생을 최소화하는 일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두 말했구요... ^^
  • neung1an 2007/07/14 [05:52] 수정 | 삭제
  • 역사의 무대에는...
    반드시 쏠쏠한 쓰임새가 있는 악역이 등장하죠...
    바로 그 때문에...
    역사에두 희비가 교차하는 '카타르시스'란 게 예비되어 있는 거구요...
    역사가 주는 오르가즘을 맛보기 위해서는...
    비극적인 '전희'의 노동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거니까요...
    '악역'에 관한 이해가 제대로 될 경우에는...
    맑스처럼...
    역사에 관해 무한히 낙관적인 견해를 지닐 수 밖에 없는 거겠구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을 통해서...
    희극과 비극 그리구 희비극의 '역사적' 분량을 제시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분량을 길게 썼구요...
    희비가 교차하는 희비극은 보다 간단하게 기록한 반면...
    희극은 아예 기록하질 않았죠...
    희극은 역사의 바깥에 있죠...
    희극은... 곧 역사가 종결된 이후의 무모순적인 사회를 얘기하는 까닭에...
    필연적으로... 희극은 역사의 기록을 벗어나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런지요?... ^^
  • neung1an 2007/07/14 [05:39] 수정 | 삭제
  • 노무현은...
    '환상적 현상형태'에 있어서는...
    보수가 진보에게 들이미는 트로이의 목마겠지만...
    '그 배면의 숨겨진 구도'에 있어서는...
    오히려 노무현은...
    진보가 보수에게 들이미는 트로이의 목마라는 거겠죠...
    계급 양극화는 곧...
    진보의 필연적인 성장을 의미하니까요...
    무너지는 열린우리당 바로 뒤에는 한나라당이라는 도미노가 놓여져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