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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의 쌍방향, 참여 민주주의의 방향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2.2007대선, UCC와 포털사이트 그리고 인터넷언론의 역할
 
황진태   기사입력  2007/05/29 [11:13]
들어가며: 포털사이트의 맹위 속에서

미국과는 달리 검색사이트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포섭하려 드는 ‘만물상’인 한국의 포털사이트에 대하여 일찍이 권력으로서의 문제적인 시각에서 보았던 변희재의 지적은 그 자신이 안티조선 논객에서 ‘조중동’으로의 전향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서 <2007 대권 포털이 결정한다>는 단행본까지 내놓을 정도로 포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공론화시킨 점만큼은 그 공로(?)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변희재는 포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편집권을 통하여 사실상 포털이 언론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포털업체 스스로는 언론이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의 개정 움직임이 생길 정도로 사회적으로 포털의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는 바다. 특히나 2007 대선에서의 여론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최근에 국내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중 하나인 미디어 다음의 광고는 UCC를 전면 강조했고, 라이벌 기업인 네이버는 강화된 블로그 기능을 선전하고 있다. 모두 정보통신분야의 떠오른 열쇠단어인 웹2.0의 대표적 아이콘들이다. 이러한 시도는 누리꾼들의 자발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더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 실현까지 염두 할 수 있는 웹2.0의 위력을 일찍이 인지하고 이를 다른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포털 안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즉, 웹2.0이 성숙한 시대에서는 개개인이 ‘세포수준의 포털’이 될 수 있다는 예측처럼 종국에는 웹2.0이 포털사이트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러나 포털 업체가 단순히 사적축적의 새로운 시장으로서 블로그, UCC를 활용한다면 웹2.0의 성숙화(포털의 쇠락)는 더욱 촉진될 것이다. 포털의 언론권력 행세, 대선에서의 여론조작 등을 통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또한 포털 스스로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포털업체 스스로 어떻게 포털의 영향력을 사용할지를 (업계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는 단순부정을 넘어서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렇게 소실점으로 작동하는 포털사이트의 위력을 인정하고서 2007 대선을 앞두고 UCC 동영상 사이트를 비롯한 웹2.0 흐름과 인터넷 언론의 역할과 기대를 시론적인 수준에서나마 비판적으로 점검하고자 한다.
 
오프라인 매체를 위협한 UCC 동영상 사이트
 
얼마 전 미국 민주당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토론회의 스폰서를 CNN과 유튜브로 선정했다. 기존 매체에 대한 신흥 매체의 위협은 2007년 한국대선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UCC동영상으로 지난해 히트를 친 판도라 TV가 일찌감치 ‘대선특별페이지’를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불과 10년 전인 1997년 대선주자들의 사상검증을 목적으로 <한국논단>이라는 우익잡지가 주최한 토론회를 공중파 3사에서 경쟁하듯이 방영했던 웃지 못 할 경험을 상기한다면 반공이데올로기라는 낡은 이념잣대로 대선주자를 검증한다는 원시시대에서 불과 10년 만에 누리꾼(유권자)들의 영향이 절대적인 매체를 통해서 대선주자들을 직접 평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분명 의미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탈정치, 보수화된 젊은 세대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UCC가 대선정국에서 과연 이들의 관심을 쏠리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UCC 동영상은 철저히 ‘재미’라는 기준을 통해서 순위가 오르내린다. 젊은이들에게 대선토론회가 자칫 고리타분한 이야기로만 들린다면 굳이 UCC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해서 젊은 누리꾼들이 보겠느냐는 점이다. 단순히 대선주자들을 풍자한 UCC만으로는 얼마 전 프랑스 대선에서 UCC 동영상의 위력이 별 볼일 없었다는 분석(목수정의 지난 기사 참조)을 참고하더라도 어떻게 재미를 통해서 움직이는 누리꾼들을 토론회에 관심을 붙들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지난 미국 대선에선 젊은이들의 상징 아이콘인 MTV를 대선주자들이 활용했으나 재미를 못 본 사례가 있다. 이러한 실패 사례로 인해서 미국 일각에서는 2008년 대선에서 UCC동영상의 영향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가 대선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판도라 TV의 대선보도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 신흥매체의 위력은 대선까지는 일단 관망해보아야 할 듯하다. 지난 2002 대선에서 인터넷 토론 사이트인 <서프라이즈>가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는 데 누리꾼들의 표심을 이끌었던 결정적인 변수가 된 예측 불허한 사건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재연을 전연 접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검증 기준으로서의 UCC
 
