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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엔 '일해공원', 창녕엔 '호국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중 세워진 조상 사적비, 과장된 공적 기록 '과잉충성' 비난
 
이균석   기사입력  2007/02/06 [17:48]

합천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이 있다면, 창녕에는 전 전 대통령의 조상을 모신 호국공원이 있다.

창녕군 남산 호국공원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14대 조상 '전제 장군 충절사적비'. 이 공원은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관선군수에 의해 조성돼 '아부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해공원'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석하지만, 전두환 씨의 조상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창녕 호국공원의 문제는 슬그머니 잊혀지고 있다.

창녕군은 전두환 씨가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1982년 5월 영산면에 남산호국공원을 만들었다. 당시 군은 공원에다 '전제 장군 충절사적비'를 세웠다. 전제 장군은 전두환 씨의 14대 조상이다.

이 때문에 당시 관선 군수가 독재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01년, 이 사적비와 관련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졌으나 해결되지 못했다.

이 사적비에는 '전제 장군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영산 박진과 의령 정암에서 대첩했고 화왕산성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고 적혀 있다. 당시 취재한 결과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하게는 전제 장군이 의병장이었고 의병을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화왕산성에서 크게 이겼다"는 공적 등은 과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적비가 세워진 때가 전 씨의 대통령 재임 시절이어서 당시 관선 군수가 정치적 의도를 실어 '과잉충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때문에 과거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적비를 철거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진백 창녕군수는 현직 공무원이 논할 게 못된다며 논란을 비켜갔다. 2001년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사항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역사학자나 향토사학자 또는 문중에서 전거를 갖고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며 "지나간 역사를 현직 공무원이 말하는 것은 영역 외의 문제"라고 했다.

전두환 씨 조상의 사적비와 함께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 있는 '영수 전제 장군' 영정도 도마에 올랐었다.

영정은 '향토 출신 선현'이라는 제목 아래 문익점·김종직·조식 선생과 사명당·정기룡 장군과 같이 봉안돼 있다. 영정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창녕 박진·의령 정암에서 승첩했고 정유재란 때는 울산 도산전투에서 선봉장으로 크게 전공을 세우고 전사했다"고 적혀 있다.

이 초상도 만들어진 때가 '전제 장군 충절사적비'가 세워진 다음해라서 역시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논란이 있은 지 6년이 지났지만 사적비와 영정 모두 당시 그대로다. 이에 대해 전두환(일해) 공원반대 경남대책위 김영만 공동대표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일해공원이나 전제장군과 관련한 논란은 모두 청산되지 못한 역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아부와 과잉 충성의 잔재들을 근본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 이병하 공동대표도 잘못된 역사 평가를 제대로 돌리자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4년 당시 공무원노조 경남도청지부장으로 경남도가 전제장군 영정과 관련해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모든 것은 다 역사적 평가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전반적인 부분을 완전히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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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06 [17: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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