차기 대선주자 진영과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매체인 UCC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UCC는 다양한 색깔의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만큼 상호 간에 비방전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러한 징후는 지난 탄핵정국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을 저격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비하한 패러디 사진이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들에서 목격된 바 있다. 웹2.0에 기반 하여 누리꾼들의 자율적이면서 자극적인 영상물 제작이 용이해진 UCC는 이러한 사건이 앞으로 부지기수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당파적이고 상호비방에 가까운 콘텐츠뿐만 아니라 UCC가 대선 주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UCC를 촉발시킨 웹2.0의 철학은 누리꾼들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강화, 참여 민주주의의 맹아로 싹틀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기존의 일방향적 매체(신문, 방송, 잡지 등)가 아닌 자신의 블로그나 UCC를 통해서 누리꾼들간의 소통을 통해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현하여 새로운 정치인 검증 방법이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웹2.0 철학을 대선후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한 누리꾼들의 대선주자 검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가령 지난해 발생했던 단국대 조명래 교수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서울시정을 비판한 논문이 미디어 다음의 블로그에 실리게 되어서 누리꾼들에게 일파만파로 알려지게 되자 이명박 시장측은 조명래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전문적인 학자의 글이 한 블로그를 통해서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게 되면서 퍼지게 되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조명래 교수가 쓴 논문은 사회과학적 글쓰기의 전형으로서 이러한 학문적 성과물에 대해서도 사법적 칼날을 들이댄다면 학술적 글쓰기가 아닌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로 구성되고 하물며 촉각적인 영상에 의해서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위력이 클 일반 UCC 유저들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대선후보들은 더 위협적인 사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대선주자들의 민감한 대응이 자칫 웹2.0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참여 민주주의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앞선 사례로 언급했었던 패러디 사건 등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지만, 이러한 학술적 글쓰기에 대해서까지 무리하게 억압하려 든다면 자연히 일반인들의 표현의 자유는 더욱 위축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어쨌든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하면 창의적이고 호소력 있는 UCC와 ‘정크(junk) UCC'가 공존할 것이다. 이러한 UCC를 받아들이는 대선주자들의 용인력을 유권자들은 또 하나의 선택기준으로 삼을 것은 분명하다.
 
집단지성, 웹2.0시대의 인터넷 신문의 향배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는 누리꾼들이 직접 수정하면서 고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org)의 성공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뿐만 아니라 웹2.0을 상징하는 UCC. 블로그 등을 통해서 집단이성이 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신문은 웹2.0 시대에 대선의 향방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난 황우석 사태에서 줄기세포 복제 논란의 결정적인 검증은 생물학 전공 소장과학자들 간의 교류를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를 통해서 가능했다. 익명의 소장학자들의 검증은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의 보도를 통해서 황우석 사태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었다. 집단지성을 인터넷 신문이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겠다.
 
‘모든 시민은 기자’를 표방한 <오마이뉴스> 또한 전형적인 집단지성의 메카로서 빠질 수 없다. <오마이뉴스>는 최근에는 블로그 기능을 강화하고 ‘네티즌편집판’을 통해서 시민기자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등 웹2.0의 철학에 가장 부응하는 매체겠다.  
 
웹2.0시대가 성숙되면 1인 미디어인 블로그를 통해서 기존의 공식적인 매체가 해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인터넷 신문 매체가 기존의 활자매체의 입지를 붕괴시켰듯이 웹2.0으로부터 자신들의 비교우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신문제작에 참여를 유도(네티즌편집판)하거나 시민기자들의 블로그 활용을 강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웹2.0 시스템 일부를 신문 내부로 수용하고, 현재로서는 재미위주이지만 인기 UCC 동영상을 소개하는 등의 웹2.0에 ‘적응’을 통해서 자신들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 다름 아닌 포털사이트로부터의 종속적인 인터넷 신문은 향후 오프라인 매체와 더불어 언론매체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선상까지인가가 매체 미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서 보인다.   
 
결론을 대신하여: 웹2.0, 사적축적의 장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IT전문가인 김국현씨가 쓴 <웹2.0경제학>에서는 인상적인 의견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웹2.0이 포털, 기존 신문, 방송의 근본 토대를 전복시킬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둘째, 웹2.0을 가장 잘 실현하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구글에 대해서 책 대부분에서 찬양일색의 서술이었던 반면에 책의 마무리에서는 구글 또한 철저한 기업논리에 의거하여 운영되고 있다면서 웹2.0의 철학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참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2 대선에서 <서프라이즈>등 누리꾼이 참여한 사이트도 그들 신상 면면을 보면은 여전히 지식인, 특정 계층이 참가하고 일반 누리꾼들의 참여는 한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터넷이 현실정치에 떨친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콘텐츠의 제작과 쌍방향 소통이라는 점에서 훨씬 진보된 웹2.0이 이번 2007 대선에 미칠 파급력은 예측 불허다. 웹2.0을 단순히 포털사이트를 주축으로 한 사적 축적의 새로운 시장으로서 넘겨 줄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은 미디어 지형의 급변속에서 대통령 후보를 얼마나 현명하게 선택하는 데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대선을 앞둔 UCC 담론은 의미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웹2.0의 쌍방향, 참여 민주주의 철학 그리고 재미를 적용해서 관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UCC와 인터넷선거'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UCC 등을 통한 인터넷이 선거운동과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의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분석을 통해 올 12월 한국 대선에서의 인터넷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획취재]에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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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29 [11: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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